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티켓 222만원…암표법 개정에도 속수무책
공연계 비정상 예매 취소 나서기도
처벌 강화했지만 여전히 구멍 숭숭
“암표 정의부터 명확히”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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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만원, 180만원, 170만원…. 한달 아르바이트 비용이 아니다. 임영웅 콘서트 자리 값이다. 12일 기준 티켓 양도 사이트 티켓베이에서는 정가 18만7천원인 5월 임영웅 콘서트 브이아이피(VIP)석이 222만2200원으로 치솟았다. 시야가 방해받는 에이(A)석조차 11만원에서 22만원으로 배로 뛰었다. 티켓베이에서 임영웅을 검색하면 나오는 티켓 양도 글 700여개 모두 제값보다 비싸게 팔고 있고, 그 중 30개는 100만원이 넘는다. 지난달 22일부터 개정 공연법 시행으로 불법 티켓 거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암표상들은 더욱 활개를 친다.
공연계 전체는 오래전부터 암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3년 2161건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공연이 활발해진 영향도 있지만 표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매크로)이 기승을 부린 탓이 크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코로나 시기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발달했고 또 널리 확산됐다. 현재 공연 전체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예매가 50%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크로 암표 조직이 암암리에 활동했다면, 이제는 매크로 자체를 맞춤 설정해 개인에게 판매도 한다. 원하는 예매처를 정할 수 있고 설정 단계에 따라 단가도 1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무료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윤동환 회장은 “매크로 구입이 쉬워지다 보니 개인이 암표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에서도 대리 티케팅 게시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량 구매 뒤 가격을 올려 되파는 매크로 암표 조직과 달리 의뢰를 받고 움직인다. 대리 티케팅 경험이 있는 한 관객은 “내 아이디와 비번으로 접속해 예매를 해주고 성공하면 수고비를 받는다. 공연 실명제가 늘면서 대리 티케팅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집단부터 개인까지 암표상이 날뛰니 구매 과정에서 사기 피해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오는 27일 시작하는 나훈아 은퇴 콘서트 피해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어른들 선물 주려고 나훈아 콘서트 표 알(R)석 31만원 중에서 20만원을 입금했는데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글이 지난 9일 중고나라에 올라왔다. 지난해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진행한 ‘공연 예매 및 암표 거래 이용자 의견 조사’를 보면, 응답자 572명 가운데 26.1%가 티켓 구매 시 사기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금액이 대부분 5만~20만원(57.2%) 정도여서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가짜 결제 링크를 만들거나 3자 거래 등 사기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어서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다 못한 공연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임영웅 기획사 물고기뮤직은 “현재 중고나라, 당근, 티켓베이를 법적으로 제제할 방법은 없다. 예매처와 함께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예매된 티켓을 일일이 확인하며 강제 취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시경의 소속사 에스케이재원은 지난해 연말 콘서트를 앞두고 암표가 많은 앞자리 티켓은 현장 수령만 가능하게 했다. 성시경의 매니저가 직접 암표상을 추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에 팬들이 심적 부담을 느낄 경우 무턱대고 밀어붙일 수도 없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부정 거래 의혹을 받고 공연을 못 본 억울한 팬이 등장하자 지난 9일 소명 절차를 간소화하고 가족과 지인 간 대리 예매를 허용하는 등 엄격했던 규정에 힘을 뺐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암표상 잡으려다가 팬들이 불편해지면 결국 불만이 쌓여 떠날 수 있기에 기획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개정 공연법에 따르면 매크로로 티켓을 구입해 부정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허점은 존재한다. 1973년 만들어진 경범죄처벌법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만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또 매크로를 사용해 예매할 경우 의심은 할 수 있지만 명확한 확인은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고 지인을 동원해 표를 예매하고 온라인에서 수백만원에 판매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며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매크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추첨제, 티켓 실명제 등 다양한 대안도 제시된다. 공연을 자주 보는 한 관객은 “일본처럼 추첨제로 하는데, 1차는 유료 팬클럽을 상대로, 2차는 일반 관객을 상대로 추첨하는 것도 방법 같다”고 했다. 방탄소년단(BTS)이 추첨제를 시행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가수 장범준이 발행과 동시에 거래 정보가 기록되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티켓을 발행하기도 했다. 아이돌 가수 팬미팅에서는 유료 팬클럽 회원을 상대로 정보무늬(QR코드)를 제공하는 방식도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재판매 때 이윤을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고령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다.
윤동환 회장은 “현재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암표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게 우선이다. 정가 이상 판매하면 암표인지, 지정 거래처가 아닌 곳에서 거래되는 것이 암표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이를 명확히 규정한 다음 거기에 맞는 대안이 차근차근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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