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4·11 강릉산불 1년, 다시 맞는 새봄의 각오

김홍규 2024. 4. 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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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규 강릉시장

올해 강릉 벚꽃은 조금 늦게 꽃망울을 틔웠다. 포근한 입춘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2월 아침 기온을 보이더니, 3월 춘분엔 폭설이 쏟아지며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한차례 연기된 경포 벚꽃축제는 지난 식목일에 개막했고 강릉도 봄맞이에 들어갔다.

하지만 강릉의 봄이 꽃 마중으로 시작되는 건 아니다. 강릉의 봄은 언제나 벚꽃보다, 매화보다 이르게, 2월 봄철 산불 조심 기간과 함께 출발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모를 화마에 대비하고자 강릉시 공무원들은 초긴장 속 총력 대응 태세로, 봄인 듯 아닌 듯한 봄을 맞는다.

해마다 더 강화된 경계 태세로 산불 예방에 임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산불은 대형화되고 빈도 높게 발생하는 추세다.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증가, 이상고온, 낮아진 상대습도 등으로 전 세계 산불은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 50%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는 수년 연속 대형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발생한 ‘4·11 강릉산불’은 강릉시가 겪은 가장 큰 규모의 ‘도심형 산불’이었다. 순간 최대 풍속 30㎧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산불은 순식간에 대한민국 제일 관광지 경포를 덮쳤다. 불과 8시간 만에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379㏊(산림만 120.7㏊)가 잿더미로 변했고, 274세대 551명의 이재민과 274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통한의 재난이었다.

당시 강릉시는 심상찮은 기상특보로 전날부터 재대본 운영 및 산불방지 특별대책 수립, 전 부서 감시 인력 증원 배치 등 대응 태세를 강화했고, 당일 새벽에는 비상 2단계를 가동했으나, 양간지풍과 건조경보의 악조건 속에서 소나무 전도와 전선 단선에 따른 불씨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참고로 국가산불실험센터에 따르면, 무풍 상태에 비해 6㎧의 바람이 불 때 산불은 26배 더 빠르게 확산하며, 수분 함량 15% 이하 낙엽은 35%인 낙엽과 비교했을 때 발화율이 약 25배 높다고 한다.

다행히 산불 발생 신고접수 후 단 10분 만에 기관별 비상체계로 돌입하는 등 골든타임 내 신속한 초동 조치와 민·관·군·경 공동 대응체계가 유기적으로 가동되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또, 전국에서 달려와 산불진압은 물론 완전 진압 후 이재민 지원과 피해복구를 도와주신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각계에서 답지해온 후의와 온정은 우리 경포, 강릉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이재민들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문중 땅을 선뜻 내놓은 지역 가문의 어른들, 서툰 글씨로 응원의 손 편지를 보낸 어린이와 구호 물품을 보내주신 시민들, 커피와 음식을 무료 제공해 주신 음식점, 워크숍 대신 자원봉사를 해주신 많은 기업·단체를 비롯하여 침체한 상권을 돕기 위해 강릉으로 여행을 와주신 관광객들…. 도움 주신 분들 모두, 결코 잊을 수 없는 희망과 구원의 손길들이다.

어느덧 1년, 경포 일대엔 여전히 화마의 상흔이 남아있지만, 새봄을 맞아 새잎이 나고 갖가지 봄꽃도 피고 있다. 지난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 행사는 ‘4·11 강릉산불’ 피해지인 경포 안현동 일대에서 가졌다. 민둥산으로 변해 버린 산에 어린 산벚나무와 동백나무를 심는 일은 깊은 참회와 새 생명의 희망이 섞인, 일종의 기도였다. 또 지난 3월 마지막 주말에는 우리 공무원들이 직접 송정∼사천 해안가에서 송림 검불 제거 자원봉사를 하며 산불 예방 각오를 다시금 다졌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아름다운 산하는 미래의 후손들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잘 보존함은 물론, 더욱 풍부하게 가꾸어 잘 물려줄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강릉시 모든 공직자는 그 어느 해보다 엄중한 자세로 산불 예방에 철저히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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