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9반 임세희 학생 아빠 임종호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7]

박미소 기자 2024. 4. 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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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빠 임종호씨(53)는 참사 초기 진도체육관에 여러 달을 머물렀다.

수색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바지선으로 갔다.

진도에선 바지선에서 작업을 몇 시에 한다고 하면 시간 맞춰 배 타고 갔다가, 해경 브리핑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미수습자 가족은 그걸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게 마음이 엄청 힘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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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빠 임종호씨가 카메라 앞에 섰다. ⓒ시사IN 박미소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빠 임종호씨(53)는 참사 초기 진도체육관에 여러 달을 머물렀다. 수색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바지선으로 갔다. 집회에 나가서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맞고, 길바닥에 누워 죽자 사자 버틸 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자기 학대를 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던 그 시간을 지나왔다.

“처음 진도체육관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모두가 붙어 앉아 있었죠. 현철이 아빠나, 양승진 선생님 가족이 제 옆자리였어요. 계속 못 찾는 거예요. 우리 애가 일찍 올라왔다고 먼저 자리를 뜨는 게 좀 그랬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얼마 안 남아 있으니까 소외감을 느낄 것 같았어요. 마음에 걸려서 같이 있었어요.

진도에선 바지선에서 작업을 몇 시에 한다고 하면 시간 맞춰 배 타고 갔다가, 해경 브리핑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미수습자 가족은 그걸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게 마음이 엄청 힘들잖아요. 몸도 너무 지치고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그 역할을 했어요. 제가 더 확실히 체크해야 했는데, 해경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봐야 했는데, 더 못해서 아쉬운 게 많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물속을 알 수 없잖아요. 잠수사분들이 카메라 달고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배가 잠긴 바다 아래는 흙탕물이라,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잠수사분들이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분들하고 얘기를 한 적은 없어요. 너무 고생하는 거 알아서 차마 말을 못 걸었어요. 자기 목숨 걸고 하셨잖아요. 지금까지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고 계실 것 같아요. 정부가 그분들 무조건 챙겨줘야 해요.

그때 같이 있던 미수습자 가족들한테는 종종 연락했어요. 언제 밥 한번 먹자는 게 흐지부지된 후로 연락이 잘 안 닿아요. 저는 만나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만나면 너무 어려운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난 지금 안부 전화를 했다가 마음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는 거죠.

제가 군 생활을 할 때 서해페리호 침몰 사고가 있었어요. 그걸 가까이서 보니까 해양 사고가 정말 위험하다고 느꼈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 초등학생 때 수영도 가르쳤어요. 물에 빠지지는 말아야지 하고요. 그런데 이 일이 난 거죠. 딸한테 제가 그랬어요. ‘해양 사고가 나더라도, 큰 배니까, 안내 지시만 잘 따르면 별일은 없을 거다.’ 세상 모르고 그 얘기를 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지시를 잘 따르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세희는 지금도 매 순간 생각나요. 초등학생을 보면 초등학생 때의 모습이, 교복 입은 아이들이 웃고 있으면 고등학생 때 세희의 모습이 떠올라요. 이런 것들은 제가 겪어야 할 몫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제가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한 계속되겠죠. 저는 혼자 있을 때 그냥 울어요. 아마 아빠들이 더 울걸요? 언젠가 딸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임종호씨의 휴대전화에는 딸의 사진 381장이 저장되어 있다. ⓒ시사IN 박미소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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