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가 들여다 본 ‘기생수: 더 그레이’

이다원 기자 2024. 4. 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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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영화평론가.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감독 연상호)를 분석했다.

지난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기생수: 더 그레이’ 스페셜 GV에서는 연상호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가 함께하며 작품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과 흥미로운 해설을 나눴다.

이동진 평론가는 넷플릭스를 통해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연상호 감독을 “넷플릭스의 하이디”라고 표현하며 유쾌하게 GV의 시작을 알렸다. 먼저 작품에서 1인 2역이자 중심인물이기도 한 전소니 배우와의 작업을 묻는 질문에 연상호 감독은 “‘수인’이 마트에서 일하는 장면이 전소니 배우와의 첫 촬영이었는데, 찍으면서 생각했던 ‘수인’의 모습이 나와서 바로 안심하고, 전소니 배우에게 맡기면서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이동진 평론가는 “‘기생수: 더 그레이’​를 보면서 예상치 않게 유머도 많았다. 작품 자체는 세계관이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대사가 많아 딱딱할 수도 있는데, ‘강우’가 분위기를 전환시켜줬다“라며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은 구교환 배우에 대해 극찬했고, 연상호 감독은 구교환 배우의 애드리브가 가미된 장면이 많았음을 밝혔다. 이정현이 분한 기생생물 전담반 ‘더 그레이‘의 수장 ‘준경’ 역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준경’이라고 하는 캐릭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에 있는 공포, 고통 같은 것을 감추기 위해 가짜 광기의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고, 이정현 배우가 이를 실감 나게 전달하면서 후반부에서의 캐릭터 변화에 힘을 실어주었음을 밝혔다.

연상호 감독(왼쪽)과 이동진 영화평론가.



VFX와 액션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4화에 나오는 다리 위의 대규모 전투 장면의 배경이 하늘까지 모두 CG 작업이었다고 밝히며 “보통 블루 매트로 한정된 범위를 잡아 두고 찍지만 해당 씬은 규모가 크다 보니 과감하게 오픈세트로 갔고, 수작업으로 CG 작업을 했다. 덕분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라며 명장면 속 비밀을 공개했다. 또한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기생생물의 전투 장면 속 기생생물은 모두 제각기의 형태를 하고 있다. ‘수인’같은 경우도 촉수를 하나로 할 것인지 둘로 할 것인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하이디’라고 하는 캐릭터의 성격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건 하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흥미를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연상호 감독은 날아다니는 기생생물에 특히나 신경 썼다고 밝혔고, “원작 만화에는 개에게 기생하는 기생생물이 박쥐 날개의 형태로 비행하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 속 날개 기생생물은 인간의 몸을 띄워야 했기에 글라이더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냈다“라며 작품 속 다채로운 형태의 기생생물의 얽힌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원작의 세계관을 가져오되 완벽하게 새로운 이야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기생수: 더 그레이​’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원작의 세계관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한국에서 일어난다면?’이라는 상상 아래 ‘기생수: 더 그레이’는 독자적인 캐릭터를 가져가고자 했다. 원작 속 변종인 ‘이즈미 신이치’와 ‘미기’, ‘우다 마모루’와 ‘죠’라는 캐릭터와 달리 ‘수인‘과 ‘하이디’는 둘의 소통이 더 어렵다는 새로운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이자 어떻게 보면 ‘파이트 클럽’과 같은 설정이다. 나아가 둘의 소통과 공존을 주제로 내세워 그들의 화해와 이해를 말하고 싶었다”라며 원작과의 차별점과 이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설명했다.

또한 이동진 평론가는 ‘기생수: 더 그레이’에 대해 “‘기생’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공생’이라는 테마를 말하는 작품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 또한 가장 중요하고 감동적인 부분이다”라며 감상을 전했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수인’과 ‘하이디’가 직접적으로 소통이 힘들기 때문에 사실은 ‘강우’라고 하는 또 새로운 메신저가 필요했던 건데 사실은 ‘강우’라고 하는 캐릭터는 그 사이에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니까 양쪽을 다 이해하게 되는 인물이 되었다. ‘수인’, ‘하이디’ 둘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꾸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끌어당기는 효과가 났고, 그런 것들이 대본을 써나가면서 굉장히 좋았던 부분 중에 하나였다”라고 덧붙이며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이동진 평론가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로 ‘강우‘의 누나 ‘경희’를 꼽으며 “마지막에 남는 세 기생생물은 각각 인간으로부터 뭔가를 배운다. ‘하이디’는 공생을, ‘권혁주’는 권력욕을, ‘경희’는 인간의 감정을 배운다는 느낌이 있다“라며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조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생수: 더 그레이’ 시청자들의 심도 깊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연상호 감독은 솔직한 답변으로 보답했고, 이동진 평론가 역시 풍성한 해설을 더하며 뜻깊은 시간을 마무리했다.

한편,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천 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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