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더욱 가까워진 독립운동 ‘성지’

서울앤 2024. 4. 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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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공기, 물, 계절과 같은 것 말이다.

"매년 첫눈 오는 날 애국지사께 참배하러 효창공원에 갑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전한길 선생님의 한국사 수업에서 귀를 사로잡은 말이다.

효창공원은 자유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오늘날, 자유는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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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

[서울&] [서울, 이곳]

효창공원 내부 산책길

당연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공기, 물, 계절과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자유’도 마찬가지다. 자유를 빼앗긴 나라는 역사책 속 ‘식민지’ ‘독립운동’ ‘광복’과 같은 개념어 정도로 인식할 뿐이었다.

“매년 첫눈 오는 날 애국지사께 참배하러 효창공원에 갑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전한길 선생님의 한국사 수업에서 귀를 사로잡은 말이다. 애국지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아 신선했고 본인만의 규칙을 정해 해마다 감사를 전하는 게 낭만적이었다.

효창공원은 자유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오늘날, 자유는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애국선열들의 유해가 도심 한가운데 잠들어 있다.

광복 뒤 김구 선생은 1946년 7월 독립운동가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등 삼의사(三義士) 유해를 효창공원 북쪽 동산에 모셨다. 거물급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도 여기서 영면을 취하고 계시다. 1949년 7월에는 국민장으로 김구 선생 유해를 이곳에 안장했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삼의사 묘역에는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조성해놨다.

주택가와 숙명여대로 둘러싸여 이른 새벽부터 효창공원 곳곳에는 발길이 끊이지는다. 목숨 걸고 지켜낸 조국의 후손들이 당신이 계신 곳을 찾아들기 쉽다.

용산구는 ‘문화유산 야행’으로 효창공원을 독립운동의 성지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걷기 좋은 가을밤 효창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애국지사께 직접 참배하고 헌화할 수 있도록 선열들의 영정을 모신 사당 의열사와 묘역을 저녁까지 열어둔다. 오는 9월20일 첫선을 보인다.

공중에서 본 효창공원 전경

문화유산 야행 기간에는 인근 이봉창역사울림관, 백범김구기념관, 숙명역사관, 식민지역사박물관 등 유관기관도 야간 개방에 참여해 스탬프 투어를 구성할 계획이다. 캐리커처, 캘리그래피, 유묵 따라 쓰기, 포토존 등 체험부스도 마련한다니 달력에 적어두고 가을이 찾아오면 밤마실 겸 나서보자.

실개천이 흐르고 연못이 풍경을 더하는 공원 내외부는 걷는 재미가 풍성한 공간으 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내부에는 맨발걷기길이 생기고 공원 주변은 둘레길을 조성해 안팎 모두 걷기 명소로 발돋움한다.

맨발걷기가 염증·통증 완화, 면역계 정상작동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도 인기가 늘고 있다. 9월이면 건식 흙길과 황토족탕이 건강족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황토족탕은 물기 있는 황토를 밟으며 운동하는 시설이다. 후문 인근 서쪽 둔덕에 약 200m 규모로 생긴다.

효창공원 둘레길은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부터 효창운동장~효창공원 주변 2㎞가량을 잇는다. 지난해 효창공원앞역에서 숙명여대 회전교차로까지 1차 구간 공사를 끝냈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남은 임정로(구립용산노인전문요양원~효창동주민센터) 구간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둘레길 전체 구간 양측 3.8㎞ 보도를 정비하고 가로등·보안등도 정비해 밤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된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애국선열들이 영면을 취하고 있는 곳에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용산의 효창공원은 어디에도 없는 역사문화명소다. 푸른 잎이 돋아나는 4월, 효창공원에서 봄바람을 닮은 싱그러운 자유를 누리게 해주신 선열께 감사하는 마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호정 용산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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