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몸 속 유산균도 다르다는데…대장암 누가 더 취약할까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4. 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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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률 4위에서 3년만에 2위로
혈변·검은변·설사 등 주요 증상
분당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팀
“장내 유산균 많을수록 덜걸려”

70대 남성 A씨는 올해 초 배가 심하게 아프고 검은색 혈변을 보는 일이 잦았다. 진통제를 아무리 먹어도 증세가 낫지 않아 큰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A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곧바로 수술했다.

국내 대장암 환자가 늘면서 대장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교수팀이 인체에 유익한 세균으로 알려진 유산균, 낙산균 등이 대장 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대장암이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 한다. 대장의 대부분이 결장이기 때문에 대개 결장암을 곧 대장암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자 수는 3만2751명으로, 전체 암 중에서 두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발병률 1위는 갑상선암(3만5303명)이다. 2019년만 해도 4위였던 대장암은 이제 폐암 등보다 환자 수가 많아졌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갑자기 변을 보는 게 힘들어진 경우, 변 보는 횟수가 바뀐 경우, 배변 후 변이 남은 듯 무지근한 느낌이 날 경우, 잦은 설사·혈변·점액변을 볼 경우, 복통·복부팽만 등 복부 불편감이 느껴질 경우, 복부에서 덩어리같은 것이 만져질 경우 등이 꼽힌다.

안병규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대장은 길이가 긴데다 뱃속의 상하좌우에 걸쳐있기 때문에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며 “오른쪽 대장은 항문에서 제법 떨어져있는데 이곳에 암이 발생할 경우 검은색에 가까운 변을 보거나 빈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왼쪽 대장은 오른쪽에 비해 직경이 좁아 암이 조금만 자라도 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폐색, 변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성별, 연령, 가족력, 흡연 여부, 기름진 음식·육류 위주 식습관 등이 꼽힌다. 살이 찌면 대장암 발생 위험도가 약 1.5배에서 3.7배 정도까지 높아진다는 점에서 허리 둘레의 증가도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여성보단 남성에서 약 2배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성호르몬도 발병기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에는 대장 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장내 세균’이 암 발병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대장암, 대장선종 등 대장 질환의 발병률이 낮은 여성과 55세이하 연령대일수록 유산균, 낙산균 등 장내 유익균이 많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앞서 김 교수는 성별, 연령 등의 요인과 장내 세균총의 변화, 대장암 발병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해 실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여기에는 2021~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장선종이나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대변 데이터가 사용됐다.

그 결과 대장선종이나 대장암을 앓는 환자보다 그렇지 않은 건강한 대조군에서 장내 유익균이 유의미하게 많았다. 특히 남성보단 여성이, 55세 이상보단 이하 연령대 사람일수록 유산균과 낙산균 분포가 두드러졌다. 김 교수는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라며 “여성은 통계적으로도 남성이나 고령에 비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은 집단인데 유산균, 낙산균 등 장내 유익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여성의 장내세균총에서 발견되는 유익균을 분석해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장암의 예방뿐 아니라 수술 후 경과 개선에도 유산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 교수는 “대장암 수술은 장을 절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갖고 있던 장내 미생물들의 양과 분포가 달라지게 된다”며 “수술 후 변비 혹은 잦은 설사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유산균을 복용하면 증상이 개선된다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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