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정치철학자, 이스라엘 학살 비판 서한 서명했단 이유로 독일 대학 초청 취소

정원식 기자 2024. 4.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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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프레이저

미국의 유명 정치철학자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옹호하고 이스라엘의 학살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독일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취소당했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뉴스쿨 대학의 정치사회이론 담당 교수인 낸시 프레이저는 독일 쾰른 대학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교수’ 자격으로 방문해달라는 초대를 받았으나 대학 측이 최근 초청을 취소했다.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교수직은 13세기에 쾰른에서 활동했던 동명의 철학자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국제적 명성을 지닌 학자를 초대해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한다.

유대계 미국인인 프레이저 교수는 <분배냐, 인정이냐?>, <지구화 시대의 정의>, <전진하는 페미니즘>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다. 그는 2022년에도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교수 자격으로 쾰른대에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쾰른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2024년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교수직을 취소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대학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프레이저 교수가 2023년 11월 ‘팔레스타인을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의 서한에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한은 프레이저 교수가 동료 철학자들 수백명과 함께 서명한 것으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연대와 이스라엘의 학살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쾰른대는 해당 서한이 “1948년 건국 이래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정당한 저항 행위로 격상했다”고 지적했다. 쾰른대는 이어 “철학자들의 서한은 우리가 이스라엘의 파트너 기관들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지난해 10월9일과 10월22일 이스라엘과 중동의 상황에 대해 우리가 발표한 성명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교수는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유대애적 매카시즘’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던 것처럼 반유대주의로 규정된 이들이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의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자격이) 취소됐다”면서 “유대인을 지원한다는 명분 하에 유대애적 매카시즘이 사람들을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교수는 디차이트와 인터뷰에서는 “홀로코스트와 관련해 독일인들이 유대인에 대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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