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꺼지지 않는 회사

김경선 2024. 4.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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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석 하이마운트 대표

일본 버너의 자존심, 소토SOTO의 국내 공식 수입사 하이마운트의 유흥석 대표는 일본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소개하며 한일간 가교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여 년간 좋은 브랜드의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그를 만나 한일 양국의 아웃도어 산업에 관해 들어봤다.

아웃도어 업계에 몸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지내면서 일본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도 젊고 일본인 친구들도 젊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일본어를 습득하게 됐어요. 이후에 여행 쪽에서 일하다 일본으로 넘어갔죠. 공부도 하고 여행 업계에서 일도 하면서 일본어를 더 잘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본에 머물며 스포츠 마케팅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됐어요. 주니치드래곤즈에서 한국 선수들 코디네이터 역할도 했죠.

1997년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당시 동생이 아웃도어 업계에서 일하고 있던 터라 동생과 함께 유통과 도매 관련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 시기에 스페셜리스트라는 회사를 설립했죠. 물건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영업을 했는데, 그게 정말 적성에 잘 맞았어요.

하이마운트는 언제 설립하게 됐나요.

20여 년 전, 함께 사업하던 동생이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혼자 사업을 꾸려가게 됐습니다. 그때 하이마운트로 사명을 변경했죠. 일본에 오래 거주하기도 했고, 지인들도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의 좋은 브랜드를 수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작정 일본 써모스 본사에 찾아가 ‘수입하고 싶다’고 부딪혔죠. 당시 국내에서도 써모스는 유명한 브랜드였어요. 백화점, 마트 쪽에서 써모스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생활 관련 아이템이었어요. 아웃도어 및 스포츠 용품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어요. 그걸 하이마운트에서 수입하기로 했죠. 아웃도어 쪽에 국한되다 보니 아이템은 한정적이었지만 워낙 기능성이 우수하고 좋은 제품이라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써모스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우선 기능적으로 탁월했고, 디자인도 기존의 보온, 보냉 아이템 보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됐죠. 일본 특유의 컬러감도 인기 비결이었어요. 다만 아웃도어 쪽에 국한되다 보니 브랜드 볼륨을 확 키울 수는 없었죠. 그래도 꾸준히 매출이 나와준 고마운 브랜드에요. 10년 넘게 써모스를 취급했는데, 코로나19 이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면서 큰 위기를 맞았어요. 당시에는 ‘일본’이 스치기만 해도 안 팔릴 정도였죠. 저희처럼 작은 회사도 타격은 컸습니다. 당시 써모스를 취급하던 거래처에서 물밀 듯 반품 요청이 들어왔고, 입고도 거부하는 사태가 이어졌죠. 그게 장기화 되면서 써모스 수입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20년 동안 해오던 브랜드를 놓은 게 2019년이에요. 많이 아쉬운 부분이죠.

현재 하이마운트의 주력 브랜드는 소토인데요. 소토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15년 전쯤 처음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스웨덴의 버너 명가 프리머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죠. 일본에서는 매년 9월 첫째 주에 아웃도어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도쿄에서 열리는 전시회인데, 일본의 아웃도어 용품 회사들이 대부분 참가하는 큰 행사입니다. 전시회에서 일본 기업들과 미팅도 하고, 전시를 위해 찾아온 해외 바이어들과 교류하기도 하죠. 또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비공식적으로 아웃도어 업계 사람들이 잘 모여요. 저도 많이 참석하면서 업계 소식도 듣고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죠. 그렇게 소토를 알게 됐어요. 당시 소토는 막 성장하기 시작한 브랜드였죠. 좋은 제품, 아이디어 넘치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토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소토는 신후지버너주식회사가 1992년에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지금은 소토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산업용 버너 제조 회사로 시작했죠. 기술력을 갖추게 된 신후지버너주식회사는 1990년대 초반 일본에 유통되는 아웃도어 버너가 대부분 해외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결심했습니다. 기술력이 있었으니까요. 랜턴, 버너, 토치 등을 제조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10년간은 새롭게 진출한 사업이다 보니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그 이후 서서히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 전파되면서 브랜드가 성장하기 시작했죠. 우리가 소토를 수입하기 시작한 시기가 딱 그 즈음이었어요. 그때부터 아웃도어 용품 케파가 커져서 지금은 사업의 상당수가 이쪽 매출입니다. 소토는 일본 브랜드 특유의 고집이 있었어요. ‘불’로 시작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크다 보니 버너류 이외에는 다른 품목을 만들지 않았어요. 사업이 대를 이어가면서 최근에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텐트가 출시됐죠. 한국에서도 소량이지만 판매하는 매장이 있어요.

국내에 수많은 캠핑 브랜드들이 유통되고 있는데, 소토만의 장점이나 특징이 있다면.

기술력이죠. 소토가 내세우는 장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경량성, 화력, 디자인이죠. 15년간 소토를 지켜봐오면서 저 역시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타 브랜드의 동급 버너나 랜턴, 토치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가볍습니다. 또 변형을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죠. 소토와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소통이 잘 된다는 점입니다. 지금이야 소형 코펠을 주로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한국에서 큰 코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코펠을 받쳐주는 날개가 작아 불편했죠. 그래서 본사에 요구했고, 몇 달도 되지 않아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그 속도에 저희도 깜짝 놀랐죠. 무엇보다 해외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워 소통이 편리하죠. 문제가 생기면 금세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니까요.

지리적 이점은 A/S에서도 드러납니다. 하이마운트에서는 제품이 비싸건 싸건 간에 확실한 A/S를 제공합니다. 90% 정도는 저희가 해결 하지만 10% 정도는 일본 본사에서 수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주일마다 A/S 물건을 보내죠. 가깝다 보니 보내고 받는 시간이 확실히 짧아 소비자 만족도가 무척 높습니다.

소토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서 소토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소토는 스노우피크처럼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죠. 대신 마니아층이 확실합니다. 특별히 마케팅 하지 않아도 소토를 좋아하는 이들이 알아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기도 하죠. 제품력이 우수하고 특이한 제품들이 많다보니 마니아층의 충성도가 높습니다. 저희로서는 무척 고마운 일이죠.

소토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수입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사고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수입하기 전 사전에 한국 가스안전공사에 샘플을 제출하고 허가를 기다립니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준을 넘지 않는지, 가스가 누출되지는 않는지 꼼꼼히 따지죠. 이때 불허가 나는 제품들도 많아요. 다행히 허가가 나면 제품을 수입하는데, 이때 수입품 전량을 검사합니다. 랜덤이 아니고 전량 검사이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돼요. 샘플에 대한 수입 허가가 떨어지고 전량 검사 후 유통하기까지 대략 두 달 정도 소요됩니다. 허가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훨씬 길어지죠. 같은 제품이라도 5년이 지나면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업그레이드되는 부분이 있으면 기간과 상관없이 다시 검사에 들어갑니다. 3년에 한 번씩은 한국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직접 현지 공장에 방문해 공장검사도 진행합니다. 이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까다롭다 보니 버너류를 수입하는 회사들이 많지 않아요.

코로나19 시기에 캠핑붐이 상당했습니다. 현재는 시장이 많이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아졌는데요. 하이마운트는 어떤가요.

팬데믹 시기에 캠핑 시장은 정말 붐이었습니다. 너도 나도 캠핑 장비를 구입하면서 국내 캠핑 기업들의 매출이 엄청났죠. 그런데 하이마운트는 반대였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도 아웃도어 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다 보니 수주한 만큼 물건을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물량이 더 줄어들었죠. 들어오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물건이 동났어요. 물건 이 더 많이 들어왔다면 그만큼 다 팔렸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무척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위안이라면 당시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겪었던 회사들이 급격하게 위축한 경기 탓에 부침이 심한데, 저희는 큰 변화 없이 꾸준하다는 점이죠.

꾸준한 사업성과는 지속적이고 끈끈한 신뢰 덕분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하루에도 수시로 일본과 전화통화로 사업을 논의하고, 시간이 나면 일본으로 자주 출장도 가죠. 사업적인 출장이 아니라도 지인들과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산행도 많이 즐깁니다. 아무래도 아웃도어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다 보니 일본 지인들도 등산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많아요. 올해도 야쿠시마 트레킹, 북알프스 트레킹을 계획중이죠.

일본에도 우리나라처럼 100명산이 있어요. 40개 산 정도 올라갔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은 홋카이도 종주 산행이에요. 홋카이도의 산군을 종주하다 마지막에 100명산 중 일본 최북단에 자리한 산을 올라갔죠. 아무리 일본어가 능통해도 타지에서 험난한 산을 종주한다는 건 쉽지 않은데 다행히 일본 현지에 전문가 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갈 수 있으니 행운이죠.

한국과 일본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두 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일본은 변화가 거의 없어요. 10년 전에 간 매장이 여전히 남아있고, 매장의 디스플레이도 크게 바뀌지 않아요. 반면 한국은 변화가 정말 심하죠. 트렌드가 자주 바뀌다보니 리뉴얼도 자주하고요. 생기고 없어지는 매장들도 많죠. 어디가 좋고 나쁘다기 보다 두 나라의 차이점인 것 같아요.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잘 굴러 가니까요.

사업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 그리고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하이마운트의 사업이 주로 일본과 관련되다 보니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에는 엔저 현상 탓에 수출이 쉽지 않죠. 하이마운트는 수입 회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스틱이나 아이젠 등 다양한 용품을 OEM 하는 사업도 진행합니다. 힘들었던 코로나19 시기에는 수출 덕분에 한숨 돌리기도 했죠. 지금은 수출이 힘든 반면 수입은 유리해졌지만 국내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사업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국내에 어느 정도 캠핑 문화가 정착된 거죠. 방송에서도 캠핑 관련 콘텐츠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으니 까요.

결국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그것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것. 하이마운트의 목표입니다. 지속적으로 시장을 탐방하고, 좋은 브랜드를 찾아다니고, 좋은 제품을 찾아내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경선 / skysuny@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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