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포기한 걸 샤오미가 해냈다 [ESC]

한겨레 2024. 4.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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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샤오미 첫 전기차 출시
1회 충전 700㎞에 5천만원 안팎
바이두와 ‘AI 협업’ 시너지 기대
위탁 생산업체 품질관리 등 ‘숙제’
다양한 색깔의 샤오미 에스유(SU)7. 샤오미 제공

지난달 28일 샤오미의 첫 전기차 에스유(SU)7이 공개되었다. 레이 쥔 최고경영자(CEO)는 발표에서 다른 회사들의 전기차들을 뛰어 넘는 성능과 우리 돈 4400만~5500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줬고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실제로 가능한 성능이냐는 논란도 일었다.

가장 주목 받은 것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였다. 뒷바퀴에 299마력 모터를 단 스탠더드 모델은 비야디(BYD)의 73.6㎾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얹고 중국 인증 기준 700㎞를 달린다. 세계 최대 배터리 공급사인 중국 배터리 업체 시에이티엘(CATL)의 94.3㎾h 배터리를 쓴 프로 모델은 주행가능거리가 830㎞로 늘어난다. 최상위 모델인 맥스는 앞뒤 두 개의 모터로 675마력, 시에이티엘의 101㎾h 배터리로 800㎞를 달린다. 프로와 맥스는 충전 속도가 빠른 800V(볼트) 시스템을 얹었는데, 맥스는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9분이 걸린다고 한다. 비슷한 800V 시스템과 99.8㎾h 용량의 배터리를 얹은 기아 이브이(EV)9가 24분 걸리는 것과 비교해도 빠르다. 우리나라 전기차의 전비평가 기준이 높아 중국 인증 거리 대비 80%만 국내에서 인정받는다고 해도 기본형이 560㎞, 프로는 664㎞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1억1535만원인 테슬라 모델 에스(S) 에이더블유디(AWD)가 현재 국내기준 가장 긴 555㎞를 달린다. 5080만원으로 비슷한 가격인 기아 니로 플러스 기본형이 392㎞를 달릴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샤오미 에스유7의 가격과 성능이 놀라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경력 3년이지만 특허는 800개

이 제원은 샤오미의 전기차 제조 경력이 3년으로 매우 짧아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의 자료를 보면, 샤오미는 2012년 이후 스마트크루즈 컨트롤과 데이터 처리 등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해 8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샤오미는 2014년 중국의 전기차 회사인 니오에 3억달러를 투자하고, 2016년 또 다른 전기차 업체 샤오펑에 스마트 키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전기차 관련 다양한 기술을 오랜 기간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중국 산업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정규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는 “해외 기술을 빠르게 배우고 모듈화를 통해 완성품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중국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 자동차 공장을 세울 때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세우게 했지만, 테슬라는 자체 공장 설립을 허용했다. 최신 전기차 제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조건을 단 예외적 조처였다. 중국 정부는 관련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연구비를 지급한 것은 물론 차의 판매와 등록에도 관여해 전기차 시장을 확대했다.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비야디와 니오 등의 성공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박정규 교수는 또 시장에서 인정받은 비슷한 규격의 좋은 부품들을 모아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개발해 파는 중국 특유의 산업 문화도 꼽았다. 실제로 샤오미 에스유7의 ‘모데나’라고 불리는 플랫폼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부품을 사용했다. 차체 안정화 장치와 브레이크 컨트롤러는 보쉬, 가속도 센서와 같은 주행 보조 부품은 콘티넨탈, 가변식 댐퍼(진동을 줄이는 장치)는 체트에프(ZF)의 부품을 썼다. 조향장치 부품은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넥스티어 오토모티브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관련 장치도 마찬가지다. 맥스 모델에는 차 주변에 14개의 카메라와 단거리 초음파 레이더 12개, 전방에 장거리 레이더와 후측방 레이더 2개, 지붕 위에는 라이더(레이저로 주변 사물을 식별하는 장치)까지 달려 있다. 여기서 모은 정보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전용칩인 드라이브 오린칩 두개가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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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예약, 올해 생산 가능 물량 넘겨

에스유7의 실내. 샤오미 제공

2013년부터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는 물론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포니닷에이아이(Pony.ai) 등이 중국 전역에서 로봇택시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바이두의 로봇택시 500대가 2023년 우한에서만 73만건의 콜을 받았는데, 이는 미국의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업체 웨이모가 70만건의 주행을 한 것과 비교할 수 있다고 지난 1월 미국 파이낸셜뉴스는 보도했다. 중국이 자율주행기술에서 몇년 안에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2017년부터 바이두와 인공지능 관련 협업을 발표한 바 있다. 자율주행 관련 하드웨어에 바이두의 데이터가 더해진다면 막강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샤오미의 전기차는 애플의 자동차 사업 포기와 맞물려 더 큰 화제가 됐다. 애플카는 아이폰과 애플티브이(TV) 등과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해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자율주행기술의 더딘 발전과 외부에 생산을 맡기려는 정책이 꼬이며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샤오미 에스유7의 운영 시스템은 그간 판매하던 여러 가전제품의 기본 운영시스템과 호환된다. 애플이 못한 것을 샤오미가 이룬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샤오미 전기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에스유7을 시승하며 사고가 난 영상들이 나왔고, 위탁 생산하는 북경자동차의 과거 품질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으며, 가격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도 있다. 샤오미의 전기차 발표를 보며 이솝우화 중 ‘갈까마귀와 새들’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좋다는 것을 다 사용해 제원상 화려한 에스유7이 남들의 깃털로 새들의 왕이 되려한 갈까마귀와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내용들은 현재 전기차에서 한단계 발전된 것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2023년 자국 내에서만 전기차 750만대를 팔았다. 미국(120만대)과 유럽(150만대)의 전기차 판매량의 합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에스유7은 출시 하루 만에 9만대 가까이 계약됐는데 이는 올해 생산량인 6만대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향후 2~3년 동안은 중국 안에서만 판매하며 연간 100만대 이상의 안정적인 생산 능력과 경험을 쌓게 될 것이다. 초기 문제가 사라진 차를 안정적인 대량생산으로 수출하게 되었을 때는 우리에게 진짜 위협이 시작될 것이다. 완성도 높고 가격까지 싼 중국 전기차는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는 물론 배터리 등 관련 산업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 마냥 무시하면 안 된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차분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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