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흘러가는 생각 속 `감정`까지 읽어내다

IBS, fMRI 기반 머신러닝으로 감정 예측
우울감·불안감 등의 생각과 감정 패턴 파악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fMRI로 뇌의 활동 패턴을 측정해 머신러닝으로 생각의 자기 관련도와 정서 상태를 읽어내는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사진은 우충완 부연구단장(오른쪽)과 제1저자인 김홍지 연구원. IBS 제공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생각 속에 담긴 감정을 AI를 활용해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됐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의 패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줘 인간의 정신 건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우충완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부연구단장(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활동 패턴을 측정한 뒤, 이를 AI 머신러닝으로 생각과 정서 상태를 읽어내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생각의 흐름은 무작위적인 것 같지만 대부분 자신과 관련된 감정이 담긴 경우가 많다. 인간은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할 때, 본인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에 대한 '자기 관련도'와 본인에게 긍정 또는 부정적(긍·부정적 정서)를 고려한다. 이 때문에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는 개인 성격과 인지 특성, 정신 건강 등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흘러가는 생각은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내용이 바뀌는 '하이젠베르크 효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무의식적 사고와 가장 유사한 형태인 '개인 맞춤형 이야기 자극'을 만들었다. 실험 자극은 참가자와 일대일 인터뷰 내용을 만들어졌고, 인터뷰는 안전과 즐거움 등 긍정적 주제와 위험·통증 등 부정적인 주제로 진행됐다.

우선 참가자가 fMRI기기 안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뇌의 활동 패턴을 기록했다. 참가자는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순간순간 자신이 느끼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보고했다. 이를 통해 수집된 49명의 데이터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 점수에 따라 각각 5개 수준으로 분류했다. 이 때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 간 상관관계를 최대한 통제하고 독립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25개 조합으로 데이터를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각 수준에 따른 뇌의 활동 패턴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예측 모델은 새로운 뇌의 활동 패턴을 대입했을 때도 그 사람이 매 순간 느끼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고, 외부 자극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수집된 약 200명의 뇌 활동 패턴에서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두 가지를 읽어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우충완 IBS 부연구단장은 "뇌에서 생각을 읽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생각에 담긴 내밀한 감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생각과 감정의 개인차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온라인(지난달 28일)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