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구글어스 있는데 왜 돈 들여 정찰위성 쏘냐고?

권혁철 기자 2024. 4. 12. 09: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정찰위성에 대한 궁금증 문답정리편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한국시각 8일 오전 8시17분 미국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정상 발사됐다. 스페이스엑스(X)
지난 8일 발사된 한국군의 두 번째 군사 정찰위성이 목표한 궤도에 안착해 초기 운영에 필요한 점검을 하고 있다. 정찰위성은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파괴하는 킬체인의 눈 구실을 한다.

한국은 ‘4·25사업’에 따라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적외선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4·25 사업 예산은 1조3306억원이다. 정찰위성에 대한 궁금증을 추려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Q.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구글어스 등 인터넷에서 해상도 높은 위성사진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데, 비싼 돈 들여 정찰위성을 왜 쏘나?

A. 구글어스는 실시간 사진을 올리는 게 아니라 일정한 주기로 사진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대도시, 유명 관광지 등은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나,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은 업데이트가 느리다. 여행 장소를 미리 살펴볼 때는 몇 달 전이나 1년 전 사진이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필요한 상황은 매일 매시간 매분 단위로 바뀐다. 특히 북한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파괴하려고 이 차량의 동선을 킬체인 작전 요원들에게 실시간에 가깝게 제공하려면 구글어스로는 불가능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정찰위성이 필요하다.

서울 광화문 일대 항공사진. 구글어스 갈무리

Q. 군 당국은 2030년까지 소형위성 30여기도 확보할 계획이다. 왜 정찰위성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A. 정찰 위성은 속도가 초속 7.5㎞가량이라 한반도를 지나가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위성 1기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등 특정 표적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2025년까지 확보할 정찰위성 5기만으로 북한의 특정 표적을 24시간 감시하거나 움직이는 표적을 추적하기는 불가능하다. 정찰위성 5기를 갖추면 하루 12회, 2시간마다 북한 특정 표적을 감시할 수 있다. 소형위성 30여기를 쏘아 한반도를 다시 찾는 재방문 주기를 30분까지 단축한다면 북한의 특정 표적을 최대한 오래 보고 감시 공백을 줄일 수 있다.

Q. 정찰위성의 재방문 주기를 30분으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실시간 탐지해 발사 낌새가 있으면 발사 전에 파괴하는 통합타격체계다. 특히 이동식 차량에 싣고 발사하는 고체연료 핵미사일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을 쏘려면 연료 준비 시간이 30분가량 필요하다. 한·미가 정찰자산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얼마나 신속하게 미사일 등 정밀타격체계에 적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킬체인은 한·미가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을 활용해 1분 이내에 위협을 탐지하고→ 1분 이내에 식별한 이후 획득된 정보를 통해 3분 이내에 타격을 결심→25분 이내에 미사일 등이 목표물 타격을 완료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30분은 킬체인 작동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한국시각 8일 오전 8시17분 미국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정상 발사됐다. 스페이스엑스(X)

Q. 한국에 이미 정찰기가 있는데 굳이 정찰위성이 필요하나.

A. 한국 공군 정찰기의 비행고도가 대략 3만5000ft(10.7㎞) 이하여서 북한 남포~함흥선까지 영상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고도에서는 북한 대공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정찰기 비행 고도에서는 휴전선 인근 북한군 부대 동향 감시로 한정되는 등 대북 정보 수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 정찰위성은 1500㎞ 안팎 고도에서 지구를 돌아, 북한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영공의 높이는 나라마다 다르나 대략 고도 80~100㎞가량으로 간주한다. 정찰위성에는 영공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찰위성을 이용하면 보고 싶은 북한 상공에서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다. 우주 공간에는 북한 대공 미사일이 닿지 않는다. 정찰위성은 정찰기가 하기 어려운 특정 표적 상세 관측이나 북한 후방지역 등에 대한 감시를 맡는다.

미 공군 정찰기 U-2 드래곤 레이디가 성능 개량을 마치고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 누리집

Q. 냉전 때 미국 정찰기가 북한 영공에 들어가 정찰했는데 지금은 북한 영공에 안 들어가나.

A. 정찰기 영공 침범은 국제법을 어긴 불법 행위다. 줄곧 북한은 미군 정찰기가 북한 영공을 무단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미는 영공 침범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미국은 1950~60년대 소련·중국·쿠바·북한 영공에 정찰기를 보내 사진을 찍었다. 1960년대까지는 소련·중국·북한의 방공 레이더 성능이 형편없어 미국 정찰기를 찾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960년 5월 소련 영공에서 미군 정찰기 U-2기가 격추된 뒤 정찰기보다 정찰위성 이용이 늘었지만, 정찰기 정찰도 계속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공개 자료를 보면, 1960년대 후반까지 북한 영공에 정찰기가 들어가 항공 정찰을 했다. 미국이 1965년, 1968년, 1969년, 1970년 작성한 북한지역 항공정찰 분석보고서가 부분적으로 비밀해제돼 공개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비밀해제해 공개한 북한 지역 정찰 비행 지도. ‘첩보 한국현대사’(고지훈 지음)

Q. 세계 최고 성능의 정찰위성이 있는 미국에 부탁하면 북한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을 텐데, 한국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까닭은?

A. 과거에는 군사위성 영상을 한국군이 요청하면 미국이 며칠 있다가 인편으로 줬는데 지금은 전용 네트워크를 통해 영상을 보내준다. 이전보다 빨라졌지만 미국에 부탁하면 미국이 촬영한 북한 사진을 우리가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국이 필요한 위치 정보를 미국에 주더라도 촬영 주체인 미국이 위치를 선정하기 때문에 한국이 원하는 위치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이 낮다.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표적지를 정확하게 찍고 그 영상을 빠르게 받아 작전에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독자 정찰위성이 필요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