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정말 종이 한 장으로 만들었다고?”...가위도 칼도 쓰면 안된다는데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4. 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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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방구석 공방- 48화 ‘오리가미 작가 맹형규’]

“어릴적 ‘공룡 종이접기’책을 보면서 따라 만드는걸 좋아했어요. 제가 곤충, 파충류 채집도 좋아하고 키우기도 하는데 천연기념물은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많지 않은 나이인데도 벌써 20년이란 세월동안 취미활동을 하고 있네요.”

나비
“이걸 정말 한장의 종이로 만들었다구요? 그게 가능한가요?” 작품을 보자마자 처음 나온 질문이었습니다. 한 장의 종이로 이렇게 접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건 그 디테일이었습니다. 곤충의 다리의 마디마디, 배의 주름, 발톱과 눈, 겉날개와 속날개의 투명도까지 모두 종이안에서 제어가 된다는게 보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늘 ‘퇴근 후 방구석 공방’에서는 취미로 종이접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맹형규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한 장의 예술, 오리가미
킹크랩
“처음에는 디테일이라는게 없는 그냥 형태만 만드는 식이었어요. 거기에 조금씩 변형을 하면서 디테일을 추가하기 시작했어요. 곤충 다리에 발톱을 추가 한다던지, 더듬이에 주름을 넣어주는 식이죠.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데 재밌더라구요.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일본, 미국, 베트남 등 해외 오리가미 사이트를 구석구석 뒤져가면서 하나씩 배워갔죠.”
돼지여치
“오리가미(ORIGAMI)는 정사각형 종이만 사용해야하고 칼 또는 가위를 사용하면 안 되고, 두 장 이상 결합 금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완성품이라는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어요. 한 장으로 끝내야 ‘오리가미’인거죠.”
독도새우
“무엇을 만들지 목표를 정하면 종이에 구상을 합니다. 곤충을 접을 때 머리, 배, 다리 등 여러 부위가 있잖아요. 어느 부분에서 꼬리가 나올지, 어느 부분이 머리가 될 지를 정사각형에서 미리 정하는 거죠. 그 후에 길이를 조절 하거나 두께 조절 등 세부적인 구조를 접으면서 표현을 끌어냅니다. ”
직접 설계한 독도새우 도안과 제작 순서
“한번에 완성되는건 아니고 예를 들면, 곤충의 배 부분만의 모양이 있어요. 이 부분만 따로 연습하는 거예요. 얼굴도 따로 접어보고, 앞다리도 따로 접어보고. 각 부분이 연습이 되있어야 한 장에 전체적으로 비율을 조정해서 합치는 과정을 진행할 수 있어요. 하나를 완성하려면 여러 버전을 거치면서 계속 수정을 해줘야 합니다.“

“접다가 다리 위치를 바꾸고 싶거나, 길이를 바꾸고 싶으면 구조를 싹 바꿔야 되거든요. 그래서 맨 처음 설계 할 때 길이나 비율에 신경써서 잘 짜놓고 시작을 해야됩니다. 그렇게 시작을 해도 수십번을 수정해야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까 말까죠. “

‘오리가미‘는 종이접기의 정식 국제명칭
자이언트 웨타
“종이접기의 원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일본의 종이접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종이접기협회에서 ‘Origami’를 종이접기를 지칭하는 국제용어로 제안하고 채택되었거든요. 그렇게 만국공통어로 ‘Origami’라는 단어가 ‘종이접기’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리가미의 역사가 1000년이 넘었으니 그럴만도 하죠. 헤이안시대에 ‘개구리접기’ 도면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1798년 일본에서 출판된 ‘아키사토 리토’의 종이접기책
“미국 MIT 박사중에 로버트 랭이라는 분이 계신데 오리가미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접는 분이예요. 처음 제 작업들은 랭 박사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저도 제 색깔이 생겨서 사진이나 실제 곤충을 참고해서 접어요.”
자이언트 웨타 ver2
자료 수집부터가 작품의 시작
“ ‘만천곤충박물관’이라는 표본 사이트가 있거든요. 우선 거기서 살펴보는 거죠. 보다가 끌리는 표본이 있으면 검색으로 그 곤충의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수집한 다음에 작업에 들어갑니다. 또 곤충 잡는 것도 좋아해서 여름에 틈만 나면 야산 같은 곳에서 둘러보다 보면 좀 이쁘게 생긴 것들이 잡힐 때도 있는데 그 녀석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 정보를 얻은 다음에 구상하죠. 그런데 국내 곤충들이 대부분 그렇게 화려하진 않거든요. 화려한 해외에 비슷한 종을 검색해서 선택하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영감을 많이 받고 있어요.”
초록하늘소
“접는 방법은 수십가지가 있지만 크게는 ‘박스 플릿’과 ‘서클 패킹’ 2가지 방법이 있어요. ‘학 접기’ 같은 방법이 ‘서클 패킹’이고 ‘박스 플릿’은 반 접고, 반의반 접고를 반복해서 모눈종이처럼 등분을 내고 그 안에서 모눈의 개수만큼 비율을 조정해 가면서 만드는 방법이예요. 이 두 방식이 한 작품에 섞여서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 내는거죠.”
에일리언
“크라프트지는 주로 설계하고 연습할 때 쓰고 완성작을 만들 때는 한지를 써요. 작품이 완성되고 바니쉬나 옻 처리를 해서 마감을 하면 보존력이 뛰어나거든요. 일반 종이로 접으면 한 5년 지나면 습기도 먹고 슬슬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한지는 색도 안 바래고 작품이 시간이 지날 수록 한지 특유의 아우라가 나오거든요. 10년이 넘은 작품들도 그대로 유지가 되더라구요.”
어류 작품들
“종이접기를 시작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종이학’부터 마스터 해야 될것 같아요. 누구나 다 접을 줄 아는게 종이학이지만 이게 정말 기본중 기본이예요. 여기서 응용이 다 시작되는 거거든요. 종이학을 깔끔하게 접을 수 있게 되면 하나씩 변형을 해보는거죠. 날개의 볼륨을 키운다던가 깃털의 결을 만들어 본다던가. 그렇게 디테일을 추가해 보고 다듬는 방법도 배우면서 시작하면 됩니다.”
오리가미의 매력은 성취감
동물과 공룡 작품들
“종이접기가 잘 안 풀릴 때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냥 여러 장 쓰고 붙이면 바로 해결되는데 굳이 이렇게 한 장으로 해야되나’ 그런데 안 되던 부분을 고민해서 해결하면 정말 성취감이 말도 못해요. 완성 했을 때의 그 기분! 그 기분을 못 잊어서 계속하게 되나 싶기도 해요. 오리가미의 큰 매력이죠.”
에일리언 시리즈 작품들
“고민을 많이 해야 되요. ‘어떻게 작품이 나올까?’ ‘어떤 기법을 쓰면 더 예쁠까?’ ‘어떻게 해야 좀 더 효율적일까?’‘어떻게 해야 좀 매력적으로 보일까?’ 저희가 자주 하는 표현 중에 ‘맛있다’라는 표현이 있거든요. 설계를 잘 하면 아무리 복잡한 구조도 부드럽게 맞아들어가면서 접히는 부분들이 있어요. 복잡하다고 다가 아니라 접는 방법이 쉬우면서 원하는 표현이 나와줄 때 바로 그 ‘맛’을 끌어낼수 있게 연구하는거죠.”
다양한 곤충 작품들
Bro Art Studio
“8년전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 8명이 모여 ‘BRO ART STUDIO’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각자 작품 개성이 뚜렷하고 퀄리티가 높아서 해외초청전시, 광고작업,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직업의 특성을 살려서 디자인, 사진촬영, 도면작업 등 책 발간이나 전시회에 필요한 작업들을 외주없이 자체적으로 모두 소화해내고 있어요.“
종이접기 작품전 ‘2022 POTENTIAL’
“서로간의 냉정한 피드백 덕분에 시너지가 상당하고 매년 작품집 작업을 통해 발전하고 있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2022년부터 ‘POTENTIAL’이라는 전시를 시작했는데 2년주기로 한 번씩 전시를 할 예정이예요. 올해 2024년 전시를 준비하고 있죠.“
맹형규 작가
그냥 되는건 없다
“커뮤니티 카페에 올렸거든요. 댓글이 ‘구겨졌네, 버려라, 쓰레기네’ 악플이 달리더라구요. ‘님은 곤충 접으면 안되겠다.’라는 소리까지 들었었어요. 오기가 생겨서 계속 접었어요. 많이 접었어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 만나서 피드백도 받고 연구하고 그러다 보니 단점을 알게 되고, 고치게 되고 그렇게 실력이 붙더라구요. 잘하고 싶으면 노력해야 되는게 당연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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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형규 작가 인스타그램 - @mk_ori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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