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왜 중동 최대의 적 됐나…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돌아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전까지만 해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란 팔레비 왕조(1925~1979) 시절엔 이스라엘과 미국에 우호적이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포한 뒤 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독립 국가로 인정할 정도였다.
팔레비 2대 국왕 모하마드 레자 샤가 집권했을 당시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란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면서 양국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혁명 정부는 ‘오만한’ 강대국에 맞서겠다며 미국에 등을 돌렸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도 단교했다.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며 미국이라는 ‘큰 사탄’ 옆의 ‘작은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또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불법으로 점령했다고 봤다.
그래도 양국 관계는 1980년대까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이 이란에 제공한 미사일은 약 1500기에 달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는 이란을 통해 이라크를 견제하고 이란에서의 이스라엘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후 이란이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 단체를 조직 및 지원해 역내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이란은 이슬람권 전역에 이슬람 근본주의의 광풍이 불게 하는데 일조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관계는 이후에도 악화 일로를 달렸다. 1992년 이스라엘 대사관 앞 폭탄 테러로 29명이 숨지고,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 건물에서 발생한 테러로 85명이 사망한 사건 등에 대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관계는 갈등이 치달았다.
이스라엘이 안보의 ‘중대 위협’으로 여기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양국의 커다란 갈등 요인이다.
2005년 이란은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당선됨과 동시에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공격을 시작하며 맞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과학자들을 암살했고 2010년에는 악성 컴퓨터 코드 ‘스턱스넷’(stuxnet)을 투입해 이란 내 우라늄 농축 시설 작동을 마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환영한 국가는 이스라엘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양국 관계를 둘러싼 긴장감은 커졌다.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은 이스라엘군 진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나섰고, 세계 물류의 요지로 통하는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한 공격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했고, 이란은 12일 만에 드론과 미사일 수십 대를 쏘며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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