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번째 질주 ‘런닝맨’, 1000회까지 잘 달릴까[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4.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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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런닝맨’ 포스터. 사진 SBS



지난 14일 TV에서는 대한민국 방송사에서 기념할 만한 방송이 전파를 탔다. SBS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런닝맨’이 700회를 맞은 것이다. 2010년 7월11일 첫 방송 된 ‘런닝맨’은 더불어 국내 최장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역사도 썼다.

“국내 최장수 버라이어티”라는 MC 유재석의 선언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 중에는 2007년 방송을 시작한 KBS2 ‘1박2일’이 있지만 ‘1박2일’은 네 번의 시즌 동안 거의 프로그램을 새로 조각하는 변경을 거듭해온 탓에, 처음 시작한 멤버가 거의 온존하고 형식이 그대로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이 유일하다.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예능 역사에 ‘런닝맨’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런닝맨’은 14일 방송에서 700만원의 상금을 차감하면서 멤버들이 게임을 통해 이를 막는 게임 미션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700회를 축하하는 각종 소품들과 기념품들을 소개했다. 멤버들도 결국 미션에 성공하면서 눈물도 보여 1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가족처럼 호흡을 맞춘 저력을 보였다.

14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 700회 주요 장면. 사진 SBS



‘런닝맨’의 예능사적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단일한 형식으로 13년을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기를 펴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 예능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런닝맨’을 통해 예능의 작법을 익힌 연출자, 작가들이 계속 그 이름으로 그 세계관을 잇는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런닝맨’의 대표적인 연출자 조효진PD는 ‘런닝맨’ 이후 넷플릭스에서 ‘범인은 바로 너!’와 ‘신세계로부터’를 연출했다. 2022년부터는 디즈니플러스의 ‘더 존:버텨야 산다’의 시즌을 제작 중이다.

또 다른 ‘런닝맨’ 출신 정철민PD는 SBS ‘미추리 8-1000’과 tvN ‘식스센스’에 이어 tvN ‘아파트 404’를 연출하며 ‘공간 추리 버라이어티’의 길을 걷고 있다. 최보필PD는 ‘수학 없는 수학여행’을 거쳐 오는 23일 첫 방송 되는 ‘틈만나면,’을 연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런닝맨’이 키우고 길러낸 스태프들은 많다.

14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 700회 주요 장면. 사진 SBS



무엇보다 한국 예능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창기 ‘런닝맨’은 서로를 추적하면서 등에 있는 이름표를 떼는 비교적 단순한 형식을 갖고 있었다. 버라이어티 특유의 역동적인 규칙에 멤버들 개개인의 캐릭터성이 융합하면서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확장성을 보유했다. 각종 해외 시상식에서 10차례 넘는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정기적으로 팬 미팅과 콘서트를 여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수확과 함께 숙제도 여전히 갖고 있다. 우선 최근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청률과 그 형식, 출연자들의 기시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런닝맨’의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러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추세지만, 주말 버라이어티라는 입지를 놓고 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그리고 최근 이광수와 전소민이 하차하면서 6인 체제가 된 멤버들 역시 나이가 들었다. 2024년 만으로 멤버들의 평균나이가 47세가 넘었으며 38세인 양세찬이 막내급이다. 맏형급이 쉰이 넘고, 40대가 주력이 된 프로그램에서 ‘런닝맨’ 특유의 질주하는 체력을 기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멤버를 수급하려 하더라도 기존 멤버들과의 호흡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 역시 쉽지 않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 699회 주요장면. 사진 SBS



이러한 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은 시즌제가 아닌 ‘런닝맨’의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최근 지상파를 중심으로도 시즌제가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13년을 한 주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끌고 간다는 편성은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함이 누적돼 지루함으로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결국 ‘런닝맨’은 변화하는 매체환경의 변화에도 어떻게 마주 서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런닝맨’의 가능성을 믿는 SBS의 방침이 ‘런닝맨’ 장수의 원인이 됐으며, 최근 종방이 선언되고 있는 ‘세상에 이런 일이’와는 다른 지점이다. “1000회까지 가자”는 멤버들의 소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반 이상의 질주가 필요하다. 과연 700회의 관록으로 이들이 ‘무한대의’ 질주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이제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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