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느니 모형책 산다”…독서 인구 감소·예산 감축에 출판업계 '삼중고'

2024. 4. 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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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채우는 것보다 모형 책을 사는 것이 디자인·가격·기능적인 면 모두에서 우수한데 누가 책을 사겠어요."

출판업계 관계자 A씨는 "안 그래도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데 서점들마저 모형 책으로 채우는 현실이 씁쓸하다"라며 "(별마당 도서관의 사례는)이제는 책이 인테리어 도구로 사용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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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도 ‘모형책’ 활용한 인테리어 인기 끌어
독서 인구 감소, 예산 감소로 출판업계 비명 ↑
“출판 산업 진흥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좋겠다”
독서 인구가 감소하면서 책이 아닌 모형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모형책.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책을 사서 채우는 것보다 모형 책을 사는 것이 디자인·가격·기능적인 면 모두에서 우수한데 누가 책을 사겠어요.”

올해 초 서울 송파구 일대에 개인 카페를 차린 정지은(28) 씨가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 씨는 “처음에는 인테리어에 책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책 가격이 정말 너무 비싸더라”라며 “가격도 비싸고, 누군가 읽지도 않을텐데 진짜 책을 살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독서 인구가 감소하면서 책이 아닌 모형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생긴 도서관마저 ‘모형 책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코엑스와 스타필드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 서가에 꽂힌 책들 중 실제로 손님의 손이 닿을 수 있어 만질 수 있는 책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이 모형 책이라는 뜻이다.

특히 올해 초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의 별마당 도서관은 건물 4~7층까지 위아래로 트인 공간에 22m 높이의 서고에 모형 책을 가득 꽂았다. 이곳은 개장 후 지속해서 인파가 몰렸다.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닌, ‘인증샷’을 찍기 위한 대기 줄 행렬이 이어졌다. 개장 일주일 만에 100만여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스타필드 수원’점 내 4층부터 7층까지 조성된 열린 문화공간 ‘별마당 도서관’ [스타필드 제공]

출판업계는 이같은 세태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출판업계 관계자 A씨는 “안 그래도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데 서점들마저 모형 책으로 채우는 현실이 씁쓸하다”라며 “(별마당 도서관의 사례는)이제는 책이 인테리어 도구로 사용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독서 인구는 2013년 62.4%에서 지난해 48.5%로 10년 만에 13.9% 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국민 10명 중 절반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뜻이다. 정부에서도 출판과 관련한 예산을 줄이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출판 산업 지원 관련 예산은 429억원으로 지난해 예산 대비 45억원이 감소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1) 씨는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정부에서 예산까지 깎아가며 이제는 책을 보지 말라고 조장하는 것 같다”라며 “오늘은 ‘도서관의 날’이라고 하는데, 도서관 이용을 촉진하려고 기념일까지 만들어 놓고 정부는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해외처럼 출판 산업 진흥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독립서점의 내부. [헤럴드경제 DB]

해외에서는 사라지는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사례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영화와 음악 등 예술을 담당하는 콘텐츠진흥과에 ‘서점 진흥 프로젝트팀’ 사무국을 만들어 사라지고 있는 지역 서점을 직접 돕고 있다.

한편 문체부와 국가도서관위원회는 18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등 전국 도서관에서 ‘2024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도서관, 당신의 내일을 소장 중입니다’를 주제로 기념행사도 열린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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