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볼모 시내버스 파업 막는다… '필수공익사업' 지정 추진

정영희 기자 2024. 4. 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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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파업해도 최소 운행률 의무화"… 22대 국회 열리면 '노동조합법' 개정 건의
서울시가 파업에 대비하고 시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내버스 운영 개선대책'을 추진한다. /사진=뉴스1
서울시가 지난달 시내버스 파업에서 나타난 운행 중단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 파업에 들어가도 중단없는 버스 운행을 위한 필수공익사업이 지정되는 한편 최소 운행률을 의무화 한다.

안정적인 버스 서비스의 근본책인 경영 관리방안까지 종합적인 현안을 다뤄 올해 20주년을 맞는 준공영제의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파업 이후 후속 방안으로 '시내버스 운영 개선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파업을 통해 제도 미비로 인한 버스 운행 중단, 고물가·승객감소 등으로 커져가는 운영 위기 등 준공영제의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제시된 바 있다. 시는 지난 20년 동안 준공영제를 운영하면서 누적된 이 같은 주요 문제점들을 집중 개선할 방침이다.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추진… 운행 중단 원천 차단


서울시는 파업 시에도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시내버스도 정상 운행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지난달 28일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시내버스 파업은 서울시버스노조(노조)의 12.7% 임금인상 요구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사측)이 수용하지 않아 당일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시의 중재 끝에 4.48% 임금인상, 명절수당(65만원) 신설로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파업으로 인해 95% 이상의 버스가 멈추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임에도 임금인상을 이유로 한 노조의 승무 거부에 따라 파업 당일 시내버스의 운행률은 4.4%(첫차~12시 기준)에 머물렀다.

일부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들의 버스 운행을 차로 막아 세우는 등 정상 운행을 방해한 사례도 있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철도·도시철도와 다르게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원들이 파업에 찬성할 경우 최소한의 운행률을 준수할 의무가 없고 전면 파업이 가능한 구조다.

시는 서울시의회와 함께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노동조합법'의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하는 노조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법개정을 통해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결의하더라도 최소한의 운행률은 준수해야 하며 시민의 출·퇴근길 불편이 줄게 된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운영 개선대책' 추진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 돌입으로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 파업 관련 시민 협조문이 게시됐던 모습. /사진=뉴스1


정시 배차·만족도 조사 등 통해 수요자 중심 운영 지향


시민들의 발로서 안정적인 운행환경을 지속해서 마련할 수 있도록 수익 다변화, 노선조정 기준 수립, 재정지원 방식 개선 등 종합적인 방안 마련에도 집중한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의 관리성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로써 환승할인제, 중앙버스전용차로제와 함께 2004년 7월 시행됐다.

재정지원을 통해 버스회사끼리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승객 안전 우선, 정시 배차,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운영을 지향한다. 그 결과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만족도는 매년 증가했다.

운송수지 적자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지원금은 준공영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승객감소로 인한 운송 수입 감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 상승, 높은 인건비 등 운임 비용 증가의 결과로 2022년 운송수지 적자는 8571억원에 달했다.

이번 임금협상의 결과로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평균임금은 월 523만원(평균 근속연수 8.43년 기준)이 됐다. 이는 타 시·도의 운수종사자 임금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는 연료비 절감을 위해 친환경버스를 2026년까지 2498대(전기버스 2355대, 수소 버스 143대) 도입할 예정이다. 수익 확대를 위한 버스회사의 경영혁신 유도와 광고 수입금 확대를 위한 다변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진입-운영-이탈' 단계별 관리대책 마련해 실행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경전철, 광역버스 등 타 교통수단과 시내버스의 중복노선 문제는 재정적자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중복노선으로 인한 시내버스 수요감소에 따라 감차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버스 1대당 재정지원이 진행되고 있고 노선권이 특허권으로 보장되다 보니 시의 노선조정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시는 용역을 통해 중복노선을 재편하고 건강한 수송분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선조정기준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 중복·비효율 노선을 정리하고 신규노선 구축에 대한 선제적 기준 마련할 계획이다.

합리적 기준을 통한 노선 조정 및 감차 유도는 재정지원금의 비효율적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준공영제 하의 재정지원방식은 비용 대비 운송 수입의 부족분에 대해 전액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버스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

시장에서 퇴출당했어야 할 부실 기업들이 재정지원에 의존해 회사를 운영 중이다. 사모펀드와 같은 민간자본의 진출까지 용이하게 만드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버스가 노사 협상 결렬로 지난달 28일 오전 4시부터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11시간 만에 협상 타결로 운행을 재개했다. /사진=뉴시스
준공영제가 시작된 2004년 버스회사의 수는 69개였으나 2024년 현재 64개로 줄어 생존율은 92%다. 신생 운수업의 5년 생존률(41.5%)에 비해 높은 수치다.

2022년 기준 서울시 65개 시내버스회사 중에서 부채비율 200%를 초과하는 회사는 11개 업체이며 그 가운데 8개 업체는그 비율이 400%를 넘겼다. 사모펀드는 2019년부터 서울시내버스 회사에 진입, 현재는 6개 업체·버스 1027대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민간자본 진출이 준공영제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도록 '진입-운영-이탈' 단계별로 관리대책을 마련해 실행한다. 배당 제한 등을 강화하기 위해 평가 메뉴얼을 개정할 예정이다.

공적자금으로만 연명하는 부실기업은 법정관리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준공영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시는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이해 공과를 평가하고 운영상 지적되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준공영제 혁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민간자본 진입, 경전철 등 대체 수요의 확대, 자율운행 도입 등 변화된 사회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최적 버스 대수와 규모의 경제달성을 위한 회사 수 산출, 중복노선 기준 설정 등을 통한 비용 절감을 통해 향후 지속가능한 버스 운영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 시내버스는 지난 20년 동안 준공영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해왔지만 그동안의 다양한 교통 환경 변화를 적극 담아내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달 버스파업으로 95%에 가까운 버스가 운행 중단돼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쳐드렸던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점까지 보완한 보다 높은 수준의 발전된 준공영제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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