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강진 취재기..."지진 때 굉음·자다가도 대피"
[앵커]
지난 3일 타이완 동부 화롄현을 덮친 규모 7.2의 강진으로 16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죠.
[앵커]
현장에 급파된 YTN 취재진은 여진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지진 특유의 굉음도 직접 듣고, 자다가도 긴급 대피하며 공포를 실감했습니다. 현장에 다녀온 사회부 임예진 기자 그리고 최광현, 심원보 촬영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임예진 기자, 먼저 타이완에 얼마나 머물다 온 겁니까?
[기자]
저희는 지진이 발생한 당일날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대만으로 이동했는데요. 지진 피해가 가장 집중됐던 화롄 지역까지는 수도 타이베이에서 육로로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날은 도로가 모두 끊겨서 다음 날인 아침에 기차를 타고 2시간 40분 정도 해서 이동을 했습니다. 육로가 막히면서 한 10시간 정도 보통 걸리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있었고. 저희가 갔었던 화롄 지역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있는 우리나라로 하면 강원도 같은 그런 지형이기 때문에 산사태 피해가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타이루거 국가공원이라는 이곳이 대리석으로 된 협곡인데 여기서 사상자가 굉장히 많이 나왔었고 또 낙석으로 인해서 터널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안에 갇히기도 했었는데요. 이곳이 5일차쯤 됐을 때 개통이 되면서 저희가 그 안에 들어가서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도 있었고요. 또 주거지가 밀집된 이런 화롄 시내에서는 건물이 붕괴되거나 옆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는 그런 건물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굉장히 충격이 컸을 것 같습니다. 최광현 기자, 그러면 처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이 실제로 어땠습니까?
[기자]
사실 저도 처음에 지진 현장 취재가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하고 갔었는데요. 화롄역에 저희가 도착했을 때 아무래도 제가 생각했던 부분과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관광객들도 있었고요. 사진을 찍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래서 제가 지진 현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시내로 들어가다 보니까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나 또는 바삐 움직이는 취재진들을 보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취재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심원보 기자, 가서 굉장히 많은 장면을 찍었을 것 같습니다마는 방송에는 다 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기자]
실제 저희 취재진은 산사태로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타이루거 국가공원 앞에서 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중계를 준비하던 중 진도 5.4의 여진을 저희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큰 굉음이 산 전체에 울리면서 땅이 꺼지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황급히 저희가 장비를 챙기고 나가다가 마이크가 파손되는 그런 불상사도 발생을 했었습니다. 저희가 여진이 발생을 하고 잠깐 근처에 있는 공터로 대피를 했었는데 지진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나서 돌아와 보니까 아스팔트 도로가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많이 놀랐던 부분입니다. [앵커]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고 왔는데 임예진 기자, 그러면 지진 현장을 취재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기자]
언어가 가장 어려웠었던 것 같은데. 저는 현장에 있는데도 언어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까 현장 취재가 사실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타이완 당국에서 구조본부를 설치해서 수시로 실종자나 구조자 관련 소식을 브리핑을 해 주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는 즉각적으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고 이런 상황을 파악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고. 그래도 현지 코디가 마침 기자 출신이셨어요. 그래서 열의가 굉장히 넘치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었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전 때문에 통제된 구역들이 많이 있어서 가까이 가지 못했었던 부분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앵커]
최광현 기자, 피해 현장에서 며칠이나 묵었던 겁니까?
[기자]
저희가 처음 4박 5일 정도 묵었는데요. 아무래도 머무는 동안에 여러 차례 여진을 경험했었는데 저희가 가장 힘들었던 게 화롄역에서 숙소에서 지내면서 새벽에 있는 여진이 가장 힘들고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진이 새벽에 3~4번 정도 있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숙소에서 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대피하는, 1층에 나가서 대피하는 상황이 있었고요. 나가서 지진 진동이 잠잠해지면 다시 들어가서 숙박을 하는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지진이 많다 보니까 자는 데 있어서도 불안함이 있었고. 사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안전한 공간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감이 약간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게 위험천만한 재난 현장이었는데도 따뜻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심원보 기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아무래도 지진이라는 그런 자연재해를 겪었던 주민분들이지만 한편으로 밝은 모습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건물이 무너졌던 빌딩이나 아니면 타이루거 국립공원에 많은 취재진들이 항상 있었는데 그런 취재진들 옆에는 항상 주변의 주민분들이 나와서 밥도 해 주시고 음식을 취재진들한테 제공해 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항상 프레스 조끼를 입고 다녔는데 프레스 조끼를 입은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온 취재진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 주셔서 적극적으로 취재에 협조해 주셨던 부분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저희가 현장을 나갔지만 저희가 또 반대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그런 일도 겪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아쉬운 점이라든가 느낀 점도 궁금한데요. 워낙 큰 재난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까 트라우마도 걱정이 됩니다. 임예진 기자 어떻습니까?
[기자]
저는 이번 출장이 첫 출장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재난 현장을 첫 출장으로 가다 보니까 걱정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진이라는 게 흔하지 않다 보니까, 한국에서는. 처음 겪는 그런 재난이어서 작은 진동에도 불안감을 놓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아까 심원보 기자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굉장히 마음 따뜻하고 감동적인 순간들도 많았었는데 사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분들인데도 너무나 많은 환대를 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었고요. 또 저도 이 현장을 최대한 잘 전해서 조금이라도 이분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하는 그런 책임감도 가지게 됐습니다. 타이완에서 만난 한 분, 한 분들이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고 이분들이 일상을 꼭 회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앵커]
최광현 기자도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기자]
아무래도 제가 제일 선배로 가다 보니까 이 위험한 현장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위험한 현장을 부담감과 또 후배 기자들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공존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후배 기자들이 잘 챙겨줘서, 잘 따라줘서 무탈하게 무사하게 해결된 것 같아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타이완 시민분들이 너무나 친절하게 저희를 대해 주셨고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해 주셔서 그런 부분을 제가 봤을 때 앞으로는 지진 피해 같은 게 없어서 항상 밝은 모습으로 그런 모습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심원보 기자도 소감 말씀해 주시죠.
[기자]
저는 사실 처음 지진을 살면서 느껴본 게 이번이 처음인데 타이완에 가기 전에 지진이라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까 지진이 났을 때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고 그리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아예 몰랐습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지진을 겪다 보니까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니까 저도 무방비 상태로 지진을 겪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제 앞으로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이라는 게 남 얘기가 아니잖아요.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재해라는 걸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앵커]
아직까지 타이완은 복구작업이 한창일 겁니다. 아무쪼록 빨리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요. 지금까지 타이완 강진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온 사회부 임예진, 영상취재부 최광현, 심원보 기자와 함께 현장 취재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YTN 임예진 (hwangb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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