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김지원, 오란씨‘걸’에서 눈물의 ‘여왕’으로[★인명대사전]
하루아침에 피고 지는 꽃이 어디 있으랴. 배우 김지원의 배우로서 경력은 봄꽃에 비유한다면 5월 늦게나 피는 라일락에 비유할 수 있다. 늦게 피는 꽃은 있지만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라일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그렇다. 배우 김지원도 14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통해 조금씩 개화해 요즘 대중에게 ‘연기의 기쁨’을 가져다주고 있다.
김지원은 현재 tvN의 주말극으로 방송 중인 ‘눈물의 여왕’에 출연 중이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재벌집 퀸즈가문의 장녀 홍해인 역을 맡았다. 2017년 인기리에 방송된 KBS2 ‘쌈, 마이웨이’ 이후 7년 만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김수현과 호흡을 맞춘 작품은 흥행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가장 뜨거운 작품 중 하나다.
시청률은 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으로 처음 5~6%대로 시작했다 지난 7일 방송된 10회에서는 전국은 19%, 수도권은 21%대까지 치솟았다. 방송 4회 만에 10%를 넘고, 다시 6회 만에 20%대를 위협했다. 결혼 3년 차에 다시 사랑을 느끼는 부부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이 독차지하던 도도한 분위기를 이어받은 홍해인의 캐릭터도 새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매력의 백현우 역 김수현과 함께 호흡을 맞춘 김지원의 연기력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쯤 뜬 눈과 차가운 표정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건조한 발성으로 홍해인의 나른함과 귀찮음 그러나 그 안에 스며들어있는 욕망과 열정을 표현한다. 그런 와중에도 시한부 인생을 알게 됐을 때 느끼는 절망과 남편에게 많은 것을 기대고 싶어하는 약한 면모가 드러나는 모습도 우리가 홍해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지금은 ‘여왕(Queen)’일지 몰라도 김지원의 시작은 ‘걸(Girl)’이었다. 그는 2010년 광고 모델로 처음 얼굴을 알렸는데 상대는 당대의 인기그룹 빅뱅이었다. 그들과 함께 휴대전화 브랜드 ‘롤리팝2’의 모델로 ‘롤리팝 걸’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그는 다시 동아오츠카의 음료 브랜드 ‘오란씨’ 광고에 출연해 ‘오란씨 걸’의 별명을 얻었다.
그가 연기자로서 눈길을 끈 것은 2013년이 됐을 때였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인 ‘상속자들’에서 그는 주인공 김탄(이민호)과 차은상(박신혜) 커플의 로맨스 한가운데서 이들을 훼방 놓는 유라헬 역이었다. 마치 지금 홍해인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게 비슷한 발성과 표정, 행동거지 등으로 악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는 조금 더 그의 명성을 밀어 올린 작품이었다. 작품의 메인커플인 유시진(송중기)-강모연(송혜교) 커플에 비할 수 있는 또 다른 연인이 서사인 윤명주 역을 연기했다. 그가 군인으로서 부하인 서대영 역 진구와 주고받는 마음은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과 군인의 계급사회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결과물이 됐다.
유라헬에서 윤명주로 조금 밝아진 김지원은 이듬해 KBS2 ‘쌈, 마이웨이’에서는 더욱 밝아졌다. 그가 분한 최애라는 마치 봄날의 햇살을 연상시키는 밝고 귀여운 캐릭터였다. 그가 애드리브로 쏟아낸 애교 장면은 훗날에도 화제가 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새로웠다. 김지원은 평소의 내향적인 성격을 외향적인 최애라로 표현하기에 고민하고 애를 태웠지만, 배우로서의 기능은 어느새 무르익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2022년도 김지원의 커리어에서는 잊히지 않을 해로 남는다. 김석윤 감독의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에 이어 박해영 작가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일상이 찌든 주인공 염미정 역을 연기한 그는 그동안의 느낌과 다르게 감정을 갈무리하는 능력을 터득했다. 염미정의 문어체 대사를 이해하고 속으로 소화하며 눌러내는 연기는 “날 추앙해요”라는, 구씨(손석구)를 향한 세레나데로 꽃피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홍해인 역. 과거 ‘상속자들’ 유라헬과 성격은 유사할지 모르나 이를 표현하는 ‘그릇’인 김지원이 연기는 달라져 있었다. 발랄한 초창기, 악역으로 이름을 알린 신인 시절 그리고 군인의 로맨스와 청춘의 밝음, 청춘의 답답함과 지루함을 모두 품은 그의 모습은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피를 갖게 됐다. 그 안은 홍해인이라는 복잡다단한 캐릭터가 너끈히 잠길 만큼 깊고 넓었다.
그동안 연기력에 비해 포지션이 ‘서브 커플’이거나 남자배우가 도드라졌던 과거와 달리 ‘눈물의 여왕’ 김지원은 김수현과 함께 극의 긴장과 갈등, 사랑과 환희를 버무려내며 박지은 작가의 대본을 구체화했다. 당연히 대중도 반응했다. ‘눈물의 여왕’은 김지원이 연기력과 함께 흥행성도 동시에 보이는 본격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새로운 시작’이다. ‘걸’의 모습으로 첫사랑 느낌으로 다가온 김지원은 이제 ‘여왕’으로서 티아라를 쓰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우리는 이로써 또 하나의 든든한 젊은 주역을 소유하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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