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 부동산도 딴세상 얘기”…이생망이라는 2030, 인생역전 꿈꾸려면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4.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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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 감소 중인 대한민국
국민 富 키우려면 추가대책 있어야
주택은 가계부채 많아 연착륙 필요
주식은 단기 부양 시 고령자만 혜택
美처럼 퇴직연금 위주 장기투자 유도
‘코스피 우상향-퇴직연금 적립’해야
젊은 층들도 더 많은 혜택 볼 수 있어
지난 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거래실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가 4거래일 만에 하락하며 2700선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이 7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김호영 기자]
새로운 국회가 이제 열립니다. 제일 중요한 과제는 양당 모두 말했던 ‘민생’이겠죠.

최근 국민은 경기침체를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내수 소비도 부진한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죠. 반도체 수출 이외에 좋은 데이터가 최근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서 결국 내수 부진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이터로 살펴보겠습니다.

주택과 부동산, 50대 이상이 60% 이상 소유
국민의 부(富)를 이루는 두 가지 대표시장,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을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청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통해 봐볼 건데요. 시점은 주식시장은 2023년 말, 주택시장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가장 최신 통계입니다).

개인소유자 현황으로 봤을 때, 주택시장은 1530만명이 소유자, 주식시장은 1403만명이 소유자입니다.

주택시장의 경우 1가구당 약 4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이 중 주택의 가치는 2억8000만원입니다. 주택소유가구 비율은 약 56%입니다.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 1명당 약 7245만원(2020년 기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구당 기준은 없습니다.

연령 별로 보면, 주택수 기준으로 주택시장은 50대 이상 소유 비중이 66.3%에 달합니다. 주식시장은 소유주식 수 기준으로 봤을 때 50대 이상 소유 비율이 68.7%에 달합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은 단 한가지 ‘가격’만 빼면 비슷합니다. 두 시장 모두 50대 이상이 주요 소유자입니다. 소유하고 있는 숫자 역시 비슷합니다. 다만 주택 가치가 주식 가치보다 약 4배가 더 많습니다. 주택 이외에 비주택 부동산까지 합치면 더 차이가 벌어집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계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지난 2022년 기준 8000조원에 이릅니다. 반면 가계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 및 펀드 가치는 1000조원 남짓입니다. (반면 예금은 2000조원에 달합니다. 개인들이 주식보다는 예금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죠)

美 퇴직연금처럼 장기투자 위주로 가야
현재 금융당국은 부동산은 연착륙, 주식은 부양하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스트레스DSR을 도입하며 주택시장은 안정적으로 ‘관리’에 나섰고, 주식은 기업 밸류업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2030 젊은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증시 밸류업 정책의 수혜는 ‘윗 세대’ 일부 자산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아끼고 아껴서 1000만~2000만원 모아서 주식시장에 넣고 2~3배가 된다 한들, 인생을 바꿀만한 금액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이 때문에 ‘긴 호흡’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기적인 주가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나라 부(富)의 축적을 주식시장으로 바꿔야 합니다. 마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가계 대부분의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미국처럼 말이죠. 돈의 흐름을 부동산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바꾸면서, 우량기업들을 더욱 키워주는 형태로 나아간다면 ‘증시 우상향을 통한 자산축적’과 ‘기업 육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의 순효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단타 위주’의 주식시장을 바꿔야 합니다.

지난 2021년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시장 평균 보유 주식 기간은 2.7개월에 불과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더욱 심합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기관투자자가 아니라 개인 투자자 위주로 코스닥 시장이 흘러가다보니 단타 천국인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긴 호흡에서 자산을 축적해나가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들은 단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단타를 하게 되면 손실위험이 증대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부동산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은 평균 보유기간이 7년이 넘습니다)

장기투자 위주의 주식시장으로 바꾸려면 미국처럼 기관투자자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 징검다리가 바로 개인들의 퇴직연금, 미국의 401k 제도입니다.

올해 기준 미국 401K의 소득공제 한도는 2만3000달러(3050만원) 입니다. 개인 입장에선 연간 3000만원을 401K에 넣어두면 그만큼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절세를 위해 401K를 선택하게 되는 겁니다.

미국의 많은 개인이 이렇게 연평균 1000만~3000만원을 퇴직연금 형식으로 적립해둡니다. 25년 일하게 된다고 한다면 무려 7억5000만원을 적립하게 되는 겁니다. 만일 25년 동안 S&P500, 나스닥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봐서 3배 올랐다고 가정해봅시다. 7억5000만원을 납입한 사람은 은퇴 시점에 무려 21억 이상을 보유하게 됩니다.

미국 직장인의 퇴직연금인 401k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적립액이 무려 6조93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연평균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연금 자산은 4000억달러(약 531조6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죠.

10년 후 940조원으로 성장할 퇴직연금
국내도 개인 퇴직연금 시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특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퇴직연금을 연동시켜서, 미국과 비슷하게 ‘코스피 우상향 -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를 연동시켜야 합니다.
지난해 키움자산운용이 MZ세대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상당수가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자세히 모른다고 응답했다. [사진 제공=키움투자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3일 공개한 퇴직연금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은 2022년 당시 예상치보다 5조원 증가한 382조원을 기록했으며, 10년 후에는 약 2.5배 성장한 940조원 수준으로 연평균 약 9.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퇴직연금이 너무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수익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도 퇴직연금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금 부담도 완화해야 합니다.

연금저축(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한 세액공제 규모는 연간 900만원으로 미국 401K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더 큰 세제 혜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코스피가 우상향하기 위해선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지난화에서 다뤘던 내용을 보면 이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이 보다 수익률을 높이면서 코스피 우상향 기조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경우, 젊은이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존 주택·주식 시장이 모두 50대 이상이 주요 플레이어인데 반해, 퇴직연금 시장은 지금 갓 사회에 진입한 젊은이들이 주요 플레이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국내 가계는 부동산과 예금 위주로 자산을 축적해왔다. 주식은 부동산의 8분의 1만 소유

2. 특히 주식과 부동산 모두 50대 이상이 60% 이상 소유하고 있다. 세대 간 격차가 크다

3. 현재 정부는 주택시장은 연착륙, 증시는 부양책을 쓰고 있다.

4. 증시 단기부양책을 쓸 경우, 세대 간 빈부 격차만 더 커질 수 있다.

5. 단기부양책보다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장기투자 - 코스피 우상향 -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라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6. 그러기 위해선 퇴직연금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및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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