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 대륙은 유독 푸바오에 열광할까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4. 4.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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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거의 실시간으로 출생부터 성장까지 지켜봤던 유일한 판다
한국에서의 푸바오 반환 계기로 ‘판다 외교’ 재개 움직임도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4월5일 중국 국영 방송사인 CCTV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아이판다(iPanda)'에 흥미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사육사 중 한 명인 우카이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우카이는 경력 11년 차의 노련한 사육사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4월3일 중국으로 되돌아간 한국 태생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출생과 양육을 책임졌던 사육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중에게는 푸바오의 전담 사육사로 한국의 강철원과 송영관 사육사만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우카이가 푸바오를 안전하게 성장시킨 또 다른 숨은 공로자였음을 짚고 있다.

2020년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가 임신하자, 우카이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에버랜드에서 장기 거주하면서 푸바오를 생후 100일까지 돌봤다. 우카이가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에 입사한 이래 판다의 출생부터 일정 단계의 성장까지 책임지는 부서에서 줄곧 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카이는 이미 100마리 이상의 아기 판다를 키웠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했다. 우카이는 "푸바오는 생후 6일부터 수일 동안 몸에 습진과 여드름이 퍼져 수의사와 사육사가 온갖 노력을 펼친 끝에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푸바오의 성장 비사도 소개했다. 우카이는 "푸바오는 생후 15일에 왼쪽 눈을, 18일에 오른쪽 눈을 떴는데, 안구가 엷은 검은색이었다"고 회고했다. 발육이 덜 된 상태에서 푸바오가 너무 일찍 눈을 떴던 것이다. 그로 인해 사육사들은 노심초사하며 푸바오를 돌봤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적인 안구를 갖도록 했다. 사실 이 영상은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가 지난해 7월24일 중국판 X(옛 트위터)인 웨이보에 공개했던 것이다. 뛰어난 사육사와 수의사를 '판다 수호자'라는 코너로 소개하면서, 그 첫 대상자로 우카이를 선정했다.

푸바오의 출생부터 성장까지 노력했던 우카이 사육사 ⓒ아이판다 영상 캡처
한국에서 중국 선수핑기지까지 동행한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오른쪽 끝) ⓒ아이판다 영상 캡처

'푸바오 특수' 누리는 중국의 판다 채널

마침 7월7일에는 아이바오가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인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낳은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우카이는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낳아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아이판다가 유튜브에 이 영상을 다시 올린 의도는 분명했다. 푸바오의 중국 반환을 계기로 고조된 관심과 열기에 편승하기 위해서다. 이는 아이판다 채널 내 조회 수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아이판다 영문판은 구독자가 331만 명에 달하지만, 올해 들어 모든 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수천 회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푸바오 관련 영상에 관한 관심과 조회 수는 넘사벽 수준이다.

4월3일 에버랜드에서 열린 푸바오 환송식의 라이브 영상은 무려 17만 명이 동시 접속해 지켜봤다. 4일 푸바오가 중국 쓰촨성 청두공항에 도착해 선수핑기지까지 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중문판에 올렸는데, 조회 수가 5만 회를 넘겼다. 중문판 구독자는 5만3000여 명이고, 다른 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수백 회에 불과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푸덕이'(푸바오 덕후)를 겨냥한 아이판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CCTV가 에버랜드와 영상을 공유하고 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에 따라 아이판다 홈페이지에는 '한국으로 여행하는 판다(재한 판다)'라는 푸바오 일가족의 전용 코너가 신설됐다. 아이판다는 전용 코너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향후 푸바오의 중국 생활을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푸바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푸바오의 환송식부터 청두공항에 도착하는 과정을 CCTV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생중계했는데, 한때 수백만 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렸다. 웨이보에서는 푸바오와 관련한 여러 검색어가 하루 종일 10위권을 장악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반환된 푸바오에 대한 높은 관심은 중국에서도 아주 이례적이다. 한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그동안 많은 해외 거주 판다가 귀환했지만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이렇게 큰 판다는 처음 본다"고 의아해했을 정도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해 해외 각국에 살고 있던 판다 17마리가 중국으로 귀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판다도 푸바오처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지난해 귀환한 판다 중에는 샹샹도 있었다. 샹샹은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린 판다였다. 샹샹이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행사에 6만 명 넘게 응모했다.

결국 2600명이 뽑혔으나, 샹샹을 보는 데 주어진 시간은 1~2분에 불과했다. 4월9일에는 샹샹의 반환 1주년을 기념해 일본에서 온라인 만남회가 열렸다. 이를 위해 일본 제작진을 샹샹이 있는 쓰촨성 야안기지에 파견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의 영상을 보면, 중·일 양국은 만남회를 공식적인 외교행사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국 내 관심은 아예 없다. 10일 현재 중국 최대 커뮤니티 앱인 샤오훙슈에는 샹샹의 만남회를 전하는 포스트가 전무하다. 그에 반해 푸바오 관련 소식은 여전히 분 단위로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푸바오에 대한 관심이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뜨거운 이유는 간단하다. 푸바오가 전체 판다 1860여 마리 중 일반인이 거의 실시간으로 출생부터 성장까지 보았던 유일한 판다이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유튜브 공식 채널과 '말하는동물원 뿌빠TV'를 통해 푸바오 관련 영상을 계속 공개했다. 그 결과 누적 조회 수는 5억 회를 넘었다. 푸바오의 인기 덕분에 공식 채널 구독자는 134만 명에 달했다. 당초 에버랜드는 어린이 관람객을 겨냥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하지만 현재 최대 시청자는 푸덕이의 주력층인 20·30대 여성으로 변했다.

이들이 푸덕이가 된 이유는 뜻밖에도 코로나19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간관계가 단절되거나 새로운 만남을 갖지 못하는 와중에 동물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판다를 온라인에서 접하는 신선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푸바오가 강철원·송영관 사육사와 보이는 즐거운 케미는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유튜브 영상이 중국 SNS와 커뮤니티 앱에 곧바로 소개됐다. 비록 중국 당국이 유튜브를 차단했지만, 한국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통해 대륙으로 전파됐던 것이다.

중국으로 반환된 후 쓰촨성 선수핑기지에서 검역 격리에 들어간 푸바오 ⓒ아이판다 SNS

판다 외교에 회의적이던 中 분위기 바뀌어

이런 현실을 중국 당국은 잘 알고 있다. 그에 따라 아이판다가 '푸바오 특수'에 적극 올라탄 것이다. 사실 지난 1~3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판다 외교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표출됐었다. 그 배경에는 미·중 갈등이 있다. 2021년 미국 멤피스 동물원에 있던 야야가 병든 듯 삐쩍 마른 채 공개되어 큰 충격을 안겼다. 2022년 미 하원의 한 의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내는 합의를 파기하자고 제안했다. 2023년 2월에는 멤피스 동물원에 있던 러러가 갑자기 죽었다. 따라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해외로 보낸 판다를 반환해 오자는 여론이 분출했다.

중국이 지난해 17마리의 판다를 귀환시켰던 이유다. 그로 인해 현재 해외에 남은 판다는 17개국 50마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푸바오 신드롬을 포착한 중국 당국이 최근 들어 전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판다 한 쌍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또한 3월에 스페인에서 반환된 판다 가족 5마리를 대신해 다른 판다 한 쌍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판다가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여전히 유용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증폭된 전 세계적인 반중(反中) 감정을 판다로 희석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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