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반납' 김한수 코치, 왜 양석환에게 깜짝 놀랐을까…"처음 있는 일이라고"

김민경 기자 2024. 4. 1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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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주장 양석환은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 ⓒ 두산 베어스
▲ 김한수 두산 베어스 타격코치는 양석환에게 하체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군 매니저한테 물어보니까 밖에서 특타는 시범경기 빼고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김한수 두산 베어스 타격코치는 지난 1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이 끝나고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그라운드로 나왔다. 경기장 안에서는 주장 양석환(33)이 간이 배팅 케이지를 만들어 이영수 타격코치와 함께 특타를 하고 있었다. 양석환은 이날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는데, 지난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날까지 5경기 통틀어 1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양석환이 가장 마음에 걸렸을 장면은 두산이 0-2로 끌려가던 7회말에 나왔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막히다 7회 바뀐 투수 장시환에게 선두타자 강승호가 볼넷을 얻으면서 반격을 준비할 때였다. 다음 타자 양석환은 장시환의 초구 슬라이더를 건드렸는데, 유격수 병살타에 그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두산은 0-3으로 완패하며 올 시즌 첫 시리즈 스윕도 물 건너갔다.

김한수 코치는 퇴근도 반납하고 약 1시간 동안 양석환의 타격 훈련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평소에도 코치들은 경기가 끝나고 실내 훈련장에서 특타를 하는 선수들을 지도하고 퇴근하곤 하는데, 이날만큼은 작정하고 배트를 돌리는 양석환에게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김한수, 이영수 코치 외에도 고토 고지 작전코치가 양석환의 타구를 확인했다. 운영팀과 경기 지원 직원들도 다수 경기장에 나와 양석환의 훈련을 도왔다.

김 코치는 양석환을 위해 준비된 특별 훈련에 깜짝 놀랐다. 김 코치는 "선수 훈련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기 끝나고 친 것은 (양)석환이가 자청해서 한 것이다. 잠실에서 야간 경기가 끝나고 이렇게 밖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1군 매니저한테 들으니 밖에서 따로 타격 훈련을 하는 것은 시범경기 빼고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며 선수와 구단 모두 큰마음 먹고 진행한 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양석환이 경기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장면을 발견한 김 코치는 "잘됐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참에 그동안 해주고 싶었던 조언도 해주고, 양석환이 어떤 점에서 답답한지 더 많은 대화로 풀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나도 이야기를 해 줬고, 석환이도 공감하는 점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지금 정립이 덜 된 점을 정립하면서 세팅을 다시 했다. 본인이 잘 공감을 하더라. 결국 석환이의 슬럼프 기간을 줄이는 게 목표니까. 조언을 해 주고, 그날(11일) 나도 석환이도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런데 본인이 또 답답했는지 다음날 일찍 나와서 롱티를 치면서 하체를 계속 신경 쓰더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다 슬럼프가 있지 않나.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슬럼프가 빨리 찾아왔으니까 빨리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석환이는 본인 특유의 스트라이크존도 넓은데, 변화구도 앞에서 맞혀서 좋은 타구를 만드는 그런 타자다. 한화전에서는 마지막에 병살타를 칠 때 많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조금 몰린 슬라이더였는데, 그런 타구가 나왔다는 건 아무래도 조금 안 좋긴 안 좋다는 뜻이다. 초구를 친 게 문제라기 보다는 원래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친구니까. 그것도 석환이가 정상적인 페이스일 때는 좋은 타구가 나왔는데"라고 덧붙였다.

▲ 두산 베어스 캡틴 양석환이 김한수 타격코치와 야간 특타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 두산 베어스 양석환은 타석에서 계속되는 부진에 특타를 결심했다. ⓒ 두산 베어스

김 코치가 가장 강조한 건 하체 타이밍이었다. "석환이는 다리를 들고 치는 친구니까. 하체 준비 동작에서 조금은 이제 투수하고 준비가 조금 늦으니까. 그런 점을 조금 이야기했다. 자기 하체 타이밍을 못 잡으니까 손이 빨리 나간다. 그런 점을 챙겨줬다. 빨리 석환이가 올라와 줘야 한다. 중심 타자들이 다 괜찮으니까"라며 포인트를 짚어 준 점들을 다시 한번 인지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하길 바랐다.

양석환이 다시 감을 찾은 건 특타 이틀 뒤였다. 양석환은 1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5-2 승리에 기여했다. 안타 2개 모두 2루타를 치면서 타격감이 조금 잡힌 모습을 보여줬다.

양석환은 경기 뒤 "사실 어제(12일)까지는 개인적으로 느낌이 진짜 많이 안 좋았는데, 이영수 코치님이랑 타격 코치님들이랑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오늘 경기 전에 롱티 훈련을 하는데 뭔가 느낌이 딱 하나 왔었는데, 내가 원래 작년에도 안 좋았을 때 뭔가 내가 느끼기에 긍정적인 느낌이 왔을 때 조금 반등을 했었다. 그래서 선수들한테 '오늘부터 올라간다' 이랬다. 다행히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답하며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3-1로 앞선 5회말 LG 불펜 김진성에게 좌익수 왼쪽 깊은 곳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쳤을 때는 다리를 들지 않고 타격한 게 주효했다. 양석환은 "워낙 확실한 결정구를 갖고 있는 선수라 그 점을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역으로 직구 승부를 예상했는데, 또 파울이 나면서 볼카운트가 몰려 노스텝으로 쳤다. 개인적으로 자존심 이런 것은 다 내려놓고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콘택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스텝으로 쳤던 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두산과 4+2년 총액 78억원에 FA 계약을 하고, 올해 처음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시즌 초반 부진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좀처럼 면이 서질 않았다. 겉으로 개인 성적이 부진한 티를 내려고 하진 않았으나 주장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양석환은 이날 활약에도 시즌 타율이 0.185(65타수 12안타)에 머물러 있다. 부활을 노래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양석환은 "시작부터 슬럼프가 와서 솔직히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 시즌을 치르다 보면 아무리 좋은 시즌도 한두 번은 슬럼프가 있기 마련인데, 시작부터 와서 조금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솔직한 말로 개인 성적이 좋아야 팀도 보이고, 더 앞에 나서서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일단 개인 성적이 안 좋다 보면 사실 경기장에서 주장을 하게 되면 개인 성적이 조금 안 좋아도 티를 많이 못 낸다. 표현도 못하고 혼자 삭혀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많더라"고 털어놨다.

야간 특타도 어찌보면 그런 스트레스의 연장선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끝나고 나는 계속 미팅이 있어서 늦게 특타 이야기를 들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한 것 같다. 부진하기 때문에 팀 분위기나 모든 것을 좀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팀 성적도 지금 저조한 데다가 본인이 이제 너무 좋은 타구가 안 나오고, 어제(11일 한화전) 사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병살타가 나오지 않았나. 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스스로 빨리 슬럼프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계속해서 마음이 무거웠을 주장을 다독였다.

양석환은 LG전 활약을 발판 삼아 올 시즌 끝까지 주장의 임무를 다 해보려 한다. 그는 "첫해라 주장이 그렇게 막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개인 성적이 워낙 안 좋다 보니까. 그래도 일단 야구장에서 개인 성적에 대한 티는 많이 안 내려고 노력했다. 주장을 하지 말 걸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사실 언제 주장을 해보겠나. 프로야구에서 대한민국에 10명밖에 없는 거니까. 그것도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며 계속해서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 V7 세리머니를 한 양석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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