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매체들 “한국 총선, 대통령 거부 투표 돼…개혁 정책 무산될 듯”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4. 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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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라스탐파는 “한국의 ‘버니 샌더스’가 압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이 회견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이 20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10일 한국 총선 결과를 놓고 유럽 매체들은 일제히 “이번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 투표처럼 치러졌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해 온 일련의 경제·사회 개혁 정책이 거야(巨野)에 막혀 줄줄히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외교 정책의 경우에도 미국과 중국·러시아간 등거리 외교를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야당의 압도적 승리, 윤석열 대통령은 나쁜 상황에 몰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10일 총선은 각 정당의 공약을 넘어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의 형태로 진행됐다”며 “이제 그는 어떤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끌고갈 힘도 박탈당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평론가의 말을 빌어 “그는 레임덕(lame duck)을 넘어서 데드덕(dead duck·죽은 오리)가 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손발이 모두 묶인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도 “이재명 대표의 야당이 이번 선거를 윤 대통령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로 만들었다”며 “야당은 의석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해 인구 절벽과 식료품 가격 급등, 부동산 위기 등을 해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경제·사회 개혁 개획을 대부분 무산시킬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 뉴스를 주로 전하는 쿠리에 엥테르나쇼날은 ‘좌파가 대승, 윤석열 대통령이 무력화됐다(neutralisé)’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의 권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으며, 좌파 야당이 대통령이 소속된 우파 정당의 정책을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재명의 막말 논란으로 얼룩진 선거 운동 끝에 야당이 절대 과반을 확보했다”며 “윤 대통령이 2027년까지 레임덕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서울 재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파 한 다발을 집어들고는 ‘875원이 합리적 가격인 것 같다’는 말로 그의 비판자들에게 선거 운동에 써먹기 좋은 빌미거리를 줬다”고 분석했다.

일간 텔레그래프 역시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대파 가격도 제대로 모른다는 조롱을 받으며 부진한 선거운동 끝에 참패했다”며 “야권이 큰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 정부는 심각한 정치적 교착 상태를 맞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간 주목할만한 외교 정책 성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식품 가격과 생활 물가 상승, 의사 파업, 여러 정치 스캔들로 지지율이 매우 낮았다”며 “법인세 인하와 기업 친화적 개혁,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은 중단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FAZ)은 “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이미 인기가 없는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가로막을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FAZ는 “이번 선거 운동은 거친 인신공격과 비리 의혹이 번갈아 가며 맞붙었다”며 “윤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 강화,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을 이루는 일본과의 화해 등의 성과를 냈으나, 대부분의 한국인이 투표하는데 결정적 요소는 생활비 상승과 의사 파업 등 국내 이슈였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한국의 ‘버니 샌더스(사회민주주의 성향의 미국 정치인)’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재명 후보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뻔뻔한 야당이 한국을 망칠 수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친중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며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 강화, 일본과 역사적 해빙, 북한에 대한 강경 노선 등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도 야당이 더 큰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등거리 정책 등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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