비상구 없는 롯데, 되살아난 ‘2003년 악몽’

안승호 기자 2024. 4. 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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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패한 뒤 원정 응원을 펼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야수 부상·부진 늪
믿고 맡길 플랜A 라인업 없어


경기별 13.41명 들락날락
명장 김태형도 속수무책


어떤 전문가의 시즌 전망에도 없던 출발이다. 프로야구 롯데는 지난 14일 고척 키움전까지 개막 18경기에서 4승14패(0.222)로 고난의 봄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중 초반이지만 최근 6연패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단순히 순위표에서의 위치가 낯선 것은 아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승률 0.466(586승22무672패)로 대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5년 첫 1군 시즌을 맞은 ‘막내 구단’ KT를 제외하면 이 기간 롯데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0.414의 한화뿐이었다.

이례적인 것은 시즌 초반 부진의 깊이다. 롯데는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 역사의 전설로 남은 암흑기 이후 최악의 출발을 하고 있다. 롯데는 2003년 개막 12연패로 흔들린 끝에 첫 18경기를 2승2무14패(0.125)으로 마쳤다. 이후로도 하위권에 머문 적이 잦았지만, 봄 시즌부터 가시밭길에 오른 적은 드물었다. 첫 18경기 승률이 이토록 낮은 것은 그 뒤로 처음이다.

올해 롯데는 2000년대 초반 ‘흑역사’를 남긴 이후로 21년 만에 최악의 출발을 하고 있다. 상상 밖의 초반 흐름에 구단 안팎의 관계자 모두가 갸우뚱할 만하다. ‘우승 청부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에 대한 기대 속에 맞은 시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반등 희망이 여전한 것도 벤치에 대한 기대에 있다.

다만 김태형 감독의 초반 계산은 상당 부분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나쁜 흐름이 이어지자 노진혁과 유강남 등 팀의 주력 선수들을 빠르게 전력 중심에서 움직이며 유연한 선수 기용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지난 13일 현재 경기별 야수를 13.41명 썼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그만큼 믿고 맡길 ‘플랜A’ 라인업을 찾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23일 SSG와 사직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포함된 선수 중 지난 13일 키움전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린 선수는 외국인타자 레이예스와 전준우, 유강남뿐. 대부분 야수들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주축에서 빠져있거나 라인업을 들락거리고 있다.

김태형 감독 또한 사령탑 이력에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으며 사령탑으로 데뷔한 김 감독은 감독 8년차였던 2022년 시즌 9위(60승2무82패·승률 0.423)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그해에도 4월까지는 승률 0.542(13승11패)로 산뜻하게 시동을 걸었다. 그해에는 5월 중순 이후 부상 선수 발생과 함께 뎁스가 급히 얕아지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부터 선수 기용 패턴 찾기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롯데는 당초 수비와 주루 등 ‘디테일’이 올시즌 최대 변수로 꼽혔다. 그러나 지금은 투타 기본 전력에서 밀리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팀 평균자책은 5.10으로 7위, 팀 타율은 0.243으로 9위에 처져있다.

어느 팀이든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베테랑과 신예 자원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올해 롯데는 시즌 초반 보유 전력을 최대치로 뽑아 쓸 수 있는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즌 중반 순위표 다른 곳에서 싸우려면 최대한 서둘러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늦어지면 반등이 어려워진다. 올해처럼 전체 구단 전력이 평준화를 향하는 시즌에서는 더욱 그렇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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