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가스터디行 초대 국수본부장, 수사 공정성 논란에 사외이사직 사퇴
남구준 “평생 몸 담았던 조직에 부담 주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형 입시 학원인 메가스터디교육의 사외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사교육 카르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입시학원 기업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논란이 불거진지 15일 만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남구준 전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에 대해 “저의 사외이사 선임은 사교육 카르텔 수사와 무관하고 취업 심사 등 법적 절차도 거쳤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몸 담았던 조직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사외이사를 사임하고자 한다”고 했다. 국수본부장은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분산하려고 신설한 자리다. 전국 시도 경찰청 수사를 총괄하고 직접 보고받는 핵심 수뇌부다. 남 전 본부장은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작년 2월 퇴임했다.
남 전 본부장의 사외이사직 사퇴는 경찰 수사를 총괄했던 그의 메가스터디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작년부터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진행 중이며, 메가스터디 역시 수사 대상이다. 남 전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메가스터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에 선임됐는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은 하루 뒤인 29일 나왔다. 윤리위원회는 “취업 심사는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공공의 이익’ ‘산업 발전 및 과학기술 진흥’ 등 취업 제한에 대한 예외 사유 9가지를 두고 있다. 남 전 본부장은 이 가운데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은 경우’에 해당해 취업을 인정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남 전 본부장을 선임하며 “후보자는 경찰 공무원의 경험, 특히 수사 분야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준법 경영, 투명성 제고, ESG 경영 등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경영 상태를 관리·감독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조언할 것으로 판단하여 추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 전 본부장이 지휘했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가 현재 메가스터디를 수사 중이라는 점이다. 지난 3일엔 메가스터디 의혹 관련 인사도 압수 수색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에서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같은 문제가 출제돼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이 강사가 메가스터디 소속이다. 경찰은 이 강사와 친분이 있는 A씨를 압수 수색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의 준법 경영과 투명성 제고를 바랐다면 차라리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남 전 본부장이 경찰 전직 수뇌부로서 수사받는 메가스터디를 위해 ‘전관’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동안 본지는 남 전 본부장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가, 이날(12일) 첫 답변을 받았다. 메가스터디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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