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 닮았네” 한강 하구 점령한 ‘분홍색 생명체’... 어촌 생계 위협
11년 전 등장해 한강 하구를 점령한 지렁이를 닮은 분홍색 생명체 탓에 어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뱀장어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어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데, 이들은 이 끈벌레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SBS는 11년 전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끈벌레 때문에 한강 하구의 실뱀장어 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30년 가까이 한강 하구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온 어민 김홍석 씨는 실뱀장어 철인 봄이 되어도 조업을 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뱀장어는 인공 부화가 어려워서 실뱀장어로 불리는 새끼 뱀장어를 잡아서 양식을 하는데, 끈벌레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뱀장어의 어획량이 절반 넘게 줄었다.
실제 김 씨가 어장에 설치한 그물을 끌어올리자 실뱀장어 대신 분홍색 끈벌레가 잔뜩 딸려 올라왔다. 건져 올린 실뱀장어 두 마리는 끈벌레 점액질에 닿아 하얗게 굳어버린 상태였다. 끈벌레는 다른 물고기와 닿으면 독성이 있는 점액질을 분비해 실뱀장어를 폐사시킨다고 한다.
끈벌레는 2013년 한강 하구에 처음 나타났다. 바다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유해생물인 ‘끈벌레’가 당시 경기도 한강 하류 구간에서 대량서식하는 사실이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연가시를 닮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발견된 끈벌레는 길이 20~30㎝로 신경계 독소를 이용해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유해생물로서 분류상 유형동물(紐形動物)에 속하나 정확한 종(種)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명철 SOKN 생태보전연구소장은 “끈벌레가 언제부터 한강하구에 서식했는지, 강바닥에서 먹이 등 생태적 특성 연구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2013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등과 합동 조사를 한 결과 독성이 검출되지 않고 실뱀장어 생존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6년 전 이 지역 염분 농도가 높아져 끈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했다는 결론을 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뱀장어 어획량이 줄며 한때 45명이던 행주어촌계 어민은 이제 15명만 남았다. 정부는 조업 방식을 바꾸라고 권고하지만, 어민들은 그물포획 외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은 끈벌레 출현 원인을 다시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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