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공시 1년 뒤 삭제···내규 적용에 통제 안돼

김창영 기자 2024. 4.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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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사각지대' 새마을금고
금감원 통제 4개 상호금융과 달리
느슨한 감독 받으며 사고 우려 커져
행안부는 전문성 결여에 맹탕 대책
"법체계 바꾸고 감독업무 이관해야"
이달 1일 오후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 검사팀이 현장 검사를 마치 뒤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새마을금고의 불투명한 정보로 대출 연체율 급증, 작업 대출(용도 외 사업자 대출) 논란 등 각종 금융 사고 우려들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맹탕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개 상호금융기관들은 금융 당국의 깐깐한 통제를 받고 있지만 유독 새마을금고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기준이 적용되는 등 잣대가 느슨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 감독 법체계를 바꾸고 감독 업무도 행안부에서 금융 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사 결과가 비공개로 전환된 것은 중앙회의 반발 때문이다. 2017년 감사 결과 공개가 중단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당시 행안부는 이를 부인하며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2019년 이후로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2019년까지는 자발적으로 중앙회 정기 감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해왔으나 공개 의무 대상이 아니고 지적 사항과 신분이 노출된다는 중앙회 측 반발도 있어 공시를 중단했다”며 “앞으로도 감사 결과 공개를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에 타 상호금융기관과 다른 잣대가 적용되면서 제재를 비롯한 중요 공시도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감독하는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은 각 협동조합법 시행령에 근거해 금융위원회가 경영 공시 사항을 정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상 중앙회장이 정하기 때문에 공시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또 4개 상호금융기관 감독 업무에는 금감원이 정한 세부 기준(상호금융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이 적용되나 새마을금고는 행정규칙이 아닌 중앙회 내부 매뉴얼(여신업무방법서)을 따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고 기준이 느슨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는 내규 혹은 내부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방법서와 정관이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협동조합들과 세부 감독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느슨해진 사이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로 새마을금고의 전체 연체율은 2022년 말 3.59%에서 2023년 말 5.07%로 1.48%포인트 올랐다. 이는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기관 연체율(2.97%)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치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올해 1월 6%대, 2월 7%대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처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재연 우려가 커졌다.

새마을금고의 작업 대출도 수년 전부터 적색 신호가 있었는데도 방치됐다. 작업 대출은 사업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 없이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쓰는 행태를 가리킨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0년 7월 일선 금고에 작업 대출 점검 지시를 내렸지만 개별 금고들은 이를 무시하고 작업 대출을 계속했다. 2022년 저축은행업권에서 불법 작업 대출이 대거 적발됐을 당시에도 금감원이 중앙회에 작업 대출 점검을 요청했으나 최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사례와 같은 편법 대출이 이어졌다. 중앙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양 당선자의 대출을 취급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의 전체 주택담보 개인사업자 대출을 조사한 결과 53건 가운데 40건가량이 작업 대출과 유사한 사례로 확인됐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체계 개선이 시급하지만 행안부는 재탕 대책만 늘어놓으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 행안부는 정부 합동 감사를 받는 개별 금고 수를 2013년 40곳에서 2022년 10곳으로 줄였다가 관리 부실 지적이 잇따르자 대상을 다시 지난해 20곳, 올해 36곳으로 늘렸다. 합동 감사 실시 횟수도 지난해부터 매년 실시하도록 바꿨다. 그동안 예금보험공사를 새마을금고중앙회 정기 종합 감사에만 참여시켰다가 이달부터 개별 금고 정부 합동 감사에도 예보 인력을 투입시켰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 사태의 본질적 문제는 주무 부처인 행안부의 감독 전문성 부재, 불투명한 정보, 행안부·중앙회의 개별 금고 통제 불능이라며 법체계를 개선하고 감독 업무는 전문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용협동조합법에 특례 조항(95조)을 넣어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신용 업무를 신협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새마을금고도 대상에 넣어 법적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금융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동 감사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서 전문성 없는 행안부가 제대로 감독할 수 있겠느냐”며 “중앙회가 개별 금고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배구조, 불투명한 정보 공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협법 95조에 새마을금고를 추가하는 등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행안부에 검사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새마을금고 감독 업무를 금융 당국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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