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미루고 3전4기' 김연경, 다음 봄엔 '왕관' 되찾을까[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4. 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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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프로배구 V-리그의 포스트시즌을 의미하는 '봄배구'는 끝났지만, '봄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었다. '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이 다음 시즌에도 코트에 머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깜짝 국내 복귀를 선언하며 V-리그 여자부 정상 탈환을 노렸던 여제는 그로부터 4년 후인 현재 3번의 준우승에만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열망은 그를 기어코 다시 일으켜 세웠다.

V-리그 우승을 위해 은퇴를 미루고 현역 연장을 결정한 김연경. ⓒKOVO

▶'나 김연경인데'... 여제도 지치게 했던 '논란-준우승 잔혹사'

튀르키예와 중국 무대에서 활약하던 김연경은 2020~2021시즌, 11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배구를 넘어 손흥민-류현진에 필적하는 국민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스타이자, 한국 여자배구 부동의 에이스가 돌아온 것.

여기에 국가대표팀에서 김연경과 호흡을 맞추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뒤를 받치니 시즌 개막 전부터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흥국생명은 실제로 개막 10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그렸다. 김연경이 2008~2009시즌 마지막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V-리그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머지않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2021년 2월, 이재영-이다영이 학창시절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자행한 것이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주축 선수 두 명을 잃은 팀은 연패를 거듭하다 GS캍텍스에 정규리그 1위를 내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같은 상대에게 내리 3연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국내 복귀 첫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한 후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로 이적하며 흥국생명과 작별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국내 FA 자격을 얻기 위해 흥국생명에서 1년 더 뛰어야 했다. 그는 결국 상하이와 동행을 1년 만에 마친 후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친정으로 돌아와 다시 V-리그 정상을 노렸다. 하지만 2023년 1월 권순찬 감독이 돌연 사퇴한 데 이어, '감독 권한 침범' 논란에 휩싸인 김여일 단장도 팀을 떠나며 시즌 중인 김연경과 선수단에게 큰 혼란을 줬다. 김연경은 이후 은사인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다시 올랐지만 '정규리그 3위' 도로공사에게 우승을 내줬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자, 여자부 통틀어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버스 스윕(2패 후 3연승 역전)을 당하는 굴욕까지 안았다.

2번의 국내 귀환 모두 준우승에 그친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의 6년을 채우며 마침내 국내 FA 신분이 됐다. 하지만 목표 앞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 지친 여제가 은퇴를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KOVO

▶은퇴 '2번' 미루고 다시 정상 도전... 김연경, 이번엔 웃을까

김연경은 지난해 2월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은퇴 소문이 돈다는 질문이 나오자 "아예 생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에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하자 고민 끝에 은퇴를 미루고 흥국생명과 FA 1년 계약을 맺으며 현역 연장을 택했다.

김연경은 수많은 잡음과 우승 실패로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우승에 대한 열망 하나로 선수 경력을 이어갔다. 여기에 '절친'이자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미들 블로커 김수지가 FA로 흥국생명에 합류하며 이번에야말로 '김연경 우승'을 위한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2023~2024시즌 정규리그 2위로 올라간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내리 3연패를 당하며 또 좌절했다. 김연경은 2020년 국내 무대 복귀 후, 상하이에서 뛴 2021~2022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흥국생명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뤘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치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했다.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마친 김연경은 또다시 은퇴와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섰다. 잔류 또는 타팀 이적으로 우승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매번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충격으로 인해 이번만큼은 은퇴를 선택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김연경의 답은 이번에도 '현역 연장'이었다. 그는 지난 8일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 수상 소감을 말하며 "많은 팬들을 위해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 역시 이 발언 직후 스포츠한국에 "김연경과 재계약한다"고 밝혔다.

'배구여제'는 결국 다시 V-리그 정상을 바라봤다. '에이스'와 최소 한 시즌 더 함께할 수 있게 된 흥국생명, '최고 흥행카드'를 일단 지킨 V-리그, 김연경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또 볼 수 있게 된 팬들 모두 쾌재를 부를 결정이었다.

ⓒKOVO

▶'현역연장'으로 해결 아니다, 김연경이 농담처럼 남긴 '일침'

물론 김연경이 현역 연장 사실만 밝히고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농담을 씌우면서도 은근히 강조했다.

김연경은 MVP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아본단자 감독님이 우승할 수 있는 배구를 약속했는데, 올 시즌에 힘들었다. 감독님의 말을 믿은 내가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싶다(웃음)"며 "구단에서 선수 보강을 위해 애쓰고 있는 걸로 안다.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 배구에 대한 열정과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고,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들이 온다면 좋겠다. 흥국생명과는 좋은 순간도, 좋지 않은 갈등도 있었다. 아쉬움도 분명 남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한 흥국생명과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시상식서 감독-팀을 향한 발언에 대해 농담이라고 둘러댔지만, 그가 지난날 당한 아픔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저 가볍게 넘길 말은 아니었다.

김연경은 결국 감독에게는 '우승할 수 있는 배구', 구단에게는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했다. 수많은 풍파를 겪고도 현역 연장이라는 결정을 내린 그의 말 속엔 분명히 '뼈'가 있었다.

ⓒKOVO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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