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반 허다윤 학생 아빠 허흥환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9]

신선영 기자 2024. 4. 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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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유해를 찾기까지 1127일이 걸렸다.

허흥환씨(60)는 2017년 세월호가 인양되고 나서 딸의 유해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안산의 집과 일터로 돌아간 그는 '세월호를 마음 한구석에 놓고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인양 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해수부 담당자들의 유골 은폐 논란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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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허흥환씨는 오랜 기간 진도와 목포에 머물면서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시사IN 신선영

딸의 유해를 찾기까지 1127일이 걸렸다. 허흥환씨(60)는 2017년 세월호가 인양되고 나서 딸의 유해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참사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을 진도와 목포에서 보냈다. 2017년 9월23일, 허다윤 학생과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은 이틀간 ‘이별식’을 치르며 장례를 대신했다. 남은 미수습자 가족을 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다시 안산의 집과 일터로 돌아간 그는 ‘세월호를 마음 한구석에 놓고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진도와 목포에서 보낸 시간이 다 기억나지 않아요. 딸의 유해 일부를 찾은 것 말고는 기억이 싹 사라진 것 같아요. 다른 미수습자도 모두 찾아서 함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결국 다섯 분이 남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하기 전, 진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던 날(2017년 3월30일) 저녁에 머리를 깎았어요. 다윤이가 짧은 머리를 좋아했거든요. 배가 올라오면 다윤이도 곧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가 인양되고 나서도 오래 기다렸어요.

인양 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해수부 담당자들의 유골 은폐 논란이 있었어요. 다윤이 엄마와 은화 엄마가 해수부 관계자 두 명에 대해 선처를 요청하는 손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어요. 유해가 부분적으로 나올 때마다 언론에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거든요. 최종 유전자 검사가 끝나면 알려달라고요. 못 찾고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서였어요. 처음에 다윤이 유해도 남자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가, DNA 감식 결과로 바뀌었거든요. 그런 과정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돼요. 그런데 알리지 않았다고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물었으니, 속내를 모르는 거죠.

다윤이는 애교가 많은 아이였어요. 퇴근길에 학교 앞에서 만나 같이 집에 가곤 했어요. 학교가 끝나면 저에게 바로 전화가 와요. 아빠도 빨리 오라고.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에는 초지역으로 걸어와서 퇴근하는 저를 기다렸다가 같이 가기도 하고요.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으면 사달라고 조르고, 겨울에는 지하철역 매점에서 따뜻한 빵을 하나씩 먹으면서 집에 가던 기억이 나요. ‘아빠 껌딱지’였어요. 귀찮을 정도로요.

아무리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는다 해도, 대비하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요. 사고가 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잘못한 것은 인정해야 해요. 현재까지 세월호 관련 재판 결과를 봐도 다 무죄로 판결 나잖아요. 결국 시늉뿐이고 특조위가 있어도 권력 앞에서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치인들이 하는 약속은 진정성이 없어요. 요즘은 정치 뉴스도 안 봐요. 세월이 약이지, 누가 그걸 치료하겠어요. 매년 그 시간은 돌아와요. 세월호는 마음속에 평생 짊어지고 가야죠.”

2017년 3월30일 저녁, 허흥환씨가 진도 팽목항에서 목포신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이발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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