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력 부족 '만성화'…외국인으로 채우는 현장 [공사장 실태 보고서④]

이연우 기자 2024. 4.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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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국 공사현장 약 183만명 근로자 필요
한국인 27만명 부족…형틀목공·철근공·콘크리트공 순
경기도 공사수요·공급인력·내국인 수급격차 '최다'

건설현장 인력 분석해보니…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외국기술자를 유입해야 하나, 장기적으로는 건설기술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타분야의 한계인력을 유인해 교육·훈련을 통해 충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토개발연구원은 각종 공사에 투입되는 국내 ‘건설인력’(엔지니어 등 ‘기술인력’ 및 단순노무자 등 ‘기능인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해질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계획적으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인력의 양적 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는 1995년 7월 ‘건설기술인력 수급전망 및 육성방안’ 보고서에 나온 내용으로,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때보다 지금 더 건설인력 수급격차 문제가 심각해졌다.

■ 내국인력 부족 ‘만성화’…30년 전보다 지금 더 악화

과거 보고서 발간 당시 국토개발연구원(현 국토연구원)은 “10년 후(2005년) 국내 건설인력 수요 중 내국인력은 283명~6천600여명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은 틀렸다. 현실이 더 차가웠다. 건설인력 수급격차가 대폭 벌어졌기 때문이다.

12일 국토연구원의 ‘건설기능인력 수급 안정화 대책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내국인력 부족분은 6만7천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 예상치보다 적게는 10배~많게는 236배까지 차이가 났다. 현장 인력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그 자리를 외국인력이 차지하면서 수급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이때(2005년)도 국토연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생산활동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들에 대한 효율적인 활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건설현장에서 외국인근로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국토연이 아닌 다른 기관의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010년 당시 국내 건설인력 수요는 134만명이었다. 내국인력은 126만명, 외국인력(합법 및 불법 포함치)은 잠정 18만명 시장에 공급됐다.

내국인력은 8만명의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는데, 그 자리를 외국인력이 채우면서 오히려 10만명의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지금 상황 역시 비슷하다.

공제회가 건설근로자 수급 모형을 통해 2024년도 건설근로자 수급전망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공사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 수요는 약 183만명 규모로 집계됐다. 여기서 내국인력과 외국인력은 각각 156만명, 32만명씩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공사 현장에서는 183만명의 근로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한국인 근로자(내국인력 공급분)가 약 27만명 부족하다는 의미다. 대신 외국인 근로자(외국인력 공급분)가 뒷받침되면서 5만명 정도의 공급 과잉 상태가 발생한다.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했을 때 내국인력 공급부족분은 8만명에서 27만명으로 3배 이상 뛰었고, 외국인력 공급부족분은 10만명에서 5만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공사장의 내국인력난이 수십년간 지적될 만큼 만성화 됐다는 뜻이다.

■ 공사 수요에 공급 인력, 내국인 수급격차도 ‘경기도 1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022년 11월 ‘중기(2022~2024년)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적정 규모 산정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별 건설근로자 수급 실태를 전망해 내·외국인 건설근로자의 적정 규모 등을 정책 제언하자는 의도였다.

이 연구에서 경기도의 중기 평균 건설근로자 수요(45만7천명)는 전국(155만1천명)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 다음으로 이어진 서울(20만9천명), 경남(10만명), 충남(9만3천명) 등을 더해도 경기도의 수요를 따라오지 못했다.

경기도의 경우 내국인 공급 32만5천명, 외국인 공급 6만8천명으로 내국인 수급격차(부족분)은 13만2천명으로 전망됐다. 이 역시 전국 최다치다.

경기도가 공사 수요도, 공급 인력도 가장 많은데 내국인 수급격차 역시 최고라는 뜻이다.

그래픽. 유동수화백

최근 1년에만 한정해도, 지난해 9월 기준 경기도내 건설현장 근로자는 총 17만2천907명으로 집계됐다. 내국인은 13만6천299명, 외국인은 3만6천608명이다.

1년 전(2022년 9월·18만7천828명)과 비교하면 내국인(15만1천872명)이 1만5천573명 줄었고, 외국인(3만5천956명)이 652명 늘었다.

그래픽. 유동수화백

연령대별로 살펴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20·30대 내국인 근로자는 9만9천799명에서 9만8천118명으로 1천681명 줄어든 반면 외국인 근로자는 3만4천70명에서 3만9천728명으로 5천657명 늘어났다.

통상 산간·오지에서 이뤄지는 SOC 토목공사의 경우 건축공사보다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내국인 근로자의 기피가 특히 심한데, 청년인력들이 ‘3D 공사판’ 자체를 꺼리기 시작하면서 외국인력의 비중이 차츰차츰 커지고 있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40·50대 내국인 근로자도 34만7천28명에서 33만1천615명으로 1만5413명 감소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5만4천746명에서 5만5천297명으로 551명 증가했다.

이는 숙련된 고령의 내국인력마저 현장을 이탈하는 게 가속화 되고 있다는 의미다.

■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공 ‘위기’

그래픽. 유동수화백

‘전문성’ 있는 내국인 숙련공들의 건설 현장 이탈은 직종별로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형틀목공이다. 형틀목공은 합판 등을 정해진 치수에 따라 절단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숙련도를 요구하면서도 몸이 고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기술을 가진 중년의 ‘숙련공’이나 ‘힘’을 쓸 수 있는 청년을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2년(2022~2023년)을 비교했을 때, 형틀목공직의 내국인력은 6만1천51명에서 4만8천454명으로, 외국인력은 3만48명에서 2만9천300명으로 줄었다. 내·외국 인력이 동시에 감소했어도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비중이 33.0%에서 33.7%로 늘었다. ‘형틀목공의 외국인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어 철근공도 2022년 9월 4만9천823명(내국인 3만1천848명·외국인 1만7천975명)에서 지난해 9월 4만5천395명으로 줄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각각 4천338명, 90명씩 감소했는데 전체적인 외국인 비중은 36.1%에서 39.4%로 올랐다.

그래픽. 유동수화백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약 3년간 직종별 수요 대비 내국인 부족비율(전국 기준)이 심각한 직종은 ▲형틀목공(33.6%) ▲철근공(30.9%) ▲콘크리트공(23.1%) ▲석공(17.7%) ▲건축목공(16.1%) 등 순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통상 힘 쓰는 일이 많은 공사분야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3~4만원가량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연령대만 보면 젊은 청년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나이가 많더라도 노하우가 있는 인력을 원한다”며 “하지만 성별·연령을 떠나 어느 직종이건 유입되는 인력 자체가 없다 보니 언어 등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고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즈베키스칸, 몽골 등 국적자들은 비자 체류기간(6개월)도 짧고 상대적으로 언어와 기술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들을 빼면 현장이 움직이질 못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자를 채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기획취재팀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박용규 기자 pyk1208@kyeonggi.com
이건혁 기자 geon-siri@kyeonggi.com
이진 기자 twogeni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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