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남선생’ 배우 류수영, 美 스탠퍼드대에서 K푸드 강연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4. 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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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세계화, 앞으론 전통 장류가 희망”
레시피 연구에 깊은 책임감...머리 쥐어짜
“연기와 요리, 둘 다 죽도록 해보겠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배우 류수영씨가 '한국 음식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한식 세계화와 자신의 요리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앞으로 ‘K푸드 열풍’을 이끌어 갈 주인공요? 저는 쌈장, 고추장, 간장 같은 장류에서 한식 세계화의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배우 류수영(45)씨는 “한식하면 으레 생각나는 불고기나 잡채, 비빔밥 등은 외국인들이 따라 만들기 어려운 메뉴들”이라며 “특정 요리가 유명해지는 것보다, 한국의 장이 각종 외국 음식에 적용되는 게 진정한 한식 세계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식이 ‘쿨’한 문화로 여겨지기 시작한 지금이 본격적으로 전통 장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킬 적기”라며 “조만간 험지에 몇 가지 장류만 챙겨가 현지 재료로 한식을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

류씨는 이날 스탠퍼드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개최한 ‘한국 음식 콘퍼런스’의 주요 연사로 초청받아 강단에 섰다. 류씨는 데뷔 26년 된 중견 배우지만, 최근엔 ‘요리 인플루언서’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요리계에서 그는 자신의 본명인 어남선에 선생을 합쳐 만든 ‘어남선생’으로 통한다. 류씨가 4년째 TV방송에서 소개한 간편한 ‘집밥’ 레시피는 요리에 미숙한 남성부터 갓 집을 떠난 자취생, 그리고 한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날 강연장에는 요리 연구가인 ‘어남선생’을 보겠다며 15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류씨는 이날 ‘가장 좋은 요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만드는 사람이 편하고 행복한 요리”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식의 세계화에도 이 같은 ‘심플 전략’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 댓글에는 식당에서 먹었던 한식 메뉴를 ‘보다 간편한 레시피로 바꿔달라’는 영어 요청이 쏟아진다”며 “그래서 레시피를 연구할 때 조리 과정을 대폭 축소하고, 생소한 식재료는 과감하게 생략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배우 류수영씨가 '한국 음식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한식 세계화와 자신의 요리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그의 레시피를 따르는 사람이 국내외로 많아진 만큼, 그는 “배우로 일할 때보다 요리할 때 더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웃었다. “연기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요리는 먹는 사람을 고려해야 합니다. 내가 제안한 요리법대로 많은 분이 음식을 만들어 가족, 친구, 연인과 식사를 하는 만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직업적 의무감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이 때문에 그는 레시피 하나를 만들 때마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한다고 했다. 최고의 조리법을 연구하느라 아내인 배우 박하선씨와 딸이 한 달간 제육볶음을 먹은 적도 있다.

류씨가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한 레시피가 290개를 넘는다. 그는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다행히 한식은 김치만 300종을 넘어 여전히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이날 그는 “식당을 차리고 싶은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에 “나이를 더 먹고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졌을 땐 맛있는 걸로 유명한 국숫집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연기를 하면 요리가 하고 싶고, 요리를 하면 연기가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두 가지 모두 죽을 만큼 해보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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