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 양평곤충박물관

경기일보 2024. 4. 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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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옥천면에 위치한 양평곤충박물관은 우리나라 곤충학 분야의 권위자인 신유항 교수가 정년퇴임 후 10여년 동안 양평에 거주하면서 채집한 곤충과 기타 소장곤충 표본 1500여 점을 양평군에 무상기증, 지난 2011년 개관했다. 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우리 아이가 장수하늘소의 한해살이를 궁금해할 때 어디를 찾으면 좋을까.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양평군이 설립한 양평곤충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 경강로 1496번지 양평환경사업소 내에 있는 양평곤충박물관(명예관장 황경철)은 신비로운 곤충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 준다. 곤충은 놀랍도록 다양하고 알아갈수록 더욱 신비로운 생명체다. 달콤한 꿀을 제공하는 꿀벌과 비단실을 토해내는 누에도 있고, 모기와 파리 같은 곤충도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곤충은 이 푸른 지구별을 살리는 소중한 생명체다. 봄날 들판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몸길이 10cm 내외로 국내에 서식하는 사마귀 가운데 가장 큰 사마귀인 왕사마귀. 윤원규기자

■ 곤충과 함께한 일평생, 신유항 박사

신유항 박사(1929~2023)는 양평곤충박물관 설립의 공로자다. 우리나라 곤충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신 박사는 경희대에서 정년 퇴임한 후 양평에 살면서 10여년 동안 손수 채집한 곤충과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1천500여점의 곤충 표본을 양평군에 기증한다. 이를 바탕으로 군은 연면적 1천314㎡, 지상 2층 규모로 양평곤충박물관을 건립해 2011년 11월 개관한다. 곤충학자 신 박사는 어떤 분일까. ‘양평군 생태체험관 곤충표본 기증 협약서’는 박물관의 시작을 알려주는 유물이다. 카메라를 든 신 박사가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과 ‘일반 곤충학’ ,‘한국 동·식물도감’, ‘원색 한국나비도감’, ‘한국곤충도감’, ‘원색 한국나방도감’, ‘호랑나비’, ‘반딧불이는 별 아래 난다’, ‘한눈으로 보는 한국의 곤충’, ‘한반도의 나비’ 같은 신 박사의 저서가 전시돼 있다. 신 박사의 양평 사랑은 ‘양평곤충도감’이란 책 제목에서도 느껴진다. 한평생 곤충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던 곤충학자의 뜨거운 열정을 느끼며 전시관에 들어서니 나비들이 반겨준다. 신 박사를 이어 2대 명예관장을 맡은 이는 황경철 박사다. 대학에서 환경을 가르치고 환경부의 자문을 맡았던 환경전문가 황 관장은 양평군 민관협치협의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황 관장은 주민들과 함께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하수처리장에 생태체험관과 생태공원을 조성해 생태·문화·체험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게 한다.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곤충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소똥구리를 되살리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푸른 사마귀의 등에 올라탄 ‘물사랑이’와 머리에 노란 은행잎을 붙인 ‘행복이’를 만난다. 물사랑이와 행복이는 양평군의 맑은 물과 1천100살의 용문산 은행나무를 상징한다. 우아한 모양과 화려한 색깔의 나비를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나비처럼 사랑스러운 곤충이 달리 또 있을까. 박태준 학예연구관의 양평 소개를 들으며 나비를 다시 살펴본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에 살고 있는 기록 곤충은 25목, 약 1만4천100종입니다. 나비 무리에 대한 조사는 잘돼 있는데 한반도 토착종은 모두 258종, 양평군에서 기록된 것은 80여종이라고 합니다.”

소똥구리가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 것은 언제일까. 지난해는 ‘곤충기’를 지은 파브르의 탄생 200주년이었다. 세계에서 만든 우표로 전시관 한 면을 채우고 있다. 나비 우표를 보며 소똥구리를 관찰하는 파브르의 초상이 그려진 우표를 떠올린다. 소똥구리는 양평곤충박물관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곤충이다. 2016년부터 양평군과 박물관은 몽골국립농업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멸종위기종인 소똥구리 복원 사업을 진행한 까닭이다. 곤충학자인 신 박사와 곤충전문가 김기원 학예사 등 연구진이 몽골에서 도입한 소똥구리의 국내 부화에 성공해 2017년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소똥구리’ 인공증식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소똥구리 복원은 친환경농업특구 양평군의 가치를 드높이는 상징적 존재다. 관계자들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가만 보니 소똥구리가 꿈틀꿈틀 움직인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모든 생명에 대한 호기심이 높다. 곤충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더욱 크다.

어린 시절 곤충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손톱만 한 풍뎅이도 엄청 힘이 세고 강하다는 것을. 풍뎅이의 등 껍질을 확대한 사진을 보며 놀란다. 털이 숭숭 돋아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곤충의 세계는 우주처럼 무궁하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를 관찰하고 흙 속에 있는 애벌레를 찾아 만져볼 수 있는 곤충체험실은 어린이들이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공간이다. 곤충 스탬프 찍기, 곤충 배지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야외 체험장에서는 나비목걸이, 장수풍뎅이 표본 만들기 등 유료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국내에서 발행된 다양한 곤충의 실물 표본이 전시돼 있다. 윤원규기자

■ 대한민국의 곤충학 발전을 이끈 사람들

우리나라 곤충을 알리는 데 수고한 인물들을 만난다. 학명을 통해 세상에 처음 소개한 아더 가디너 버틀러(1844~1925)는 영국 브리티시 박물관에 재직하며 1882년 논문 ‘일본과 한국에서 채집한 나비목 곤충에 관하여’를 발표해 우리나라 곤충에 학명을 붙여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아시아 나비 연구의 선구자 존 헨리 리치(1862~1900)는 1886년 6월 중국에서의 곤충채집 여행 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 부산 영도에서 하루, 강원도 원산에서 한 달 동안 나비, 나방, 딱정벌레 등을 채집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 한국의 나비’(1893년)를 저술한다. 도이 히로노부(1885~1949)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한국에서 중고 교사와 교장을 지내며 한국산 나비, 나방, 노린재, 잠자리 등에 대한 논문 및 단행본을 여러 편 발표하며 한국의 곤충상을 밝힌 인물이다. 이처럼 곤충 연구는 외국인이 처음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자들은 누가 있을까?

국내에서 발행된 다양한 곤충 우표와 실물 표본이 전시돼 있다. 윤원규기자

김창환(1920~2013)은 한국의 곤충생리학 연구와 발전의 선구자로 한국곤충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고려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곤충의 배후 발생, 벌과 파리 등 주요 해충에 관한 논문 등 26권의 저서가 있다. 한국 나비의 분류학적 연구의 선도자 석주명(1908~1950)은 한반도 전역에 걸친 채집 여행을 통해 75만여마리의 나비를 채집, 한국산 나비의 분포와 변이, 종에 관한 분류학적 연구를 진행했으며 제주도 방언 연구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다. 국내 곤충학의 활성화를 주도한 조복성(1905~1971)은 한반도 전역과 몽골, 만주, 대만, 일본 등 동북아 일원에 걸쳐 광범위한 곤충을 채집, 대학에서 후진 양성에 힘써 많은 곤충학도를 배출하고 초대 곤충학회장을 지내며 학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딱정벌레에 관한 업적은 탁월하다.

양평군에서 채집된 다양한 곤충 표본이 전시된 2층 양평곤충전시실. 윤원규기자

■ 편안하게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도 좋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본다면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박물관 측에 문의하면 무료로 해설사와 함께 둘러볼 수 있으며 30분 정도 걸린다. 아담한 크기의 박물관이지만 곤충을 분류별로 관찰할 수 있게 분류해 놓았으며 생태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곤충의 생김새와 변태, 겨울을 나는 다양한 방법은 물론이고 외국 곤충 전시 및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전시도 둘러볼 만하다. 색깔과 모양, 크기가 다양한 딱정벌레를 이용해 만든 기둥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살아 있는 벌레를 관찰하거나 애벌레를 만져보는 체험 또한 즐겁다. “곤충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살아있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직접 만져볼 수 있어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우리 땅에 사는 곤충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곤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러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양평곤충박물관의 자랑은 또 무엇이 있을까. “우리 박물관은 곤충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공립박물관으로 다양한 곤충표본과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곤충에 대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이지요. 방문했던 사람들이 주변에 적극 추천하는 박물관입니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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