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만두 찾으면 찐빵이 나온다? ‘육즙팡팡’에 숨겨진 이야기 [혀 끝의 세계]

2024. 4. 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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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소 따라 달라지는 포자·교자
장예모 감독 영화 등장한 국민음식

조리법과 속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
한국 만두는 언제부터 들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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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끝의 세계
해외여행에서 먹은 한 파스타의 소스가 너무 궁금했지만 ‘몰라서’ 몇 년 동안 그리워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죠. 중식 스타일 면요리에 들어가는 굴소스였다는 걸 말이죠. 열린 신세계는 입맛의 지평을 넓혀줬습니다. 알고 먹으니 한입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먼 나라 이웃들의 입맛에도 문화에도 관심이 가게 된 이유죠. 세계의 식탁을 둘러 싼 숨은 이야기를 찾아가 봅니다. 눈으로 먼저 혀 끝의 세계를 만난 뒤, 주말이나 일상의 틈새에 새롭지만 즐거운 한입을 권해봅니다.
중국 영화 ‘인생’의 한 장면. 숨어살던 의사 한 명이 주인공 부귀의 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왔지만, 허기를 달래라고 준 만두를 먹다 체해 결국 진료를 보지 못한다. 그 사이 부귀의 딸 펭시아는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만두를 먹고 더운 물을 마시면 뱃속에서 7배로 늘어난대. 그 의사는 7개를 먹었는데 (사실) 49개를 먹은 셈이지.”

중국 명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에 등장하는 중요한 음식 하나가 있지요.

바로 만두입니다.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영화(1994년 작)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국 현대사를 살아내는 ‘부귀’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부귀의 딸인 펭시아가 해산을 해야 할 당시는 중국이 대약진 운동을 하던 시절이어서 병원에 의사가 없었습니다. 홍위병에 의해 지식인들이 쫓겨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겨우 세상으로부터 숨어 살던 의사 한 명을 찾았지만, 더 큰 비극을 낳습니다. 그 의사는 너무 굶주린 상태였습니다. 배를 좀 채우고 딸을 잘 치료해주길 바람에 건넸던 7개의 만두는 도리어 그를 체하게 만들고, 그 의사는 기절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펭시아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됩니다.

중국 영화 ‘인생’의 한 장면. 공리가 연기한 부귀의 부인 자전이 싸 둔 만두 도시락을 먹지도 못하고 아들 유칭이 트럭 사고로 사망한다. 이에 유칭의 무덤 앞에 자전이 새 만두를 놓아주는 모습. [유튜브 캡처]

가족들은 죽은 딸이 남기고 간 손주의 이름을 ‘만두’로 짓습니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 사고로 아들과 딸을 먼저 잃은 부귀. 고난의 인생을 산 주인공은 노인이 돼 손주인 만두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병아리가 크면 닭이 되고, 닭이 크면 거위가, 거위가 크면 양이, 양이 크면 소가, 그리고 소가 크면 만두가 된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만두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살기가 좋아질 거야.”

만두는 중국인들의 주식(主食)이자 보통 사람들의 삶을 상징합니다. 영화에는 아이의 이름을 만두로 짓자는 농담도 등장합니다. 더불어 만두 때문에 사람이 죽고, 도시락으로 싸 간 만두를 먹지도 못하고 아들이 죽는 일도 나오죠.

강렬한 만두의 존재감에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만두를 보고 이 영화를, 영화를 보고 만두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만두 빚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희로애락의 중심에 있는 이 만두는 결국은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는 ‘희망’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일상, 희망, 함께의 상징…中 만두의 기원은?

이처럼 중국에서 만두는 단순한 한입 간식이 아닙니다.

만드는 그 과정부터 ‘관계’의 친밀함을 높이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멀리 누군가를 보내기 전, 혹은 먼 곳에서 온 지인을 맞이할 때, 오랜만에 집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만두를 빚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일종의 풍습이자 함께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 만두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집니다.

중국은 자신이 만두의 종주국이라 주장하지만 서역에서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두를 일컫는 말이 중국에만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중국에서는 만두를 만터우(mantou),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만티(manti),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만투(mantu), 네팔·티베트에서는 모모(momo)라고 부른답니다.

서아시아로부터 중국으로 기원전 5000년경 밀이 전해졌지만, 가공 방식은 전해지지 않아 요리까지는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요. 이후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부터 가루와 같은 가공법이 전해지면서 대중적인 식재료가 된 걸로 사람들은 추정합니다.

중국에서 만두를 달라고 하면 찐빵(?)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만두의 기원을 짐작케 하는 대표적인 두 이야기가 있습니다. 3세기 때 중국 진나라 때의 속석이라는 사람이 저술한 ‘병부(餠賦)’에서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병부에는 “봄에는 만두(饅頭)요, 여름에는 박장(薄壯, 물만두)이요, 가을에는 기수(찐만두)요, 겨울에는 탕병(湯餠, 뜨거운 국수)이 알맞은데 사시에 다 맞는 것은 오직 뇌환이로다” 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니다. 1700년이 넘는 시대의 일인데 여러 종류의 만두가 등장하지요?

또 다른 하나는 송나라 고승이 지은 ‘사물기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남만(南蠻) 땅 정벌에 나선 제갈량이 회군길에 광풍과 파도를 만나는데 제사를 지내야 했다는 일화입니다. 안전하게 회군하기 위해서는 49명의 사람 머리와 검은 소, 흰 양으로 제사를 지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살생 대신 사람의 머리를 대신한 모양의 만두를 공물로 바쳤다 합니다.

다만 이 기원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남만은 중국 입장에서 ‘이민족(오랑캐)’으로 인식됐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남만에서의 인신공양(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당시 중국은 하지 않고 생명을 중시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퍼뜨린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어서죠.

따뜻한 육즙이 느껴지는 포자의 식감을 맛 본 사람은 쉬이 잊지 못한다고 하죠. [게티이미지뱅크]

자, 이렇게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만두는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주로 속에 넣는 재료인 ‘소’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보통 양념을 넣은 고기, 두부, 김치 등이 들어가면 ‘포자(包子, 바오즈)’와 ‘교자(餃子,쟈오즈)’이고 소가 없는 게 만두(饅頭)로 불리죠.

그래서 중국에서 만두를 달라고 하면 한국에서 먹은 고기만두가 아니라 팥이 들어있는 찐빵을 받게 될 수 있어요! 중국의 전통 만두는 중식당에서 먹는 꽃빵 같은 밀가루를 숙성해 쪄 먹는 빵을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듯 달라요…포자, 교자, 만두의 차이는?

한국의 만두를 생각한다면 중국에서는 포자와 교자를 찾아야 합니다. 이 둘은 조리법이 달라요. 포자는 찜기에 쪄 먹고 보통 교자는 물에 끓여서 익힌 채로 먹습니다. 조리법과 속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입니다. 포자의 ‘자(子)’ 대신 재료의 이름이 들어가거든요. 고기가 들어가면 ‘육포(肉包)’, 채소가 들어가면 ‘수포(蔬包)’, 육즙이 들어가면 ‘탕포(湯包)가 됩니다. 기름에 지지면 전교(煎餃), 쪄내면 증(蒸餃), 물만두는 수교(水餃)라고 불리고요.

중국에도 군만두가 있냐고요?

그럼요.

길쭉한 형태의 교자 모양을 구운 형태인데 과첩(鍋貼)으로 불립니다. 포자를 쪽만 구운 형태인 생전포(生煎包)도 유명하지요.

아시아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는 모두 만두가 있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종주국은 중국이었지만, 각 나라에 맞게 현지화가 이뤄진 음식이기 때문이죠. 한국 만두는 고려시대 이전에 전해진 걸로 추정됩니다. 고려 중기 명종 시대인 12세기 말, 효심 깊은 인물의 이야기를 모은 ‘고려사 효자열전’에는 거란에서 귀화한 위초라는 사람의 일화가 나옵니다. 아버지가 위독해지자 아들의 살을 달라 만두를 빚어 먹였다는 이야기죠.

만두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밀로 반죽을 했던 중국과 달리 한국은 주재료가 달랐습니다. 중국의 화북 지방은 밀가루 생산량이 많았으나 한반도는 밀이 귀했거든요. 대신 메밀가루나 생선, 채소류가 만두피로 사용됐죠. 만두 속에는 당시 귀했던 돼지고기보다 꿩고기가 자주 들어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19세기 메이지 시대 육식 금지가 풀리면서 만두가 본격적으로 발달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국식 만두와 비슷한 만두는 오히려 마늘이 들어간 교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에는 물만두 ‘스이교자’, 구워 먹는 ‘야끼교자’, 생고기만두 ‘니쿠망’이 대중적입니다.

특히 1930년대 만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교자의 맛이 퍼지게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중국의 만두와 같은 한자를 쓰는 음식은 과자를 연상시키는 만쥬(饅頭,まんじゅ う)입니다. 반죽에 앙금이나 소를 넣고 찐 화과자 형태로 차와 함께 곁들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과는 다르지요.

더불어 만두 얘기하면 딤섬이 많이 나오는데요. 사실 딤섬(點心)은 만두보다는 좀 더 넓은 개념입니다. ‘가볍게 먹는 식사’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중국의 핑거푸드를 생각하면 됩니다.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나 전분을 이용해 만두보다 그 피가 얇은 음식으로 주식보다는 간식에 가깝죠.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구복만두 본점의 대표 메뉴인 구복전통만두. 바삭한 빙화수로 튀겨 바닥은 굽고 윗 부분은 찐만두의 식감이 느껴진다.취재를 위해 직접 먹어봤다. 김희량 기자
중국식 만두를 시도하고 싶다면…

오늘 만두 얘기가 즐거우셨나요.

자, 그렇다면 서울에서 이런 중국식 만두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명동에서 70년 넘은 명성을 가진 식당으로 알려진 식당이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 서촌에 있는 ‘차이치(구 취천루)’입니다. 취천루는 중국 하남성 출신인 한 화교가 3대에 걸쳐 운영하는 만둣집이었다가 지금은 그 당시 일했던 주방장이 명맥을 이어 받아 자리를 옮겨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장소는 서울 연희동인데요.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식당이 모여있는 이 곳에는 오향만두, 편의방, 양밍산 등 만두 맛집을 만나볼 수가 있답니다. 헤럴드경제가 있는 용산에도 미쉐린가이드에 뽑힌 맛집 ‘구복만두’ 본점이 있답니다. 이번 주말, 만두 한 접시 추천드려봅니다.

〈참고자료〉

중화미각,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 문학동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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