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마시면 부르고뉴,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와인 매력 탐구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4. 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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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코스트는 뛰어난 피노누아·샤르도네 생산지/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서 부르고뉴 빌라쥐 능가하는 와인 탄생/2022년 새 AVA 인증 이끈 콥 와인즈 눈 감고 마시면 그냥 부르고뉴

로스 콥.
여기 두 잔의 샤르도네가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입니다.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하기 때문에 어떤 잔이 프랑스인지, 미국인지 알 수 없습니다. 둘 다 우월을 가리기 쉽지 않은데 스월링을 하고 온도가 좀 올라가길 기다려 마셔보니 차이점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둘 중 한 1번 와인이 눈을 번쩍 뜨이기 만듭니다. 코에 갖다 대자 우아한 향수를 살짝 뿌린 여인이 스쳐지나갈 때 바람결에 실려 오는 듯한 엘레강스 향이 비강을 채웁니다. 부드러운 산도와 미네랄, 잘 익은 사과와 복숭아향이 과하지 않은 토스트, 바닐라 향과 한몸인 듯 어우러지며 아려한 여운을 남깁니다. 뭐 이 정도면 영락없는 프랑스 빌라쥐급 샤르도네 같네요. 샤샤뉴 몽라셰나 퓔리니 몽라셰일 것 같은데 너무 화려하지 않은 걸 보니 샤샤뉴 몽라셰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자신 있게 1번을 프랑스, 2번을 미국으로 적어 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콥 와인즈 독스 랜치 요앤스 블락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눈 감고 마시면 부르고뉴

놀랍게도 와인 보틀의 블라인드 천을 벗기자 1번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West Sonoma Cost)에서 생산되는 콥 와인즈 독스랜치 조앤스 블록(Cobb Wines Doc’s Ranch Joann’s Block) 샤르도네입니다. 2번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샤샤뉴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Chassagne Montrachet 1er) 흐므와스테 페레 에 피스 라 말트로와(Remoissenet Pere et Fils La Maltroye). 기자와 비슷한 결과를 적어낸 대부분의 참석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도대체 어떤 떼루아와 양조 실력을 지녔기에 부르고뉴 빌라쥐급 뺨치는 샤르도네가 탄생할까요.

콥 와인즈 독스 랜치 요앤스 블락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계속 이어집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에곤 뮐러의 샤르츠호프 리슬링(Egon Muller Scharzhof Riesling),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 코르통 브레상드 그랑 크뤼(Domaine Chandon de Briailles Corton Bressandes Grand Cru), 도멘 자끄 까슈 샹볼 뮈지니 프리미에 크뤼 1er 레 플랑트(Domaine Jacques Cacheaux Chambolle Musigny 1er Cru Les Plantes), 벤자민 르로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 루지엉오(Benjamin Leroux Pommard 1er Rugiens-Hauts)등과 블라인드로 맞대결을 펼쳐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거나 콥 와인들을 부르고뉴로 착각하기 일쑤입니다. 실제 콥 독스 랜치 조앤스 빈야드 샤르도네는 세계적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98점을 두차례, 97점을 아홉차례 부여했고 96점도 14차례 줬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 받아 ‘소노마 코스트 샤르도네의 마스터클래스’로 명성이 높습니다. 또 저명 와인매체 디캔터(Decanter) 기사를 통해 ‘천정부지로 비싼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강력한 대안’으로 소개됐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산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선구자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산지는 2024년 4월 현재 모두 147개입니다. 미국 와인 산지는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s)로 표기합니다. 가장 중요한 해안쪽 산지 두곳이 샌프란시스코만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눠지는 노스 코스트(North Coast)와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입니다. 또 내륙쪽 가장 북쪽에 파 노스 캘리포니아(Far North California)가 있고 시에라 풋힐스(Sierra Foothills)가 노스 코스트와 센트럴 코스트를 따라 동쪽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가장 내륙쪽엔 인랜드 밸리(Inland Valleys), 로스 앤젤레스 남쪽엔 서던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도 있습니다.

노스코스트 와인산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이중 노스 코스트가 핵심입니다. AVA는 57개로 소비자들이 잘 아는 나파밸리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노스 코스트는 북쪽부터 멘도시노 카운티(Mendocino County), 레이크 카운티(Lake County),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나파 카운티(Napa County), 소라노 카운티(Sorano County)가 이어집니다.

소노마 코스트는 소노마 카운티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산지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산지로 선선한 기후를 보여 피노누아는 거의 부르고뉴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요즘 최고의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생산지로 떠오른 곳이 바다와 완전히 붙어있는 절벽 위에 포도밭이 조성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West Sonoma Coast)랍니다. 2022년 5월 소노마 카운티의 19번째 AVA로 지정된 ‘막내 AVA’입니다.

소노마 카운티 와인산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소노마 카운티는 1812년에 처음 포도나무가 심어질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1987년 승인된 소노마 코스트 AVA에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가 독립 AVA로 승인된 것은 그만큼 뚜렷하게 구별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발고도 120~550m로 3000만년전 형성된 산 안드레아스(San Andreas) 단층선의 가파른 능선 꼭대기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가파르고 험준한 해안가의 산과 계곡은 해양의 영향을 받는 독특하고 뚜렷한 기후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일년내내 흐르는 매우 차가운 태평양 한류와 가파르고 험준한 지형 덕분에 소노마 카운티에서도 가장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보입니다. 또 내륙 산지보다 낮 최고 기온은 더 낮은 반면, 밤 최저 기온은 더 온화해 적당한 일교차를 보입니다.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포도밭과 와이너리.  웨스트소노마코스트 AVA 
덕분에 포도는 낮에 천천히 익고 밤에는 충분히 쉬면서 좋은 산도를 움켜쥐어 당도와 산도의 완성도가 아주 높은 포도가 재배됩니다. 또 포도 생장기간이 길어지면서 페놀 성분이 증가해 풍미의 집중도와 색 농도가 강해지고 품질 좋은 미세한 탄닌도 얻어집니다. 레드우드(Redwood)로 불리는 거대한 해안 삼나무도 한 몫 합니다. 이 나무가 자라는 곳은 연중 온화한 기온을 보이고 겨울동안 풍부한 강수량을 공급합니다. 또 짙은 여름 안개는 건조한 여름 동안 숲에 수분을 공급해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런 천혜의 조건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생동감 넘치는 산도, 적당한 알코올, 순수한 과일향이 바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와인의 특징이랍니다. 포도밭 규모는 485ha로 러시안 리버 밸리의 8%, 부르고뉴에 비해 2%에 불과한 아주 작은 지역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29곳입니다.
Damon T. Wong 세일즈마케팅 이사. 최현태 기자
◆황무지에 일군 포도밭

이런 뚜렷한 장점을 지닌 곳을 소노마 코스트에서 분리해 별도의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AVA 로 인증받도록 이끈 선구자가 바로 콥 와인즈랍니다. 콥 와인들은 서울 강남에서 와인 이벤트 공간 와인소셜을 운영하는 보틀샤크에서 수입합니다. 한국을 찾은 콥 와인스 데이몬 T.웡(Damon T. Wong) 세일즈마케팅이사와 함께 부르고뉴 뺨치는 콥의 와인 세계를 따라갑니다.

다이앤 콥.
코스틀랜즈 포도밭 개간.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로스 콥(Ross Cobb)의 부친은 해양학자로 은퇴후 포도농사를 지으며 노년을 보낼 땅을 찾아 나섭니다. 그는 산타크루즈 마운틴 가장 남쪽부터 오레곤 북쪽 경계까지 400~500km를 샅샅이 뒤진 끝에 지금 와이너리가 있는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포도밭 코스틀랜즈(Coastlands)를 찾아냅니다. 해안에 가까운 땅이란 뜻에서 직접 이런 이름을 붙였는데 2ha의 작은 포도밭입니다. 로스 가족들은 모두 힘을 합쳐 황무지이던 땅을 직접 개간해 피노누아를 심으면서 본격적인 콥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로스의 나이 19살때로 산타크루즈 대학교 토양과학과에서 농업생태학을 공부하던 로스는 부모를 도와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처음에는 와인을 만들지 않고 포도만 생산자들에게 공급했습니다. 그중 그들의 포도를 매입해 다른 포도와 섞지 않고 ‘코스틀랜즈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출시한 곳이 바로 컬트와인으로 유명한 윌리엄 셀럼(William Selyem)이랍니다. 워낙 포도 품질이 뛰어나니 당연히 싱글빈야드로 만들었겠지요.
로스 콥. 최현태 기자
이런 인연으로 로스는 1998년부터 윌리엄 셀럼에서 2년동안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의 길을 걷게 됩니다. 윌리엄 셀럼은 소노마 코스트, 러시안 리버 밸리 등 소노마 카운티 전체에서 와인을 만들었기에 로스는 여러 곳의 포도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기회를 얻습니다. 또 2000년부터 플라워스(Flowers) 수석 와인메이커로 5개 빈티지를 만들고 2009년부터 허쉬 빈야드(Hirsch Vineyards) 수석 와인메이커를 맡아 6개 빈티지를 선보이며 허쉬의 이름을 널리 알립니다. 수석 와인메이커로 일하면서 2001년부터는 직접 콥의 이름을 달고 자신의 와인도 만들기 시작합니다. 또 소노마 코스트 와인을 직접 들고 부르고뉴를 수없이 찾아갑니다. 그는 생산자들과 소노마 코스트 와인을 함께 시음한 뒤 냉철한 평가와 조언을 받고 다양한 양조 기법도 배우며 실력을 다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부르고뉴를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지만 와인을 만들 때 절대 하지 말아야 될 실수들을 많이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다이앤 콥.
◆어머니에 헌정하는 피노누아

다이앤 콥 코스틀랜즈 빈야드(Dianne Cobb Coastlands Vineyard) 피노누아는 로스가 어머니 다이앤에게 헌정하는 시그니처 피노누아입니다. 콥 가족은 1989년 US데이비스 대학교에서 피노누아 클론 16종 묘목을 통째로 가져와 최초 개간한 포도밭 코스틀랜즈 포도밭중 0.28ha의 작은 구역에 한줄씩 심었는데 바로 모친 다이앤의 아이디어입니다. 포도밭이 가장 맛있게 자라는 피노누아가 어떤 클론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콥 가족은 클론별로 와인을 만든 뒤 가장 뛰어난 클론을 선정해 나머지 포도밭에 심었습니다. 다이앤은 2006년 타계했고 로스는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클론 16종을 심은 포도밭 구획에 어머니 이름을 붙여 헌정했습니다.

다이앤 콥 코스틀랜즈 빈야드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따라서 다이앤 콥 피노누아는 바로 16종 클론을 모두 섞어 만듭니다. 유기농 재배한 포도를 손수확해 22개월동안 오크통(프랑스 뉴오크 30%)에서 숙성합니다. 잘 익은 딸기향과 크렌베리로 시작해 싱그러운 꽃내음이 따라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후추향과 오크숙성에서 오는 훈연향, 숙성되면서 얻어지는 담뱃잎 아로마가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부르고뉴 빌라쥐급 피노누아처럼 섬세한데 매끄러운 탄닌과 신선한 산도가 잘 뒷받침되며 여러 클론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복합미가 매력입니다.
다이앤 콥 코스틀랜즈 빈야드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특히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 코르통 브레상드 그랑 크뤼(Domaine Chandon de Briailles, Corton Bressandes Grand Cru)를 능가할 정도의 뛰어난 집중도와 우아한 복합미를 보여주네요. 어찌된 일일까요. 바로 수확된 포도 중 60%를 송이째(whole cluster) 발효해 복합미를 최대한 끌어 올린 덕분입니다. 부르고뉴는 전통적으로 송이째 발효하는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포도는 껍질 뿐 아니라 줄기에도 탄닌이 있답니다. 또 줄기를 사용하면 더욱 다양한 맛과 향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잘못하면 줄기에서 쓴맛이 배어나오거나 제대로 익지 않은 줄기를 사용하면 와인에서 풋내가 난다는 점입니다. 이에 신대륙 생산자나 양조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꺼려하는 양조 방식입니다. 왜 쓴맛이 날까요. 송이째 발효할때 줄기들 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찢어지는데 이때 쓴 맛이 많이 베어 나옵니다. 하지만 로스는 줄기를 제대로 발효하면 와인에서 쓴맛이 나지 않으며 쓴맛이 난다면 줄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로스는 일부 포도만 송이째 발효한 뒤 포도알로만 발효한 포도즙과 나중에 섞으면 쓴맛을 잡으면서도 줄기가 지닌 복합미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코스틀랜즈 빈야드.
코스틀랜즈 빈야드.
또 송이째 발효하면 줄기 덕분에 발효 온도가 아주 천천히 올라갑니다. 보통 콜드 마세라시옹(저온 침용)으로 발효하면 신선한 과일향을 좀 더 잘 뽑아낼 수 있습니다. 대신 발효 기간이 길게는 40일에 달할 정도로 매우 길게 진행됩니다. 줄기를 안 넣으면 1주일만에도 발효를 끝낼 수 있으니 굉장히 긴 시간 동안 공 들여서 복합미를 끌어 올리는 방식이 송이째 발효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 송이째 발효하면 산소가 직접 닿지 않아 포도즙이 산화되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됩니다. 특히 엔자임으로 부르는 포도알 안에서 효소 발효가 먼저 진행돼 생기발랄한 과일향을 더 많이 뽑아낼 수 있습니다. 포도밭의 뛰어난 떼루아도 섬세한 피노누아가 탄생하는 요인입니다. 포도밭은 바다와 5km 거리에 불과해 항상 차가운 해무의 영향을 받고 1년 중 가장 더울 때에도 섭씨 35도를 넘기는 시간이 3시간 밖에 안될 정도로 서늘합니다. 이에 코스틀랜즈 피노누아는 아주 섬세한 맛과 향을 품게 됩니다.
독스랜치(Doc’s Ranch) . 최현태 기자
◆피노누아 클론의 마술사

로스는 첫 번째 개간한 코스틀랜즈에서 불과 700m 떨어 독스랜치(Doc’s Ranch) 포도밭을 2016년 임대해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만듭니다. 대부분이 피노누아이며 샤도네이는 북쪽의

0.4ha에만 소규모로 재배합니다. 남동향 포도밭으로 서쪽의 능선이 지나치게 차가울 수 있는 바다 안개를 일부분 막아줍니다. 해발고도 300m 산비탈이라 일교차 커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고 생장기간이 길어 복합미가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독스 랜치 칼레라 셀렉션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로스는 여러 피노누아 클론을 잘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로스의 또 다른 포도밭, 독스 랜치 빈야드(Doc’s Ranch Vinyard) 피노누아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독스 랜치 칼레라 셀렉션(Doc’s Ranch Calera Selection) 2018은 20개월 배럴숙성(프랑스 새오크 30%)합니다. 귤껍질과 잘 익은 블루베리, 라즈베리의 과일향으로 시작해 라일락 꽃향기도 피어오릅니다. 잔잔하지만 단단한 탄닌과 산도의 밸런스도 뛰어납니다. 칼레라(Calera)는 피노누아 미국 클론으로 로스는 보통 스완(Swan) 클론과 칼레라(Calera) 클론을 블렌딩해 독스랜치 피노누아를 만드는데 2018년엔 칼레라 품질이 워낙 뛰어나 단일 클론으로 만들었습니다. 송이째 발효는 40%입니다. 도멘 자끄 까슈 샹볼 뮈지니 프리미에 크뤼 1er 레 플랑트(Domaine Jacques Cacheaux Chambolle Musigny 1er Cru Les Plantes)와 블라인드 대결을 벌였는데 샹볼 뮈지니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 화려함을 잘 보여주네요.
콥 와인즈 와인들. 최현태 기자
칼레라 클론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미국 클론이지만 사실은 부르고뉴에 가져온 클론입니다. 1970년대 미국인 존 칼레라(John Calera)가 부르고뉴를 여행하던중 마음을 사로잡은 몇 개의 피노누아 클론을 캘리포니아로 가져와 심었고 칼레라 와인 컴퍼니를 세워 본격적으로 클론을 개발합니다. 칼레라 클론은 붉은 과일, 향신료, 토스트 , 숲속바닥향이 풍부하고 우아하며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그런데 사실은 포도밭에 몰래 들어가 포도나무 가지를 자른 뒤 미국으로 반입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목화씨를 붓통에서 넣어 몰래 가져온 우리나라 문익점과 비슷하다고 할수 있겠네요.
독스 랜치 포마르 앤 114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독스 랜치 빈야드 포마르 & 114 셀렉션(Doc's Ranch Vineyard Pommard & 114 selection) 피노누아 2017은 블랙베리, 자두, 블랙티가 어우러지는 복합미를 보여줍니다. 탄닌은 과하지 않으면서 매끈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산뜻한 산도와 좋은 하모니를 이룹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맛과 향들이 하나하나 풀어 헤쳐집니다. 포마르와 114는 부르고뉴 클론으로 로스는 블렌딩을 통해 두 클론의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22개월 오크숙성(프랑스 새 오크 30%)하고 송이째 발효는 40%입니다. 벤자민 르로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 루지엉오(Benjamin Leroux Pommard 1er Rugiens-Hauts)와 비교했는데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한 품질을 보여주네요.
Damon T. Wong 세일즈마케팅 이사. 최현태 기자
독스 랜치 조앤스 블락 샤도네이(Doc’s Ranch Joann’s Block Chardonnay) 2018은 17개월 오크숙성(프렌치 뉴오크 25%)하며 질 익은 사과, 복숭아로 시작해 과하지 않은 은은한 버터와 토스트, 바닐라가 피어오릅니다. 둥글면서도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를 잘 받쳐주고 갓 구운 빵냄새로 느껴지는 효모향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바닷가에 서 있는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짭조름한 미네랄도 잘 느껴지네요. 2019 빈티지가 디캔터에서 98점을 받았다니 수입되면 바로 마셔봐야 겠네요. 샤도네이는 풍부한 향을 내기 위해 껍질과 포도즙을 위 아래로 골고루 섞어주는 바토나주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로스는 신선한 과일향에 집중하기 위해 바토나주를 하지 않습니다. 바토나주때 뚜껑을 열고 하는데 포도즙이 살짝 산화되는 스타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샤르도네는 부르고뉴처럼 처음부터 스틸 탱크가 아닌 오크통에서 배럴 발효를 하는데 바토나주까지 하면 너무 산소가 너무 과하게 공급된다는 것이 로스의 양조 철학입니다. 이미 배럴 발효때 미량의 산소가 공급되고 날카로운 산을 부드럽게 바꾸는 젖산발효도 진행하는 만큼 바토나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급격하게 산소가 공급되면 매니큐어향 같은 거슬리는 향이 만들어 질수도 있다는 군요.
보나버그 빈야드 리슬링. 최현태 기자
콥은 리슬링도 만듭니다. 보나버그 빈야드 리슬링(Vonarburg Vineyard Riesling) 2020은 노스 코스트에서 가장 북쪽으로 기후가 선선한 멘도시노 카운티(Mendocino County)의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에서 생산되는 리슬링으로 만듭니다. 스틸 탱크와 여러해 사용한 배럴에서 6개월 숙성합니다. 풍부한 시트러스향과 하얀 꽃향이 비강을 파고 들고 잔을 흔들면 잘 익은 사과 망고 등 열대과일향도 피어 납니다. 리슬링 품종의 특징인 페트롤 미네랄도 잘 표현되는 군요.
앤더슨 밸리의 보나버그 빈야드.
앤더슨 밸리의 보나버그 빈야드는 해발고도 900m에 달해 일교차가 크고 생장 기간도 길어 복합미가 뛰어난 아로마를 지닌 리슬링이 생산됩니다. 샴페인 크리스탈로 유명한 루이 로더레(Louis Roederer)가 캘리포니아에 일군 포도밭도 바로 근처에 있을 정도로 떼루아가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0.8 ha에 불과한 보나버그 포도나무는 수령은 20년이 넘어 집중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올드바인에서 진정한 맛이 나온다고 믿는 로스가 보나버그 포도밭을 선택한 이유랍니다. 로스는 복합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콜드 마세라시옹(저온 침용)을 통해 맛과 향을 뽑아냈는데 바로 오픈했을때는 꽃향이 많이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패트롤 향이 잘 따라옵니다. 함께 블라인드 테이스팅 한 와인은 에곤 뮐러의 샤르츠호프 리슬링(Egon Muller Scharzhof Riesling)으로 뒤지지 않은 우아한 페트롤향을 보여줍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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