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부지에 특목고? 장애 학부모 또 무릎 꿇린 공약

황대훈 기자 2024. 4. 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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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앞으로 4년 동안의 국정운영을 좌우할 다양한 공약이 발표됐죠.


그런데, 교육 분야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기로 예정된 부지에 서울 지역의 한 후보가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건데요.


먼저, 황대훈 기자의 리포트부터 보시고 자세한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리포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는 폐교된 성수공고 부지에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이미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지체장애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밝히고 2029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주민 이의신청도 없어 행정예고까지 완료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윤 후보가 특목고 유치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윤 후보의 공약이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빼앗는 거라고 규탄했습니다. 


특히 과거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강서구 특수학교 부지에 한방타운 유치를 공약하며 생긴 갈등이 되풀이 될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정순경 부대표 /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우리는 지난 2016년~17년 사이에 같은 당의 김성태 의원으로부터 촉발되어 극심한 지역 갈등을 불러 일으켰던 강서 서진학교 사태를 여전히 기억한다. 14.25 판박이로 똑같이 마주하다니 기가 막힌다.


성동구를 비롯한 서울 동북권역에 거주하는 지체학생들은 특수학교가 없어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권숙 부회장 /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성동지회

"덤프트럭에 받히고 폭우에 막히고 폭설에 집에도 못 가고 그렇게 다녔습니다. 면접 날 지각할까 봐 울며불며 택시 잡아탔고 택시기사님이 카레이서급으로 도와주셔서 저 면접 봤습니다. 그렇게 학교 갔습니다. 집 앞에 학교가 있었으면 제가 그렇게 갔겠습니까?


비판이 이어지자 윤 후보 측은 입장문을 내고, 특수학교가 신속히 건립될 필요성에 찬성하며,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대안 부지를 검토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대체부지를 거론하는 게 사실상 특수학교 설립을 방해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김남연 대표 /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체부지로 가면 또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 시간이 끝나가면 또 다른 대체부지가 나오겠죠. 이렇게 해서 결국 시간이 지나서 특수학교가 세워지지 못하게 됩니다."


이날 150여 명의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7년 전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던 장면처럼 다시 무릎을 꿇었습니다. 


윤 후보가 낙선하면서 공약이 추진될 일은 없게 됐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특수학교를 도마 위에 올리는 일이 반복됐다는 개운치 못한 선례가 남게 됐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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