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무슨 일 당할지 몰라"…'마지막 순간' 미리 정하는 청년들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4. 4.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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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A씨는 노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2021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알게 됐다"며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가 좋아 가족에게 말하고 작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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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힘든 임종 맞게 되면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 받지 않을 것 동의
사전의향서 쓴 2030 2만명
'웰다잉'에 대한 관심 늘고
부양부담 줄이는 것도 이유
가족은 강력히 반대하기도

30대 여성 A씨는 노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2021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알게 됐다"며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가 좋아 가족에게 말하고 작성했다"고 말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미리 설계하려는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통상 고령층의 일이라고 여겨진다. 실상은 다르다. 12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등에 따르면 사전에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20·30대는 2020년 2317명이었지만 2023년 5017명으로 3년 새 1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60~80대 이상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증가율(118%)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20·30대는 올해 3월 말 기준 1만9431명으로 2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의향서)는 임종 과정을 맞이했을 때 연명의료를 받을지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 시행되며 의향서 작성이 가능해졌다. 이후 누적 작성자는 총 214만명을 넘어섰다.

의향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생존에 필요한 모든 치료를 거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호전 가능성이 없을 경우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수혈, 혈압 상승제 투여 등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20·30대는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향서 작성 방법과 소감 등을 공유하며 작성을 독려하기도 한다. SNS에는 의향서를 작성했을 때 받은 등록증을 인증하는 게시물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2021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는 의향서를 작성한 가장 큰 이유로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기회를 갖고 싶기 때문'을 꼽았다. '가족의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에 예상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30대 남성 B씨는 "언제 갑자기 사고가 날지 모르는데, 치료 불가능한 상태로 목숨만 이어가기는 싫어 의향서를 작성했다"며 "지금까지 쭉 제 삶을 결정해왔고 마지막 순간도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관인 서대문구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주변 가족이 고통스럽게 임종을 맞는 모습을 보며 미리 의향서를 작성하겠다고 온 20대들도 있었다"며 "신분증을 지참하면 별다른 예약 없이 바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이 변할 경우 추후 언제든지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 사이에서 '웰다잉'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 의향서 작성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정부가 최근 말기 암 환자 등이 이용할 수 있었던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중단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죽음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다만 의료진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더라도 가족이 반대할 경우 이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연명치료가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되는 사례를 많이 보면서 미리 죽음을 생각해보는 청년이 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혜진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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