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낡아서 이사가려했는데 버텨볼까”…강북 주민들, 다시 헌집 눌러앉은 이유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4. 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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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25]
서울시, 아파트 재건축 파격 지원
역세권 반경 350m 이내 노후단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 가능성
중층 과밀단지 149곳 8만7천가구
용적률 최대치 1.2배로 상향 관심
강북권 단지 위주 ‘보정계수’ 도입
분양주택 늘어나 사업성 좋아져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요즘 서울 곳곳의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높은데다 공사비가 급격하게 올라서입니다. 낡은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데 예전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드는 상황입니다. 주민들이 수억 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겨우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난 거죠.

사업성이 이처럼 뚝 떨어지며 재건축이 지지부진해지자 서울시가 최근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남은 땅이 별로 없는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건축 사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책이 무려 10가지나 되지만 핵심은 ‘용적률’을 높여주겠다는 겁니다. 용적률을 많이 쓸수록 사업성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건지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공간 밀도’ 보여주는 용적률이란?
사전에는 용적률이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의 비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쉽게 풀면 용적률은 어떤 땅에서 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땅 위에 공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밀도를 나타낸 겁니다.
용적률 개념 [사진출처=서울시]
예를 들어 면적이 300㎡인 땅에 3층 높이 건물을 세운다고 가정해봅시다. 건물 층별 바닥 면적은 150㎡라고 하겠습니다. 이러면 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은 450㎡가 됩니다. 면적이 150㎡인 바닥이 3개 층 있으니까요. 땅 면적이 300㎡고, 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은 450㎡이니 비율인 용적률은 150%가 됩니다. 위에 그림을 함께 참고하면 좋습니다.
용적률 높을수록 수익성도 ‘쑥’
결국 용적률이 높을수록 땅 위의 공간을 많이 쓸 수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행정관청에 ‘용적률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공간이 넓어질수록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고, 이를 팔면 기존 주민들이 내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용적률은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셈입니다.

물론 용적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공간은 많이 쓸수록 빽빽해지니까요. 게다가 용적률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습니다. 땅의 성격에 따라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이 이미 다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가 지어져 있는 땅은 대부분 일반주거지역입니다. 일반주거지역은 1·2·3종으로 또다시 나뉩니다. 이 중 3종 일반주거지역은 법적으로 최대 용적률을 300%까지 쓸 수 있습니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부분인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경. [매경DB]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가 섞여 있는 땅은 준주거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준주거지역의 법적 상한 용적률은 500%입니다. 업무·상업시설이 많은 도심은 상업지역이 대다수인데요. 이곳엔 용적률 1000% 이상인 건물을 세우는 게 가능합니다.
역세권 ‘준주거’ 종상향 수혜지는?
용적률을 이해했다면 이제 서울시가 3월 27일 내놓은 대책을 알아볼까요.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세권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면 땅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올려준다는 겁니다.
역세권 준주거 종상향 개념 [사진출처=서울시]
역세권은 지하철역 반경 350m 안에 있는 걸 뜻합니다. 지금은 많은 역세권 단지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면 최대 용적률이 기존 300%에서 500%로 확 늘어납니다. 용적률이 무려 200%포인트나 증가하는 셈입니다.

현재 서울에 역세권인데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아주 많습니다. 강북권에선 4·7호선 노원역을 둘러싼 상계주공 3·6·7단지, 7호선 중계역 주변인 중계그린, 1호선 광운대역을 끼고 있는 월계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근처인 성산시영이 대표적입니다.

서남권에선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인근 목동7단지가 재건축을 진행 중입니다. 심지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혜택을 노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3호선 대치역 주변 은마아파트, 우선미(우성·선경1·2차·미도), 압구정역 인근 압구정2·3구역도 사업성을 높일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원역 근처에도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매경DB]
다만 조건이 걸리긴 했습니다. 역세권 단지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준주거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면 서울시가 원하는 공공시설을 마련해야 합니다. 임대주택, 유아돌봄시설, 노인요양시설, 일자리 창출 공간 등을 지으라는 겁니다.
비역세권도 과밀단지, 용적률 1.2배 상향
우리 단지가 역세권이 아니라고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서울시가 비역세권이라도 용적률을 최대치의 1.2배까지 늘려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최대치는 300%라고 말했는데요. 여기에 1.2배를 하면 용적률은 360%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 혜택은 용적률이 이미 200% 중반인 ‘과밀 단지’에 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30년 이상 돼 재건축이 가능한 노후 단지 가운데 현재 용적률이 230% 이상인 단지는 총 149곳(8만 7000가구)입니다. 용산구 한강삼익(260%), 마포구 도화우성(240%), 동작구 사당극동(248%), 도봉구 방학우성1차(247%), 노원구 중계현대2차(252%)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단지는 그동안 용적률이 이미 높아 재건축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건축 과정에서 용적률 최대치가 300%가 아닌 360%로 주어진다면 100%포인트 가깝게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기존 보다는 재건축 사업성이 올라가는 겁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금 현재 용적률을 허용 용적률로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가장 수혜를 받는 건 용적률이 200~250% 사이인 중고층 단지들”이라며 “리모델링을 검토했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할 확률이 꽤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 용적률이 300%에 가깝거나 넘어서는 단지들은 이번 대책으로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역시 “공사비가 2~3배 뛰었기 때문에 용적률이 좀 오른다고 재건축이 막 활성화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사업성이 애매했던 곳들은 개선되겠지만 아예 낮았던 곳들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북권 겨냥 ‘사업성 보정계수’ 제도 도입
강북권을 겨냥한 ‘사업성 보정계수’라는 제도도 처음 도입합니다. 소형 평형이 많고 땅값이 낮아 분양수입이 적은 단지를 보충해줘 사업성을 올리겠단 의미입니다.
사업성 보정계수 제도 [사진출처=서울시]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는 노후 단지가 재건축을 한다고 무조건 용적률을 300%까지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용적률 인센티브 체계는 4가지로 나뉘어 있는데요. 제3종을 기준으로 보면 기준 용적률(210%)→허용 용적률(230%)→상한 용적률(250%)→법적 상한 용적률(300%)로 나뉩니다. 용적률을 올릴 때마다 각종 부담이 따라 붙는 구조입니다.

기준 용적률(210%)은 한마디로 시작점입니다. 여기서 단지 디자인을 잘하는 등 쉬운 조건을 채우면 허용 용적률을 최대 20%포인트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도로나 공원을 기부채납하면 또다시 인센티브를 받아 용적률을 230%에서 250%로 올리게 됩니다. 이를 상한 용적률이라 합니다. 상한용적률에서 법적 상한 용적률(300%)을 채우려면 늘어나는 용적률 50%의 절반인 25%를 임대주택으로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보정계수를 적용하면 허용 용적률을 최대 40%포인트까지 올리는 게 가능해집니다. 기준 용적률(210%)→허용 용적률(250%)이 되는 겁니다. 여기다 상한 용적률 20%포인트를 받으면 270%가 되겠죠. 이후엔 남은 용적률이 30%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 중 절반인 15%만 임대주택을 지으면 되는 겁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경. [매경DB]
결국 임대주택 비중이 기존 25%에서 15%로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분양주택 비중은 275%에서 285%로 10%포인트 늘어나게 되죠. 팔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니 기존 주민은 재건축 분담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원구 상계·중계처럼 분양가가 낮은 지역에 적용한다”며 “강남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형 평수가 많아 분담금이 5억원 가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상계주공5단지가 수혜처로 거론됩니다.
서울시 심의 통과해야...난개발 우려도
물론 이번 대책이 모든 단지에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용적률이 오르면 가구 수가 늘고 사람이 많아질 텐데 주변에 이를 수용할 도로 등 기반시설이 충분한지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인프라스트럭처를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며 “다만 수혜지는 강북권에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10가지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 [사진출처=서울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공급 확대와 도시 경쟁력 강화란 측면에선 (이번 대책이) 긍정적”이라면서도 “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용적률을 높여주면 난개발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원장은 이어 “준주거지역 상향이란 건 토지 효율성이 높아진단 거다. 이는 땅값이 오른다는 것으로 투기가 재연될 여지도 있다”며 “공공기여와 임대주택이 줄어드는 것 역시 서민 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소장도 이번 대책에 대해 “다소 주관적인 부분들이 있다”며 “사업성 보정계수 제도는 지역마다 달리 적용될 것도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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