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위해 여경 단화 굽 높이 규정 삭제한다던 경찰…실제론 더 높은 하이힐 구매[취중생]

김주연 2024. 4.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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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경찰은 2017년 9월 성별 고정관념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 복제에 관한 규칙'에서 여성 경찰의 단화 굽 높이 규정을 삭제했지만, 실제로 장비를 구매할 때 참고하는 규격서에는 하이힐의 굽 높이가 낮아진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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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2017년 성별영향평가 정책개선 사례 여성가족부

경찰 마스코트 ‘포순이’는 1999년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엔 치마를 입고 여성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치마와 여성화 등 포순이의 복장이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지금은 포순이도 ‘포돌이’와 같은 옷차림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여경들은 편안한 단화를 신고 일하지만, 각종 행사에서 여경들은 여전히 높은 굽의 구두(하이힐)를 신습니다. 경찰은 2017년 9월 성별 고정관념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 복제에 관한 규칙’에서 여성 경찰의 단화 굽 높이 규정을 삭제했지만, 실제로 장비를 구매할 때 참고하는 규격서에는 하이힐의 굽 높이가 낮아진 적은 없습니다.

과거 복제규칙 4.5~5.5㎝…발주 규격은 5.8~6.2㎝

12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경찰 하이힐’ 1190개를 입찰에 부쳤습니다. 내년에 입교할 신임 여경이 신을 785개, 현재 근무 중인 경찰들이 구매 포인트로 살 수 있는 희망 품목용 하이힐 405개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입찰 공고에는 구두의 뒷굽 높이는 5.8~6.2㎝여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경찰이 이미 7년 전 여경의 구두 굽 높이 규정을 없앴지만, 오히려 지금의 구두는 7년 전 구두보다 굽이 2㎝나 높아졌습니다. 2017년 9월 초까지 여경의 구두 뒷굽 높이는 4.5~5.5㎝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더 불편한 구두를 신게 되는 것입니다. 경찰이 실제로 장비를 구매할 때 참고하는 규격서에는 하이힐 뒷굽 기준이 여전히 6㎝±2㎜로 규정돼 있습니다.

경찰 복제에 관한 규칙 중 ‘경찰화 단화’

‘성별 고정관념 개선하겠다’며 기준 삭제…규격서 개선 안해

여경이 신는 구두의 굽 높이 기준을 없앤 건 여성가족부가 2018년 공개한 ‘2017년 성별영향분석 평가’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개선한 주요 사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여경들이 하이힐을 착용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복제 규정을 개선하려는 경찰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경찰청도 행정안전부령인 ‘경찰복제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하면서 “뒷굽 높이 규정 등 불필요한 규정을 개선했다. 여경 단화에 굽의 높이를 규정한 건 성별 고정관념에 의한 것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21년 만들어진 현행 하이힐 규격서뿐만 아니라 2017년 6월에 개정한 규격서에서도 뒷굽 높이를 6㎝±2㎜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굽 높이 기준이 더 높아진 것에 대해선 “하이힐은 근무할 때 등 꼭 신어야 하는 신발이 아니다. 키가 더 커 보이는 걸 선호하는 미학적 취향 등 현장의 요구 사항이 고려된 것으로 추측된다”며 “업체들이 통상적으로 쓰는 부자재에 맞춰 규격서를 정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9년부터 규격서에서 (근무복에 착용하는 낮은 굽의) 단화와 (행사 등에 신는)하이힐을 구분해 명칭도 다르게 쓰고 있다”며 “이는 여경이 단화를 신는 걸 기본으로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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