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도 한국도 위험하다...예측할 수 없어 피해 큰 '판 내 지진'

이채린 기자 2024. 4. 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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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규모 4.8 '판 내 지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판 내 지진은 예측이 어려워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통상 대륙 판과 판의 경계나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과는 달랐다. 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미 동부에서 중급 규모의 지진이 이례적으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판 내 지진’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증거라며 판 내부에 위치한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경고다. 

● 예측 어려운 ‘판 내 지진’ 

지진은 지각 내부에 축적된 응력이 단층운동으로 해소되면서 발생한다. 대부분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판 경계 지진’이다. 판 경계를 따라 좁고 길게 분포한 단층대에서 발생하며 빈도가 잦은 만큼 분석도 활발해 지진 발생 위치와 시점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3일 강진이 발생한 대만은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이번 뉴욕 지진은 지각판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판 내 지진이다. 지각 내부에 복잡하게 분포한 단층의 재활동으로 일어난다. 인접한 다른 판의 응력을 받게 되면서 지각판 내에 약한 부분이 부서져 발생한다. 뉴욕 지진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뉴저지주 아래에 애팔래치아산맥에서 이어진 ‘라마포 단층’이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규모 6 이상의 판 내 지진은 전세계에서 1974년 이후 20차례만 기록됐다. 판경계 지진이 발생한 횟수의 1%도 안된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 만큼 정보도 부족해 지진의 발생 위치와 시점을 분석하기 어렵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지각 내부에 사람이 파악하지 못한 단층이 많다”면서 “어떤 단층이 판 내 지진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판 내 지진은 연구가 부족해 평소 대비가 안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큰 규모의 판 내 지진이 일어나면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01년 1월 인도 구자라트와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 규모 6.9~7.9의 판 내 지진이 발생해 2만5000명이 숨졌다. 건물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뉴욕 시민들이 이번 지진으로 불안이 컸던 것도 평소 지진이 거의 없어 대비를 거의 하고 있지 않아서였다. 

특히 판 내 지진의 진원지는 보통 깊이가 얕아 위험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판 내 지진은 지표면에서 15㎞ 깊이에 불과한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반면 판 경계지진은 최대 660㎞에 이를 정도로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영국 기후학자인 빌 맥과이어는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지구온난화가 판 내 지진 활동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공개했다. 빙하와 빙상이 녹으면서 지각 아래에 가해지는 하중이 감소해 지각이 크게 변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반도 아래 모든 단층 지진 원인 될 수 있어

한국도 뉴욕과 마찬가지로 판 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지만 사방에서 태평양판과 인도양판이 유라시아판을 미는 힘을 받고 있다. 필리핀판도 영향을 준다. 지각 응력이 한반도에 축적되어 있다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갑자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한반도 아래에 존재하는 모든 단층들이 잠재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보다 한반도가 지진 위험 지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 일대에서 일어난 가장 큰 지진은 규모 5.4로 추정되는 1884년 지진이다. 무려 140년 전이다. 조 센터장은 “한국은 최근 규모 5 이상의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4.0 지진을 비롯해 지난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3 이상 지진 횟수는 기상청에 따르면 16번이다. 연평균 10.4회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지진재해에 효과적으로 대비·대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단층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 교수는 "특히 250만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지진을 일으킨 이력이 있는 ‘활성단층’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은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2017년부터 전 국토를 대상으로 활성단층 조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더 자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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