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잊히면 안 되는데 마음아파”…세월호 10주기 앞둔 팽목항
휴일 기억관에 가족 단위 추모객 등 발길
예전보다 사람줄고 주변에 여객선터미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휴일이라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특별한 추모 행사도 없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좀 놀랐습니다.”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을 찾은 강민정씨(45)는 “세월호 참사가 벌써 잊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경남 진주에 사는 강씨 가족은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이날 팽목항을 찾았다.강씨의 아들 김운성군(12)은 “형·누나들이 어른이 되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의 말처럼 세월호 10주기를 앞둔 휴일임에도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은 예전보다 많지 않았다. 강씨 가족을 포함해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팽목항 등대 ‘기억의 벽’에 적힌 글들을 읽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진도 팽목항은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다 침몰해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 항구다. 구조된 생존자를 비롯해 배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희생자들이 가족들과 처음 만났던 곳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인양돼 목포 신항에 거치될 때까지 팽목항의 임시 컨테이너 숙소에서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사연으로 팽목항에는 지금도 ‘기억관’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팽목항 주변은 지난 10년간 크게 변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기억관 옆에는 진도∼제주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3층짜리 여객터미널 등이 새로 생겼다.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끝내 도착하지 못했던 수학여행지 제주는 팽목항에서 바닷길로 101.9㎞ 떨어져 있다. 세월호의 절반 정도 크기로 새로 건조된 여객선은 승객 606명과 승용차 86대를 싣고 제주까지 90분이면 도착한다.
팽목 기억관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박정민(38)·손선현씨(36) 부부도 이날 아이도 함께 팽목 기억관을 찾았다.
박씨는 “참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았는데 희생된 친구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세월호 참사가 많이 잊히고 있는 것 같다. 학교로 돌아가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억관 방명록에는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죄송하다” “평생 기억하겠다” “잊지 않고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다짐들이 며칠 새 빼곡했다. 전남도는 이날 오전 팽목항에서 추모제를 열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팽목 기억관에서 앞에서 시민들이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자원봉사자 이남지씨(62)는 “노란색 실과 보라색 실을 엮어 팔찌 등을 만드는 행사는 시민들이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라며 “책임있는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도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운영되는 등 광주와 전남지역 곳곳에서는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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