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만든 ‘임용 절벽’ 해소될까…교대생도 동의하는 정원 축소

홍다영 기자 2024. 4.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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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으로 초등학생 감소하자
초등교사 임용 3000명→2000명대로
전국 교대 입학정원도 12% 감축
교대생 10명 중 9명은 정원 감축 동의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4반 신입생들이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다. /뉴스1

올해 고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 입학 정원이 현재보다 12% 줄어든다. 저출생 영향으로 초등학생 수가 줄며 초등교원 신규 채용 규모는 감소해왔지만 교대 입학 정원은 그대로여서 임용 경쟁률이 치솟는 등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대에 입학하더라도 예전과 달리 교사 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안 일부 교대생들은 자퇴를 선택하고, 교대 입학을 꺼려 합격선도 이미 낮아졌다. 교대 정원 조정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 ‘바늘 구멍’에 교권 침해 겹쳐…수능 4등급도 교대 합격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10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제주대 교육대학,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등 13개 초등교원 양성기관 입학 정원은 3847명이었다. 2016년 1명이 줄었으나 2012년부터 현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교대 10곳과 한국교원대, 제주대 초등교육과 정원을 3847명에서 3390명으로 457명 줄일 계획이다. 이화여대도 감축에 동의하면 정원은 3385명으로 462명 줄어든다.

교대 정원 감축은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40만명선이 깨졌다. 지난해 출생아는 23만명에 그치는 등 앞으로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어든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 1학년은 내년 31만9935명, 2026년에는 29만686명으로 줄어든 뒤 2029년에는 24만4965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정부는 초등교사 모집 인원을 계속 줄여왔다. 모집 인원은 2014년 7386명에 달했으나 올해는 3157명으로 50% 넘게 줄었다. 2027년까지는 초등교원 신규 채용 규모를 2600~29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신규 채용하는 초등교원 수가 줄면서 임용 합격률은 2018년 63.9%에서 올해 43.6%로 크게 떨어졌다. 과거 교대는 입학만 하면 취직이 보장되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두 명 중 한 명은 교사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임용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교대 졸업생이 누적되면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게 된다.

‘사실상 취직 보장’이 어려워지면서 교대에 진학 가능한 성적도 낮아졌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한 교대 2024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수학·탐구 영역 4등급대도 최초 합격했다. 4등급은 백분위 60~76%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100명 중 24~40등이다. 교대 정시모집 최초 합격자 미등록 비율은 13.1%였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상위권 학생은 중복 합격했을 경우 교대보다 일반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대 재정 지원 계획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제공

임용 절벽에 지난해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학부모와 학생의 교권 침해도 심각해지면서 교대를 떠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대 신입생 중도 이탈 비율은 2020년 5%에서 2021년 6%, 2022년 8.5%로 증가했다.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는 선배를 본 후배 교대생들이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접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대생들은 대부분 정원 감축에 찬성하고 있다. 교대 입학 정원이 줄면 그만큼 교대 졸업생(공급)이 감소하고 임용시험 경쟁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지난달 교대생 2941명 중 85.9%가 교대 정원 감축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는 적다’ 지적도…”중도 이탈자 고려하면 채용 규모와 비슷”

교대 입학 정원 축소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원 신규채용 규모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10년 간 교대 입학 정원은 조정되지 않았다. 교육부도 ‘임용 절벽’과 관련해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특수 목적 대학 역할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입학 정원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12%라는 정원 감축 규모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대 재학생) 중도 이탈 비율을 고려하면 (졸업생 규모는) 3000명대 초반으로 채용 규모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대 정원이 줄면 대학 재정이 악화된다. 교대는 보통 일반대학보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등록금이 감소하면 타격을 크게 받는다. 교대련은 교대 정원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교대에 그만큼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입학 정원 감축이 대학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학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하겠다”고 했다.

각 교대는 줄어든 정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 모집 요강을 5월까지 학교 홈페이지 등에 올려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수시 원서 접수가 몇달 안 남은 상황에서 교대 정원을 감축하는 것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대 정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 정원 조정이 필요하면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 등과 협의를 거쳐 자율 조정 방식으로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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