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 후 고양이 '극적 구조'...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 어디까지 왔나

대만 강진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건물에서 고양이가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진 발생 당시 주인은 고양이를 홀로 두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건물에 사는 다른 주민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구하러 집 안에 들어갔다가 여진에 따른 추가 붕괴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산케이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지진 영향으로 크게 기울어진 대만 화롄시 9층짜리 주상복합 '천왕성 빌딩'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철창에 갇힌 채 발견됐다. 구조 대원들은 사다리차에 올라 고양이를 마취시킨 뒤 창문 철근을 잘라냈다. 구조된 고양이는 무사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8층 주민이 키우던 이 고양이의 이름은 '감귤'이다. 건물 붕괴 우려로 지난 5일부터 철거가 시작됐는데, 현장을 찾은 주인이 7층 철창 사이에 끼어 있는 감귤을 발견했다. 지방 당국은 즉각 철거 작업을 중단하고 구급차와 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일부 현지 언론은 구조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감귤이 약 일주일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 대피를 두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일본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반려동물과 함께 있고 싶은 일부 주민들이 동물 수용이 어려운 피난소를 피해 차에서 자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자택에 남기를 택한 사례가 잇따랐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소유자는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정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에서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 목록을 만들고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대피에 성공했더라도, 함께 머물 수 있는 대피소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재난 대피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반려동물 소유자들은 가족 재난 계획에 반려동물 항목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도,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난 발생 시 대피시설에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재난문자 등을 통한 대피명령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장소 정보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반려동물 재난 대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세부 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며 "저희가 행안부 등에 문의해 봤을 때 물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지'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 발생 시 대피를 포기하고 반려동물과 있겠다고 하거나, 함께 갈 수 있는 대피소가 없어 떠돌다가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안전이 반려인의 안전으로 직결된다는 뜻"이라며 "더 이상 동물만을 위한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우리동생(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재난 위기 대비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했다.

매뉴얼은 반려동물에게 인식표를 채우고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딱딱한 케이지를 구비할 것을 권고한다. '앉아', '기다려', '이리 와' 등 기본적인 명령과 하네스·입마개 착용, 케이지 적응 훈련은 평소에 시켜놓아야 한다. 또 이번 대만 사례처럼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의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대문 등에 구조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동생'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 서미량 기자

YTN 서미량 (tjalfid@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