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곡·BTS 곡도 클래식으로… 구독자 70만명 유튜버 피아니스트

김성현 기자 2024. 4.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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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 피아니스트 나래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초청 내한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튜버이자 피아니스트인 나래솔이 한국을 찾았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주에 대해 애기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생일이면 언제나 부르는 축하곡(Happy Birthday to You)을 바흐·베토벤 같은 클래식 작곡가 10명의 스타일로 편곡하기, 방탄소년단 멤버인 정국의 히트곡에 어울리는 피아노 반주 작곡하기…. 기상천외하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구독자 70만명이 넘는 인기 유튜버이자 피아니스트가 있다. 한국계 미국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나래솔(한국명 황지영·33).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 초청받아 내한한 그는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과거 콩쿠르 참가 등으로 정신없이 살다가 찾아온 ‘번아웃(burnout·정신적 탈진)’ 때문에 학교를 휴학한 적이 있다. 그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본 것이 유튜브 시작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휴식이 반전(反轉)의 기회가 된 셈이다.

나래솔은 미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줄리아드 음악원 학부 과정과 캐나다 토론토 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2015년 국제 콩쿠르에 연이어 참가하다가 난생처음으로 번아웃되는 느낌을 경험했다. 그는 “같은 곡들을 실수 없이 치기 위해서 하루 7시간씩 반복해서 연습하다가 갑자기 음악을 즐기지 못하고 싫어지는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그 뒤 1년간 휴학한 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진로를 모색했다. 당시 사진 촬영부터 피아노·영어 과외, 포스터 제작과 강아지 산책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영상과 음악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상을 통해서 음악의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유튜버 겸 피아니스트인 나래솔./이태경 기자

2017년 유튜브도 그렇게 출발했다. 촬영과 편집도 대부분 직접 하기로 결심했다. 촬영은 하루면 끝나지만 편집은 꼬박 이틀 사흘씩 걸리기도 했다. 조회 수 200만회를 넘은 ‘생일 축하 노래’ 영상 역시 바흐의 장식음 많은 바로크 스타일, 베토벤의 화성 반복과 급작스러운 주제의 교체, 쇼팽의 단조풍 왈츠풍으로 일일이 편곡해서 촬영했다.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과 스페인 춤인 플라멩코까지 직접 공부하면서 연주하고 촬영하다 보면 제작에 6개월씩 걸리기도 한다. 영상 아이디어가 떠오를 적마다 수첩과 노트북, 휴대전화에 틈틈이 기록하는 것도 습관이다. 그는 “지금도 120여 편의 아이디어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영상에 적합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린다”고 했다.

유튜브적인 재미와 클래식 음악의 의미가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나래솔의 매력이다. 이 매력에 주목한 독일 함부르크 음악당인 ‘엘프 필하모니’는 지난해 그를 상주 크리에이터(Creator in Residence)’로 초청했다. 공연장과 영상 아티스트의 협업을 의미하는 상주 크리에이터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최근 새롭게 도입되는 개념이다. 이 음악당과의 협업을 통해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와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 등 다채로운 장르에 대한 해설 영상을 만들고 있다. 그는 피아노 독집 음반을 발표하고 ‘보스 베이비2′ 등 영화음악에도 참여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나래솔은 “미래 세대가 새롭고 창의적인 관점으로 음악을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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