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도시 발견] 답사가의 겸손한 제안

2024. 4.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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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돌며 목격한 사회갈등
현행 인구 기반 선거구제는
도시와 농촌 모두에 손해
다음번 선거 오기 이전에
행정구역 통폐합 논의하고
공공기관 이전 빈자리 활용
혁신도시 정책 실패 만회를

전국 구석구석을 답사하면서 생각하게 된 정치적 사안이 몇 가지 있다. 필자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첫 번째. 상원과 하원으로 이뤄진 양원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상원은 행정구역에, 하원은 인구에 기반해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이렇다 보니 도시 지역과 농산어촌 지역 시민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농산어촌보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시 지역 시민은 절대적으로 인구가 많음에도 상대적으로 농산어촌에 비해 의석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한편 도시에 비해 절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에서는 도시 지역과 인구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존 생활권이 무시되고 지나치게 광역적으로 국회의원 선거구가 설정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서로 이해관계가 없는 지역이 묶여 버림으로써 시민의 의사를 대리한다는 국회의원 제도의 혜택을 농산어촌 지역 시민이 누리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상원 의원은 비교적 밀접한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행정구역에 기반해 뽑고, 하원 의원은 정확히 인구에 비례해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구 기반으로 선출된 하원에 더 큰 권한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 행정구역 통폐합에 대해 전국 선거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각 당, 각 지역구의 이해타산만 내세워서 무질서하게 행정구역 통폐합을 논의한 결과 지난 총선에서는 소모적인 논란만 일어났다.

반면 실제로 행정구역 통폐합을 진지하게 논해볼 만한 지역이 존재한다. 당장 필자에게 떠오르는 곳만 해도 경기도 안양·의왕·군포·과천·양주·의정부·동두천, 전라북도 전주·완주, 전라남도 목포·무안·신안·영암, 경상북도 영양·청송·봉화, 충청남도 공주·부여·청양 등이 있다.

1995년에 도농 통합을 위한 전국 선거를 실시한 뒤 간헐적으로 각지에서 통합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통폐합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따져 엉뚱한 지역에서 메가시티를 주장할 게 아니라, 다음 대통령선거 때 전국적으로 행정구역 통폐합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찬반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국회의원 임기 내에 서울·세종·지역구에서 순환적으로 거주하는 제도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1년 중 4개월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4개월은 세종의사당에서, 4개월은 지역구에서 머무는 것이다. 현재는 국회의원이 임기 중 상당 기간을 서울에 머물다 보니 세종 공무원이 일주일 가운데 몇 차례나 서울과 세종을 오가야 하는 행정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거주의 자유가 있으므로 이런 거주 패턴을 강요할 수는 없겠으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설치되고 나면 이런 패턴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적 이해득실과 관계없이 세종의사당 설치가 실행되기 바란다.

네 번째. 대선을 앞두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이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책이 세 가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도시의 원도심 내 공실을 활용하거나 최대한 원도심과 가깝게 소규모로 필요한 만큼만 건물을 짓는 것이다. 차선책은 1차 공공기관을 이전한 곳에 다시 한번 공공기관을 집중시켜서 혁신도시의 실패를 그나마 만회하는 것이다.

차악이지만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전국의 두세 곳을 선정해 행정구역의 경계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때처럼 전국 곳곳의 행정구역 경계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혁신도시들이 주변 도시와 농산어촌 인구를 빨아들여 쇠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 특정 정당과 아무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전국을 답사하면서 숱한 갈등 양상을 확인하고 있는 답사가가 드리는 겸손한 제안이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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