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 현장검증 후 씩 웃더니… 정남규의 마지막 범행
프로파일링으로 잡아낸 악마의 범행
사회가 막지 못한 폭력의 악순환, 결국엔…
2007년 4월12일. 대법원이 희대의 연쇄살인범 정남규에 선고한 사형을 확정했다.
2004년부터 2년간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한 정남규는 13명을 죽이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등 총 24건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붙잡힌 순간부터 살인을 자백할 때까지 당당했던 그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와 공포를 끌어냈다.
그를 설명하기 적합한 단어는 '쾌락 살인마'다. 그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범죄 유형의 등장으로 이 사건은 당시 흔치 않던 프로파일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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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된 강도가 훔친 것은 현금 2만4000원과 문화상품권 1만원이 전부였다. 당시 강도를 경찰서로 호송하던 경찰에 따르면 강도는 "1000명을 죽일 수 있었는데 아깝다"는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날 검거된 강도의 이름은 정남규였다. 범행을 저지르기에는 적은 액수와 섬뜩한 혼잣말, 결정적으로 범행 도구에 사용된 파이프렌치에서 응고된 혈액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정남규의 또 다른 범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일반적인 강력범죄의 범행 동기인 금품이나 원한 등이 아닌 이해할 수 없는 정남규의 범행에 수사에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당시 경사가 수사에 참여했다. 그는 정남규의 처지를 이해해주며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정남규의 범행을 자백받는 데 성공했다. 정남규는 당시 12시간의 조사 끝에 4건의 살인을 자백했다.
수사 결과 정남규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 중상을 입히는 등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행의 주인공으로 드러났다.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하고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당시 서울을 공포에 떨게 한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부터 또 다른 흉악범 유영철의 소행으로 추정되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살인 사건'까지 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1989년 특수강도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정남규는 1996년 강도 및 강간미수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범죄로 징역 2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한 이후에도 정남규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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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규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으며 군대에서도 심한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했다. 그는 불우한 성장 과정을 보내며 반사회적 성향과 폭력성을 띠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검거된 정남규는 조사 과정에서 아무런 동요 없이 덤덤하게 자신의 범행을 진술했다. 그는 유영철이 자백한 범죄가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며 유영철이 거짓말했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에게선 죄책감이 아닌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이어진 현장 검증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사건이 많아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남규는 현장 검증을 마치고 탑승한 차에서 미소를 짓기도 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정남규는 1심 재판 중 "지금도 살인 충동을 느낀다"며 "사회에 나가면 계속 살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사형을 확정받은 정남규는 2년7개월 후 수감 중이던 구치소 독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마지막까지 피해자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사과도 들을 수 없었다.
정남규가 사형 집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프로파일러들은 살인의 쾌락을 참지 못하고 자신을 범행의 마지막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를 수사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한 인터뷰에서 "정남규는 자살한 것이 아니다"며 "그는 자신을 살해하고 끝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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