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위 큼직한 고기에 자꾸 젓가락 갔는데…손해보는 일이었네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4. 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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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다이어트 중인 A씨. 저녁 회식 자리가 생겼다. 메뉴는 삼겹살.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에 A씨는 식욕을 참기 힘들어진다. 고기 몇 점을 먹기로 한다. 불판에는 다양한 크기의 고기 조각들이 있다. A씨가 조금이라도 다이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크기의 고기를 먹어야 할까.

미국 연구팀이 최대한 작은 크기의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매들린 하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주립대 감각평가센터 교수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음식 조각의 크기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속도 뿐 아니라 먹는 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식욕’에 발표했다. 음식 조각의 크기가 커질수록 음식을 먹는 속도가 빨라지고 전체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평균연령 41세의 성인남녀 7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3회에 걸쳐 음식을 먹도록 했다. 매회 음식 조각의 크기는 달리 했다. 음식으로 프레첼을 제공했으며 대, 중, 소로 조각 크기를 달리했다. 제공한 조각 크기는 다르지만 총량은 70g, 약 2.5인분 정도로 동일하게 지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마다 음식을 먹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가 음식을 먹는데 보낸 시간과 한 입에 얼마만큼의 프레첼을 먹는 지 분석했다. 참가자가 누적으로 먹은 프레첼의 양과 그 양에 따른 칼로리도 계산했다.

그 결과, 조각의 크기에 따라 참가자들이 섭취하는 총량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소형 및 중형 프레첼에 비해 대형 프레첼을 각각 약 31%, 약 22% 더 많이 섭취했다. 프레첼 크기가 클수록 먹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평균적으로 먹는 한입의 양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음식의 조각 크기가 클수록 사람이 더 빨리 먹고 더 많이 먹도록 유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식습관과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데 음식의 형태도 고려해야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음식 조각 크기에 따라 섭취량이 달라지는 것은 사람 뇌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 음식을 잘게 잘라 놓으면 음식의 양이 많다고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마 구오지에 중국 산시사범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올 2월 국제학술지 ‘음식 품질 및 선호도’에 “사람의 뇌는 무게보다 수량을 기준으로 전체 크기를 감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3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같은 중량의 초콜릿 사진을 조각을 달리해 제시하고 어떤 사진이 더 양이 많이 보이는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같은 중량이어도 조각 수가 많을수록 양이 더 많다고 응답했다.

[사진=픽사베이]
같은 맥락으로 음식의 양이 많아 보이도록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장은재 동덕여대 임상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에 발표한 ‘밥그릇의 크기와 형태에 의한 시각적 차이가 정상체중 여대생의 섭취량과 포만 정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다이어트 밥그릇을 이용하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다이어트 밥그릇은 겉모습은 일반 밥그릇과 같지만 밑바닥을 높여 시각적으로 양이 많아 보이도록 한 그릇이다. 일종의 착시효과를 유도한다.

연구팀은 평균 나이 20.5세의 여성 3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1주일에 1회씩 3주 동안 첫째 주에는 일반 밥그릇에, 둘째 주에는 다이어트 밥그릇에, 셋째 주에는 작은 밥그릇에 각각 같은 300g의 김치볶음밥을 담아 점심으로 제공했다. 그런 다음 각 그릇에 따른 시각적 인지 차이와 식후 포만 정도를 분석했다.

어느 그릇에 담긴 음식량이 많아 보이는지 시각적 인지 정도를 5점 척도로 평가했는데, 다이어트 밥그릇이 4.0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이어트 밥그릇에 담긴 음식량이 가장 많아 보인다는 의미다. 식후 포만 정도 역시 다이어트 밥그릇을 사용했을 때 가장 높았다. 10점 만점에 다이어트 밥그릇은 8.59점, 작은 밥그릇 7.62점, 일반 밥그릇 7.32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결과로 미뤄볼 때 시각적 착시 효과는 실제 섭취량보다 포만감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적은 양을 섭취하더라도 착시 등 외부 식이 환경으로 스스로 많이 먹었다고 인지하면 포만감을 느끼기에 다이어트 밥그릇을 사용하면 섭취량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섭취량은 결국 칼로리와 관련이 있다. 섭취량이 많아지면 칼로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칼로리는 에너지 단위로 물질을 연소시켰을 때 발생하는 열이 물을 얼마나 데울 수 있는지로 측정한다. 14.5도의 물 1g을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을 1㎈라고 정의한다.

몸 속 칼로리 소비는 소화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화율이 높아질수록 칼로리는 상승하고, 소화율이 낮아질수록 칼로리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같은 ‘콩’이라 하더라도 소화가 잘되게 물에 불리거나 구울 경우 체내 흡수량이 늘어나는 만큼 칼로리도 높아진다. 생감자도 칼로리가 100g당 63㎉지만 불에 구우면 70㎉로 높아진다. 김이나 미역 같이 잘 소화가 되지 않는 식품은 칼로리가 낮게 분석된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배가 고플 때 식이섬유 음식을 많이 섭취하도록 조언한다.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섭취하는 칼로리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또 음식을 잘게 잘라 식사 시간을 길게 가지도록 추천한다. 그만큼 입을 많이 움직이고 소화기관도 오랫동안 움직이면서 체내 칼로리 소비량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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