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이’라 놀릴래?…싼 맛에 한 번 샀다가 좋으면 너도나도 살텐데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4. 4. 14. 0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샤오미 전기차 SU7 [사진제공=샤오미]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은 신상 전기자동차 모델이 하나 있어요. 중국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SU7’이에요. 지난달 말 중국에서 출시된 이 전기차는 출시 4분 만에 1만 대, 27분 만에 5만 대가 팔린 데 이어 하루 동안 9만 대 가까이 팔리며 화제를 모았어요.

SU7은 공개된 주요 성능이 가격 대비 아주 좋아서 확실히 주목받을 만했어요. 예전부터 샤오미의 전자제품에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답지 않게 성능이 훌륭하다’는 뜻으로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어요. 이번에도 차량 공개 직후 비슷한 평가가 이어졌죠.

고급 성능에 ‘가성비’ 챙긴 SU7
샤오미가 공개한 전기차가 어땠기에 불티나게 팔려나갔을까요? 고급차 브랜드인 포르쉐를 닮은 디자인의 SU7은 성능도 다른 차량에 뒤지지 않아요. 특히 대형 차량인데도 전기차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1회 배터리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최대 700㎞에 달해요.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 3’보다 100㎞나 길죠. 급속 충전으로 15분만 충전해도 350㎞까지는 달릴 수 있다고 해요. 최고 속도 또한 경쟁 차량보다 빠르거나 비슷한 수준이에요.

가격은 기본 모델이 21만 5900위안(약 4000만원)부터 시작해요. 경쟁 차량인 테슬라 모델 3보다 약 550만원 정도 저렴해요. 실제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저렴한 수준이래요. 고성능 모델은 29만 9900위안(약 5580만원)인데, 포르쉐의 고급 차량과 맞먹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3분의 1에 불과해요. 사실상 적자까지 고려한 가격 책정이라는 평가가 많아요.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샤오미는 크든 작든 경쟁의 왕”이라며 “앞으로 5년간 경쟁에 대처할 현금이 1300억 위안(약 24조원) 넘게 준비돼 있고, 최소 5년 간의 적자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지난해 BYD(비야디)와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을 인하하며 ‘가격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샤오미도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에 합류한 거예요.

샤오미 레이쥔 회장 <연합뉴스>
SU7은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제품을 만들던 샤오미가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3년 만에 내놓은 제품이에요. 애플의 경우 오랫동안 전기차를 개발하다가 포기했지만, 샤오미는 정말 빠르게 출시에 성공했죠. 전기차 회사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가전을 이미 제조하고 있어서 자체 운영체제(OS)로 전기차·스마트폰·가전제품을 모두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혀요.
전기차 기회 꽉 잡은 중국
물론 SU7 공개 후 부정적 반응도 이어지고 있어요. 일단 외관이 포르쉐나 맥라렌 등 유명 자동차 업체들의 디자인을 베낀 것처럼 비슷해서 ‘짝퉁’ 논란이 벌어졌어요. 중국 언론조차 “더 이상 모방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을 정도예요. SU7의 사고 사례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면서, 주행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 또한 아직 존재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샤오미에 주목하는 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워낙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어서예요.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서 세계 전기차 경쟁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거든요.

BYD의 전기차 ‘시걸’ <로이터연합뉴스>
샤오미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기차를 선보였지만, 중국 전기차는 이미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전기차 1위 업체는 단연 테슬라일 거예요. 아마도 압도적 1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을 테고요. 하지만 실제로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와 세계 1·2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요. 지난해 4분기에는 BYD가 테슬라를 꺾고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어요. (올해 1분기에는 테슬라가 1등이었대요)

전기차 시대 이전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별로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러다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이 이뤄지면서, 중국이 역전 기회를 잡았죠. 오랜 시간 축적된 엔진 기술이 필요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하자, BYD와 CATL 등 세계적 배터리 회사들을 보유한 중국이 급격히 떠오른 거예요.

중국 시장이 워낙 커서 BYD, 지리자동차, 니오, 샤오펑, 상하이자동차 등 여러 기업이 동시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인 데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이었죠. 중국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보급률은 이미 50%에 근접했을 정도로 높아요. 국민 절반은 전기로 달리는 차를 탄다는 거예요.

중국 “세계 시장도 주도할 거야”
중국 전기차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이었어요. 중국은 전기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부었어요. 한국처럼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기업들에 보조금을 직접 줘서 기본 가격을 낮추게 했죠. 그래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내수용은 물론 수출용 전기차도 더 저렴하게 팔 수 있었어요. 2022년까지 중국이 전기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만 1600억 위안(약 30조원)에 달한다고 해요.

이렇게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폭풍 성장하던 중국 업체들은 이런 전략의 한계를 알고 있었어요. 중국에선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이 꽤 많아졌으니까요. 그래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도 점점 늘리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전기차를 158만 대나 수출한 압도적인 1위 수출국이 됐어요. 작년 자동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동남아 3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모두 공략하고 있죠.

자료=중국승용차협회
특히 태국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실적이 압도적이래요. 작년 기준 태국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7만 6366대) 가운데 BYD(30%)·네타(20%)·MG(17%)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80%에 달했다고 해요.
이러다 밀릴라…긴장한 미국·유럽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카드를 꺼내 들고 있어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담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에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제품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규정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 우려 기관’의 배터리나 배터리 광물을 쓴 자동차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인터넷 연결 기능이 있는 자동차)’의 미국 내 운행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지난 2월 말 밝혔어요. 중국 정부가 이런 자동차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예요. 이런 조치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려는 의도 또한 포함돼 있어요.

지난해 9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강자였던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어요. 최근 들어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래요.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조사했고, 중국 정부가 경쟁을 불공정하게 만드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단했어요.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으로 들어올 때 부과하는 관세율 10%를 조만간 큰 폭으로 올릴 계획이에요.

중국 정부는 EU의 조사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지만, 이미 중국 업체들은 세계 곳곳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어요. BYD는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 테슬라와 당당하게 겨루는 기업이 됐죠. 이런 상황에서 전자제품 제조업의 강자인 샤오미까지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고요. 샤오미는 저렴한 소형 전기차로 세계를 공략했던 BYD와 달리, 고급 중대형 전기차 시장을 노릴 계획이래요. 15년 안에 ‘세계 5대 자동차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해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산 자동차는 못 믿는다’는 생각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소형 차량부터 고급 차량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중국이 완전히 주도하려는 모양새예요. 최근 들어 성장세가 조금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은 아주 유망한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데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기회를 잡은 중국은 과연 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무료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디그 구독하기’를 검색하고, 정성껏 쓴 디그의 편지들을 만나보세요. 아래 주소로 접속하셔도 구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https://www.mk.co.kr/newslette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