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박리다매·재테크…‘장사 천재’ 마스터스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4. 4. 13.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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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0여만명의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는 매년 4월 첫째 주 무려 30만명의 관람객이 모인다. ‘마스터스 효과’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마스터스 위크를 ‘4월의 크리스마스’, ‘13월의 보너스’로 부른다. 1년 치 수입을 1주일안에 벌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세계 최고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대회 역사와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스토리와 마케팅 기법으로 전 세계 골프 팬들이 한 번이라도 꼬게 가보고 싶은 대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마스터스의 경영 기법에는 한정판 마케팅, 저렴한 식음료를 파는 박리다매 전략, 그리고 지역 부동산을 사들여 가치를 높이는 재개발을 통한 재테크 등이 녹아 있다.

◆선수는 초청, 관람객은 ‘한정’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습라운드첫날부터 기념품을 사고 선수들의 연습라운드를 구경하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조효성 기자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무조건 세계랭킹이나 우승 경력 등으로 출전 자격을 주지 않는다.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4대 메이저 우승자와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극히 제한적인 초청 선수, 세계랭킹 50위, 지난 대회 상위 12위 이내 선수들, 다른 메이저 3개 대회 상위 4위 이내 선수들 등 초청되는 선수들의 카테고리도 총 21개에 달한다.

‘페트런’으로 불리는 관람객도 독특하다. 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페트론은 대를 이어 자격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페트론이 자신의 티켓을 내놓는 재판매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다. 일종의 암표다. 거래금액은 깜짝 놀랄 정도. 패트런의 1~4라운드 배지는 325달러. 하지만 재판매 시장에서는 4000~6000달러에 거래된다. 일일권도 1000달러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 그래도 산다.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진 ‘비밀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입장 티켓 ‘복권’을 잡아라

마스터스는 매년 6월 초 일정 수량의 입장권을 판매한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추첨’이다. 또 당첨 확률은 0.5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첨된다면 그야말로 ‘로또’다. 복권에 당첨되면 일일 이용권을 100~140달러에 구할 수 있다. 재판매를 통해 사는 티켓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2025 마스터스 토너먼트 티켓 추첨 예고 페이지. 2025년 티켓 신청은 6월 1일부터 20일까지 하면 된다. 만약 당첨이 되었다면 최고의 행운을 잡은 셈이다. 확률이 0.55% 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홈페이지 캡쳐
◆한정판 기념품의 유혹

관람객뿐만 아니라 출전 선수들도 마스터스에만 오면 무조건 기념품을 산다. 지난해 한 관람객이 한번에 산 최고 금액은 3만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1인당 5000달러 넘게 기념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한정판’을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이 펼쳐진다. 일단 구매하면 3배에서 10배 이상의 가격에 재판매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놈(Gnome)이다. 땅속 요정으로 불리는 놈은 2016년에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판매 가격은 49달러선. 하지만 2019년 타이거 우즈가 우승 당시 해에는 500달러를 훌쩍 넘겨 판매되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기념품 놈(Gnome). 소량 한정 판매로 매일 오전 7시 30분이면 구매하기 힘들다. 49.50달러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최대 500불 이상 팔리기도 한다. 오거스타 클로니클
골프장 안에 있는 기념품 숍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선글라스. 호건스 브리지 모델.
올해는 ‘보물찾기’를 추가했다. 가장 큰 메인 기념품 가게가 아닌 코스 내에 마련된 작은 기념품 가게에 ‘한정판’을 숨겨놨다. 올해는 Gooder 선글라스다. 선글라스 디자인마다 캐디, 오거스타 파인스, 배지스, 피치 아이스크림 등 이름이 붙어있다. 당연히 입소문이 났고 이를 사기 위해 관람객들은 오전 7시 입장하자마자 코스 내 기념품 숍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한정판 선글라스는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인 화요일 오전에 모두 팔려나갔다. 또 7번홀 스탠드 근처에서는 ‘스킵 잇’이라는 파란색 잔과 ‘피멘토 치즈’라는 주황색 테두리를 두른 잔을 한정 판매했다.

한정판 때문에 분위기도 갈린다. 희귀한 아이템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은 승자의 미소를 띠고 코스를 활보한다. 반면 아쉬움을 남긴 사람들은 그저 그들의 손에 들린 ‘놈’을 바라보며 아쉬움만 남겨야 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기념품 판매로만 7000만달러 이상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1주일간 여는 탓에 하루에 1000만달러, 시간당 100만달러, 분당 1만6000달러, 초당 277달러다.

◆먹고 마시는 것은 ‘싸게’

입장권을 구하는 것도 한정판 기념품을 사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하지만 모두가 저렴하게 먹고 마실 수 있다. 일단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입장하면 명물 피멘토 샌드위치부터 지역 명물 맥주까지 아무리 먹고 마셔도 오히려 일반 가격보다 저렴하다.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는 단 1.5달러. 치민 비스킷, 샌드위치, 머핀 등 먹는 것 중 가장 비싼 가격이 3달러다. 가장 비싼 것은 맥주와 와인. 1잔에 6달러다. 메뉴판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을 하나씩 다 먹어도 70달러면 된다.

여기에 비밀 한가지. 샌드위치 포장은 연한 초록색 비닐이다. 만약 쓰레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바람에 살짝 날려도 TV중계에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다. 철저한 ‘보호색’이다.

대회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등 간식꺼리는 1.5달러에서 3달러. 맥주와 와인 등은 6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맥주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1달러 오른 가격이다. 조효성 기자
◆부자들의 지갑을 여는 기술

가장 유명하게 돈을 버는 공간은 5번홀 페어웨이 뒤 ‘버크맨 플레이스’다. 건물 안에는 무료로 음식과 음료, 맥주 등을 마실 수 있는 5개의 레스토랑과 펍 등을 갖춘 VIP 공간, 업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룸, 기념품 판매점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것 만으로도 비즈니스를 절반은 성공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도 제한적이다. 입장권 가격은 6000달러에서 1만달러지만 버크맨 플레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입장권은 마스터스 후원자(패트런) 또는 후원기업을 대상으로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주최 측은 확실한 수요가 있으니 VIP공간을 하나 더 만들었다. 이번엔 골프장 밖이다. 2020년에 2600만 달러에 구입해 개조한 맵 앤 플래그(Map & Flag)다. 버크맨 플레이스와 비슷하게 대회 입장권, 음식과 음료 이용하고 TV중계, 별도의 기념품 매장등이 마련되어 있다. 입장권은 1만7000달러.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올해 맵 앤 플래그 티켓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맵 앤 플래그 외부 모습. 마스터스 홈페이지
맵 앤 플레그 내부 모습. 마스터스 홈페이지
◆재테크도 귀재

일단 오거스타 내셔널GC 토지는 1931년 7만달러에 거래됐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당시 가치를 140만달러로 조정해도 1만4000%의 이익을 남겼다. 현재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평가 가치는 2억달러에 달한다.

◆대회기간 집 빌려줘도 세금이 없다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기간 앞뒤로 엄청난 수의 관람객과 선수, 관계자가 방문한다. 이 때문에 주택 임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선수들이 골프장과 가까운 곳에 방 5개짜리 방을 빌린다면 3만~7만달러나 줘야 한다. 수입이 느는 만큼 세금도 늘어난다. 하지만 대회 앞뒤로 14일간 주택 임대 세금은 없다. 미국 국세청(IRS)가 “오거스타 규칙(Augusta Rule)”이라는 세법에 특별 면제를 적용하여 주택 소유자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1년에 14일 동안 집을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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