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에 “270억 더 달라” 청구 소송…제일모직과 합병 파장 이어져

유선희 기자 2024. 4. 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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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삼성물산 ‘비밀합의 약정서’ 해석 주요 쟁점
2015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계 해지펀드 앨리엇(Elliott Associates, L.P.)이 삼성물산에게 ‘267억2200여만원 규모의 약정금’을 달라는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 심리로 12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줘야 할 지연이자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측은 “의무를 다했다”고 맞섰다.

이번 변론기일은 엘리엇이 지난해 10월 소를 제기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삼성물산이 약정서에 따라 엘리엇에 지급한 약정금의 이자를 적용한 시점에 대한 다툼이다. 원고와 피고 측이 합의한 약정서 해석이 주요한 다툼 근거가 될 전망이다.

엘리엇-삼성물산 ‘비밀합의 약정서’ 내용 관심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주주총회를 거쳐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에 반대한 소액주주 등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수하라고 요구하자 삼성물산은 주식매수 청구가격을 5만7234원으로 제시했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물론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며 합병 반대에 나섰지만 역시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가까스로 가결됐다. 이 합병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등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엘리엇과 삼성물산 주주들은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조정 신청을 냈다. 주식매수가격이 제대로 평가됐는지 판단해 달라는 신청이다. 2016년 1월 1심은 삼성물산 손을 들어줬다. 같은해 5월 2심은 1주당 주식매수가격 5만7234원은 너무 낮고 6만6602원이 적당하다고 결정했다. 2022년 4월 대법원도 2심에 수긍하는 판결을 했다.

엘리엇은 1심 선고 이후 항소를 했다가 돌연 취하하고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엘리엇이 소를 취하한 배경은 삼성물산과 맺은 ‘비밀합의 약정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7월 엘리엇이 합병과 관련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판정부에 낸 서면에 담겼다. 서면에 따르면 엘리엇은 대법원 선고가 나온 이후인 “2022년 5월 삼성물산으로부터 세금을 공제한 659억여원(세금 포함 약 724억원)의 추가지급금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 추가지급금은 삼성물산이 당초 제시한 5만원대 주식매수가격과 대법원 결정이 나온 6만원대 가격의 차액에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수 만큼의 돈을 산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체결한 비밀합의 약정서 내용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지연이자 더 있어” vs “약정서 합의 근거”

이날 재판정에서 엘리엇 측이 한 설명을 종합하면 약정서에 따라 엘리엇이 받은 추가지급금 적용 기간은 2015년 9월 8일부터 2016년 3월 17일까지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1주당 주식매수가격을) 6만6602원으로 확정했다고 통지한 2022년 4월26일 시점은 삼성물산이 비교대상 주주에게 2015년 9월8일부터 2022년 4월26일까지 발생한 지연이자를 지급했다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2016년 3월 이후부터 2022년 4월까지를 ‘미정산 지연이자 초과분’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합의 약정서에 근거했기 때문에 지연이자가 발생할 수 없다고 맞섰다. 삼성물산 측은 “이번 사건은 주식 매매대금 지급이 지연됐으니 지연 손해금을 달라는 소송이 아니고 약정금을 달라는 소송”이라며 “약정한 합의서 문구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어 “2016년엔 1심에서 피고(삼성물산)가 승소한 상황이었고, 피고 주장이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원고와 피고가 각자 쌍방 이익을 고려해 사건 합의에 이르렀다”며 “그렇다면 사건 합의에 따른 약정금을 산정해서 지급하면 되는 것이지 지연손해금, 이행지체금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미 엘리엇 측에 지급한 659억여원에 지연이자도 다 포함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당시에) 빨리 종결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재판장이 “정책적 결정에 의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삼성물산 측은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약정상 지급할 의무가 없는 부분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 계속

이 소송과 별개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부당 합병’을 문제삼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9일 첫 변론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2심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며 기일을 미뤘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에선 중재판정부가 메이슨 일부 승소로 판정했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약 438억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PCA는 지난해 6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선고일 기준 약 69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손배소 4년 만에 열려··· “이재용 항소심 나온 뒤 재개”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2291425001


☞ ‘삼성 합병’ 한국정부가 메이슨 헤지펀드에 438억원 배상 판정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112014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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