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로 대박나는 비법?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소장섭 기자 2024. 4.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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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뉴가 만난 사람] 5. '30년차 쇼핑호스트'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 대표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 대표가 서울 마포구 베뉴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베뉴가 만는 사람 인터뷰에서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요즘 최악의 경기침체라고 힘들어하는 개인과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 준비를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브랜딩이라는 것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행하지 않는다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죠."

'30년차 쇼핑호스트'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F5스튜디오) 대표는 공들여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유튜브커머스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을 위해서, 이렇게 조언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베뉴스튜디오에서 만난 이경진 대표는 1995년 GS홈쇼핑 공채 1기 쇼핑호스트로 입사해 30년 동안 약 2만회 방송을 진행하고, 누적 매출 1조 5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쇼핑호스트다. 최근에는 쇼핑호스트(쇼호스트)를 양성하는 이앤차아카데미 원장으로, 라이브커머스 전문기업 에프오스튜디오 대표로 변신을 시도해 경력단절여성들과 청년들을 이커머스 창업을 위한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내 자식이 최고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자기가 만든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상품이 그저 좋고 무조건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때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게 생산자의 관점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경진 대표는 '홈쇼핑을 통해서 대박나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첫 번째로 "생산자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 대표는 "홈쇼핑 방송 전에 스마트스토어에서 조금 팔아보든, 라이브커머스를 하며 고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보든, 고객과 미리 만나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소비자의 언어로 상품을 말할 수 있을 때 큰 스테이지인 홈쇼핑으로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경진 대표가 두 번째로 꼽은 비법은 '상품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원료를 썼고 구성과 가격도 비슷한 탈모방지샴푸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있는 그대로 판매를 하고, 또 하나는 '10여 년 넘게 탈모로 고생하며 연구한 탈모카페 대표님이 직접 써보고 만든 탈모샴푸다'라는 스토리를 넣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면, 전자는 후자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게 되죠. 없는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경쟁 상품 속에서 우리 상품이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라이브커머스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를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경진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서 성공하고 싶다면,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특성인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브커머스를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차별성은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방송 중 고객이 할 수 있는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코트를 판매하는데 메인 컬러를 블랙으로 결정하면 스튜디오부터 모델의 피부톤까지 블랙 컬러를 가장 돋보일 수 있게 세팅합니다. 막상 방송을 해보니 고객들은 화이트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미 세팅이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귀 막고 블랙을 쭉 미는 거죠.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그러면 안 됩니다. 블랙 컬러를 설명하다가도 고객들이 화이트 컬러를 궁금해하면 즉각 그 반응에 리액션을 해줘야 합니다. 바로 화이트 컬러를 입어본다든지 화이트 컬러 입은 모델을 투입 시킨다든지 바로바로 방송을 수정하는 거죠. 어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보면 눈 가린 경주마처럼 시청자의 채팅은 다 무시하고 본인들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러면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이유가 없는 거죠."

또한 이경진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는 목적을 사전에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모든 커머스의 목표는 매출이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다양하게 활용이 될 수 있어서 그 목적이 확실해야 합니다. 매출도 좀 나오면 좋겠고 우리 상품이 홍보가 돼도 좋고 고객들 반응도 좀 알아보면 좋고 이렇게 모든 토끼를 잡으려는 방송은 아무것도 잡을 수 없게 됩니다. 매출, 마케팅, 고객 니즈 파악 등 목적에 따라 라이브커머스의 방향이 매우 달라집니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끊임없이 스스로 때가 되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에 순응하려고 했던 마음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말하는 이경진 대표는 이제 경력단절여성들과 청년들을 이커머스 창업을 위한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또 한 번 스스로 허물을 벗고 있는 중이다. 그는 끝으로 후배 워킹맘들을 위해서 이런 말을 남겼다.

"홈쇼핑 쇼핑호스트를 제가 30년 동안 해보니까,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전문 직종이 많이 있지만, 이 사회에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본인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쇼핑호스트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가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꼭 쇼핑호스트가 아니더라도,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가 자산이 될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이 땅의 워킹맘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 대표가 서울 마포구 베뉴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베뉴가 만는 사람 인터뷰에서 홈쇼핑을 통해서 대박나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생산자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다음은 이경진 대표와 진행한 '베뉴가 만난 사람' 인터뷰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이경진 대표님! 귀한 시간을 내어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표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GS홈쇼핑 쇼핑호스트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경진입니다. 그리고 라이브커머스 전문 스튜디오인 에프오스튜디오 대표로 일하고 있고, 쇼핑호스트를 교육하는 이앤차아카데미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경진 대표님께서는 GS홈쇼핑 공채 1기 쇼핑호스트로 올해로 쇼핑호스트 경력 30년차를 맞으셨는데요. 최장수 쇼핑호스트라는 화려한 타이틀도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생 한우물만 파오셨는데, 비결이 어떻게 되시나요?

"세 가지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이었습니다. 

제가 1995년 GS홈쇼핑에 입사했는데, 그해가 바로 우리나라 쇼핑호스트라는 직군 자체가 처음 생긴 원년입니다. 지금은 쇼핑호스트 직업을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가 많이 있지만, 당시에는 쇼핑호스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GS홈쇼핑이 쇼핑호스트 첫 공채를 진행한 뒤 미국에 있는 홈쇼핑 회사의 아주 경력이 많은 쇼핑호스트 한 분을 회사로 초빙해서, 그분에게 한 달 동안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쇼핑호스트라는 직업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은 그때 배우게 됐습니다. 미국 강사를 데려왔지만, 회사에서 통역을 붙여주지 않았습니다. GS홈쇼핑 쇼핑호스트 1기가 15명이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미국 강사의 교육을 이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못 알아들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시작은 열등감으로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자격지심도 많았습니다.

회사도 처음에 쇼핑호스트를 뽑을 때, 기준 자체가 없으니까 스펙 위주로 많이 뽑았던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대학 나온 사람도 많고, 국내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강사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대부분 알아듣고, 필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저는 알아듣지 못하니까 정말 창피했죠. 여기서 경쟁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포기하려고 하다가, 오기가 생겨서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다시 먹게 됐죠. '이 사람들보다 몇 배를 노력해야 내가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저를 계속 채찍질했던 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괴테가 이야기한 '뱀은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제가 마음속에 항상 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에 뱀이 독이 든 먹이를 먹었거나, 상처가 나면 탈피를 하지 못하는 병에 걸려서 죽는다고 합니다. 홈쇼핑은 유행에 되게 민감한 곳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고객들이라고 변하지 않을까요? 고객들의 수준도 달라지고, 보는 사람도 달라지고, 연령대도 달라지고, 모든 게 수시로 변합니다. 그때그때 변하지 안 되는 직업입니다. 쇼핑호스트는 방송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100% 캐스팅을 당해야만 방송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캐스팅이 되고 싶다면, 계속해서 저희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습니다. '나는 경력이 많으니까 이 정도면 됐어', '나는 잘한다고 칭찬받으니까 충분해'라는 생각하는 순간 끝이에요. 뱀이 허물을 벗듯이 끊임없이 스스로 때가 되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에 순응하려고 했던 마음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는 경험입니다. 쇼핑호스트는 대본없이 방송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 코멘트의 상당수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입니다. 저는 30년차가 됐기 때문에, 30년치의 경험이 있는 것입니다. 그 경험들이 홈쇼핑을 보는 고객들하고 공감포인트가 잘 맞아떨어졌던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홈쇼핑을 보시는 분들은 상당수가 여성분들입니다. 현재 홈쇼핑의 주 고객은 50~60대분들인데, 어찌보면 그분들은 제가 홈쇼핑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나이를 먹어왔던 친구 같은 사람들이라서 공감포인트가 잘 맞아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공감포인트가 형성돼야 저한테 관심을 갖고, 제가 소개하는 상품에 관심을 갖고, 방송을 좋아해 줄 수 있는 것이죠. 그런 것들이 오래 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동안 진행하셨던 생방송 횟수가 얼마나 되고, 누적 매출은 얼마나 되나요?

"정확히는 체크할 수 없지만, 약 2만회 정도 방송을 했던 거 같습니다. 누적 매출도 평균적으로 계산을 해봤더니 1조 5000억 원 정도가 나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홈쇼핑 초창기에는 비싼 상품이 많지는 않았고, 지금은 비싼 상품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쇼핑호스트 중에서 저보다 누적 매출이 많은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초창기에는 홈쇼핑에서 어떠한 제품들을 파셨나요?

"제가 첫 방송을 했던 제품이 바로 영화 포스터입니다. 그때는 영화 포스터가 인테리어 소품이었던 시절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영화 포스터가 '그랑블루'라는 영화의 포스터입니다. 푸른색 심해에서 잠수부가 올라오는 모습이었는데, 엄청 멋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 것이 바로 인테리어 소품이 되던 시대였습니다.

그 외에 몇 가지 기억나는 상품이 있는데, '하나로리모컨'이라는 제품도 팔았습니다. 리모컨 하나에 멀티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그 당시에는 이런 제품이 굉장히 신기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뻐꾸기시계를 팔기도 했습니다."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 대표는 GS홈쇼핑 공채 1기로 입사해 30년 동안 홈쇼핑 쇼핑호스트로 일해왔다. 최근에는 쇼핑호스트를 양성하고 그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앤차아카데미와 에프오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경력단절여성과 청년들의 이커머스 분야 창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GS홈쇼핑 쇼핑호스트로 활동하는 모습. ⓒ이경진

-초창기에 대표님께서 팔았던 제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은 무엇이었나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시계였어요. 그때 당시에 100만 원 넘어가는 제품이었는데, 1시간 방송을 하면서 1개도 팔지 못하고 나왔어요. 홈쇼핑이라는 게 처음 나왔는데, 100만 원 넘는 시계를 누가 구매할 수 있었겠어요? 그리고, 1000만 원이 넘어가는 그림을 홈쇼핑에서 팔기도 했어요."

-유아용품 방송도 많이 해보셨나요?

"그럼요. 기저귀, 젖병, 교구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아용품을 거의 다 해봤던 거 같아요. 돌이나 백일 때 만들어주는 성장앨범을 팔기도 했어요."

-대표님께서는 그야말로 홈쇼핑의 역사와 함께하셨다고 할 수 있는데요. 홈쇼핑 진출에 관심이 많은 기업 관계자분들을 위해서 '홈쇼핑을 통해서 대박 나는 비법'을 조언해주신다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산자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내 자식이 최고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자기가 만든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상품이 그저 좋고 무조건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때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게 생산자의 관점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척 사과가 있습니다. 6단계 세척을 하는데, 기계를 통해 아주 정밀하게 세척을 합니다. 기업에서는 이게 너무 자랑거리죠. 1단계에서 기본 세척을 하고 2단계에서 이온수 세척을 하고 어쩌구 저저꾸 6단계까지 자랑을 합니다. 고객들이 이게 궁금할까요? 혹은 끝까지 들을까요? 고객이 궁금한 건 그냥 그래서 깨끗하냐는 겁니다. 그냥 6단계 세척을 했고 어디 의뢰한 검사결과 모든 사과가 잔류 농약 0이라는 걸 어필하는 게 깔끔하죠. 기업들은 이런 것을 간과하고 대뜸 홈쇼핑에서 들어와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풀어놓습니다. 그러면 실패하기 쉽죠. 홈쇼핑 방송 전에 스마트스토어에서 조금 팔아보든, 라이브커머스를 하며 고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보든, 고객과 미리 만나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소비자의 언어로 상품을 말할 수 있을 때 큰 스테이지인 홈쇼핑으로 들어오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상품의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초창기의 홈쇼핑은 시중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품이 많았는데, 이제는 딱히 유니크한 상품이 많지 않습니다. 모든 상품이 상향 평준화가 됐고, 모든 상품들의 퀄리티가 비슷합니다. 그 많은 선택지 중에 고객들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것인데요.

고객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고객은 이제 스스로로 납득이 갈 때에만 소비를 합니다. 본인이 본인에게 명분을 주는 거죠. 그래서 아주 확실한 구매 동기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게 꼭 가격일 필요는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5000원이면 먹는 빙수를 호텔에서 20만 원 주고 먹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입니다. 이제 상품들이 상향평준화돼서 획기적인 상품, 유달리 뛰어난 상품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까가 핵심입니다. 

비슷한 원료를 썼고 구성과 가격도 비슷한 탈모방지샴푸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있는 그대로 판매를 하고, 또 하나는 '10여 년 넘게 탈모로 고생하며 연구한 탈모카페 대표님이 직접 써보고 만든 탈모샴푸다'라는 스토리를 넣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면, 전자는 후자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게 되죠. 없는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경쟁 상품 속에서 우리 상품이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표님께서도 이제 직접 사업을 시작하셨는데요. 대표님께서 운영하시는 에프오스튜디오, 이앤차아카데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쇼핑호스트를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서 쇼핑호스트를 육성하기 위한 이앤차아카데미를 2년 전에 오픈했어요. 그런데 홈쇼핑 공채는 문이 좁습니다.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반면에 라이브커머스는 허들이 낮다 보니까, 지원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라이브커머스 수강생들을 받아서 교육을 시켰는데, 중요한 것은 아카데미에서 배우고 난 다음에 이들이 필드에서 경험을 쌓는 것인데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 어느 곳에서도 캐스팅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한 수강생들이 레퍼런스를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방송 제작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고, 라이브커머스 방송 제작을 할 수 있는 에프오스튜디오도 만든 것입니다. 30년 동안 홈쇼핑 일을 하다 보니, 제 주변에 많은 협력 업체들이 있었고, 기꺼이 좋은 제품 공급을 해주셨습니다. 원래 취지는 수강생들이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창구가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사업분야가 확장이 돼서 라이브커머스 대행까지도 맡게 됐습니다. 지금은 컨텐츠 제작, 홍보/마케팅, 영상 제작까지 확장이 된 상황입니다."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 대표는 이앤차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쇼핑호스트 분야 진출을 원하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앤차아카데미에서 일대일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경진

-이앤차아카데미는 유명하신 분과 함께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파트너인 차광염 쇼핑호스트가 GS홈쇼핑 10년 정도 후배인데, 현재 신세계홈쇼핑 쇼핑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분입니다. 20년차 현업 쇼핑호스트로, 업계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고 실력을 인정받는 훌륭하신 쇼핑호스트입니다."

-에프오스튜디오를 오픈하시고, 벌써 여러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성공사례를 소개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카페24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들의 유튜브 영상콘텐츠와 라이브쇼핑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카페24는 유튜브와 협업 관계에 있는데, 유튜브가 지난해부터 매우 공격적으로 커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저희에게도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죠.

또한 지자체와 기관의 소상공인 이커머스 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습니다. 특히 횡성, 삼척, 정선 등 강원도와 협업을 해오고 있는데, 지역 농민들이 직접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명대학교, 한양여자대학교, 안산대학교 등 여러 대학들과 협력해 청년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이커머스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수행해온 것이 그간 좋은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 기사를 접하시고 에프오스튜디오에 대해 관심 갖는 기업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에프오스튜디오의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요즘 최악의 경기침체라고 힘들어하는 개인과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 준비를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브랜딩이라는 것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행하지 않는다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죠. 저희는 앞으로도 신생기업부터 대기업에게 소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중개자로서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라이브쇼핑은 물론, 광고, 마케팅, 영상제작 등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계속 확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한 경력단절여성들과 청년들을 이커머스 창업을 위한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일을 더 고도화시킬 생각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세요.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라이브 커머스, 유튜브 커머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저도 처음에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바라봤을 때, 홈쇼핑의 작은 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는데, 막상 해보니 결이 다릅니다. 너무나 다른 차이가 있어요. 홈쇼핑업계에서도 처음에는 라이브커머스가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고객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가장 큰 차이점은 홈쇼핑은 짜여진 틀 안에서 각본대로 움직이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면, 라이브커머스는 캐주얼하면서도 쌍방향 소통이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커머스라고 보면 됩니다. 고객의 연령대로 보면 홈쇼핑은 50~60대가 메인 고객이고, 라이브커머스는 20~40대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홈쇼핑에서도 라이브커머스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을 확장시키고,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직접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튜브 커머스는 가장 최근의 트렌드이고,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이경진 에프오스튜디오 대표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가 자산이 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사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라이브커머스에 대해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어떠한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라이브커머스를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상품에 대한 정보를 기승전결에 맞게 깔끔하게 전달하는 홈쇼핑을 보고 라이브커머스에도 그렇게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차별성은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방송 중 고객이 할 수 있는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코트를 판매하는데 메인 컬러를 블랙으로 결정하면 스튜디오부터 모델의 피부톤까지 블랙 컬러를 가장 돋보일 수 있게 세팅합니다. 막상 방송을 해보니 고객들은 화이트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미 세팅이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귀 막고 블랙을 쭉 미는 거죠.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그러면 안 됩니다. 블랙 컬러를 설명하다가도 고객들이 화이트 컬러를 궁금해하면 즉각 그 반응에 리액션을 해줘야 합니다. 바로 화이트 컬러를 입어본다든지 화이트 컬러 입은 모델을 투입 시킨다든지 바로바로 방송을 수정하는 거죠. 어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보면 눈 가린 경주마처럼 시청자의 채팅은 다 무시하고 본인들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러면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이유가 없는 거죠.

또 라이브커머스는 목적을 사전에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커머스의 목표는 매출이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다양하게 활용이 될 수 있어서 그 목적이 확실해야 합니다. 매출도 좀 나오면 좋겠고 우리 상품이 홍보가 돼도 좋고 고객들 반응도 좀 알아보면 좋고 이렇게 모든 토끼를 잡으려는 방송은 아무것도 잡을 수 없게 됩니다. 매출, 마케팅, 고객 니즈 파악 등 목적에 따라 라이브커머스의 방향이 매우 달라집니다. 에프오스튜디오는 고매출 방송부터 홍보용 방송까지 다양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라이브커머스가 고민이신 분들은 꼭 에프오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평생을 워킹맘으로 살아오셨습니다. 본인의 커리어를 쌓아오시면서,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셨는데요. 후배 워킹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홈쇼핑 쇼핑호스트를 제가 30년 동안 해보니까,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전문 직종이 많이 있지만, 이 사회에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본인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쇼핑호스트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가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꼭 쇼핑호스트가 아니더라도,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가 자산이 될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이 땅의 워킹맘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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