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서 고장 사고 잇따르는 1호선… “전력 설비 노후화 때문” 지적도

세종=김민정 기자 2024. 4.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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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부품 불타는 사고 잇따라 발생
신형 열차 투입되는데 전력 설비는 ‘그대로’
서울 중구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새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전력 설비의 노후화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초기에는 열차 문제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력 설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1호선의 신형 전동차 교체가 시작된 이후 철로를 달리다 연기가 나 열차가 멈춰선 사고는 수차례 발생했다. 1호선부터 순차적으로 신차를 투입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사고를 막기 위해 노후된 전력 설비 교체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철도업계와 코레일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1호선 사고 원인으로 전력 공급 설비 문제를 짚었다.

1호선 사고는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13일 1호선 인천역에 들어서던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이 대피하고 역무원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열차 하부에서 발생한 불을 끄는 일이 발생했다. 전류가 과하게 흐르면서 열차 부품의 일부가 불에 타 부서진 것이다.

1호선 동두천~연천역 구간에서도 지난 2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소요산~연천 구간은 지난해 12월 개통됐는데, 전력 문제로 차량이 5번째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 노조에 따르면 1호선에서 문제가 발생한 차량은 대부분 신형 차량이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신형 전동차 하부에서 불이 나거나 보조전원장치(SIV) 차단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철도 노조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사들이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릴 만큼 불안에 떨면서 운행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초기에는 새로 투입된 전동차가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전동차 제작사들이 열차 부품을 교환하고 운행을 재개했는데도 또다시 전동차 하부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력 설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코레일은 경원선 의정부 변전소 변압기 병렬 운전을 시작으로 시흥 전철구분소, 인천 보조구분소 등에 고조파 대책 설비인 RC뱅크를 설치했다. 고조파란 반복 파형을 구성하는 기본파 이외의 파동을 뜻한다. 변압기에 단독으로 전류를 흘려보낼 때는 과전압이 흐르면서 불에 타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조치 후에는 새 전동차의 고장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지난달 13일 새벽 0시 52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행 열차 2대가 인천역으로 진입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짚어 당장의 사고율은 낮췄지만, 노후 전력 설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타는 냄새’가 발생해 운행 정지 소동이 발생했던 주안역의 변전소는 1910년에 개통됐다. 주안역 변전소의 경우 복선화가 되면서 2005년도에 개량한 뒤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후 전력 설비를 교체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형 전동차의 경우 미세먼지 저감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장치나 고화질 방범 폐쇄회로(CC)TV 등 여러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전 모델보다 전력을 30% 많이 쓴다.

신형 전동차는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대거 투입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2025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오래된 전동차를 신형 전동차로 바꿀 계획이다. 교체되는 차량은 전체 전동차 2563량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1호선 경인선 등 이용객이 많은 노선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25~30년가량 달려 무딘 노후 차량과 달리 새 열차는 굉장히 예민하고 전력도 많이 쓴다”면서 “임시방편으로 전력 설비를 떼었다 붙이는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의 조치를 할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노후 전력 설비를 손봐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 및 차량 제작사를 포함한 합동 조사반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라면서 “차량과 전력 계통의 설비를 보강해 고장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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